언론유감

무염식에 콩자반

olddj 2006. 11. 4. 00:47

중앙일보 정진홍의 칼럼을 읽다보니 이런 말이 나온다.


"......그런 성철 스님의 생전 밥상은 간단하고 소박했다. 소금기를 뺀 무염식으로 반찬이라곤 쑥갓 대여섯 줄기, 얇게 썬 당근 다섯 조각, 검은콩 자반 한 숟가락 반이 전부였다. 거기에 감자와 당근을 채 썰어 끓인 국과 어린애 밥공기만 한 그릇에 담은 밥이 한 끼 공양이었다. 게다가 아침 공양은 밥 대신 흰죽 반 그릇으로 대신했다......."


마치 옆에서 본 사람처럼 이야기했지만 이건 표절이다.


"...... 성철스님의 밥상은 아주 간단했다. 무염식이니 간 맞추려고 어렵게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드시는 반찬이라곤 쑥갓 대여섯 줄기, 2~3㎜ 두께로 썬 당근 다섯 조각, 검은콩 자반 한 숟갈 반이 전부다. 그리고 감자와 당근을 채 썰어 끓이는 국, 어린아이 밥공기만한 그릇에 담은 밥까지가 큰스님 한 끼 공양이다. 아침 공양은 밥 대신 흰 죽 반 그릇으로 대신했다......." 2004/04/05 20:16

http://blog.naver.com/01young01?Redirect=Log&logNo=120001616316  

(원전은 '성철스님 시봉 이야기' 원택 저, 김영사, 2001.12.9)


왜 이걸 검색해 보았느냐면 흔히 자반이란 건 짜게 만들어진 음식인데 무염식이라니,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서 찾아보니 내 생각이 맞다.


무염식 : [無鹽食] [명사]간을 거의 치지 않고 싱겁게 만든 음식. 신장염 따위의 질환에 대한 식이 요법으로 쓴다.

콩자반 : [명사]콩을 볶거나 삶아서 기름, 깨, 물엿 따위와 함께 간장에 넣고 조린 반찬.


좀 더 검색을 해보니 여기서 '콩자반'이란 건 '불린 검은 콩'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검은 콩을 불렸으니 우리가 세속에서 먹는 자반과 아주 비슷한 모양일 수밖에. 애초에 원전에 잘못 표현된 것을 그대로 옮기니 역시 잘못된 표현이 되고 만 것이다. 컨닝하다가 틀린 답을 옮겨 적은 꼴이다. 장하다, 정진홍!


정 진홍은 이 칼럼에서, 여기저기 짜집기한 성철 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주저리 떠벌인다. 거의 90% 이상을 성철스님의 일화에 관한 내용을 전한다. '이 뭐꼬?' 라든지 '세 가지 병', '자력(自力)을 다했을 때에야 타력(他力)이 나타나는 법'등을 동원하니 엄청나게 마음 공부를 많이 한 사람 같아 보이지만, 사실 글자만 주워 모아 놓은 것이다. 남이 공부하고 깨우치고 설파하고 행동한 내용을 글만, 껍데기만 옮겨 놓았다.


그는 이런 이야기로 결론을 맺고 있다.

 

"성철 스님은 가신 지 오래지만 그 가르침은 여전히 살아서 장군죽비처럼 우리를 내리친다. 그 장군죽비를 기꺼이 맞으면서 속고 속이며 간첩마저 활개치는 이 혼돈의 시대에 졸지 말고 깨어 있자! 그리고 음흉한 이 시대의 밥상에 먹히지 말고 우리와 후손이 제대로 먹을 새 시대의 밥상을 새로 차리자! "


결론에 왜 간첩이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마치 중학생들 수행평가 문제에 "성철스님과 간첩의 관계에 대해 논술하시오."라는 문제의 답안을 억지로 쓴 것 같다. 그것도 시간에 쫓겨서 헐레벌떡 쓴 모양이다.


아 무튼 이런 신문사에서 NIE를 한다고 추태를 부리는 것이 우습다. 더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인간이 논설위원인 신문사가 학생들의 논술에 개입하는 모습은 마치 이 시대의 밥상을 깨부수러 다니는 아귀들 같다고 하면 내가 너무 나간 걸까?

 

정진홍 칼럼 <성철스님의 밥상>

http://article.joins.com/article/viewaid.asp?ctg=&aid=2838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