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노명박 밀약설이 성립하려면…

olddj 2009. 5. 7. 18:51
 지금와서 노명박 밀약설을 제기하는 인간들의 뇌구조가 의심스럽다. 보고 싶은 뉴스만 보고 듣고 싶은 뉴스만 듣고서, 꼴리는 대로 상상해서 나오는 대로 씨부린다.

용어의 조어가 틀렸다. <시사저널>4월 8일자의 기사가 맞다고 인정을 하더라도, 아니 맞다면 오히려 이 건은 ‘노명박 밀약설’이 아닌 ‘형님들 밀약설’이 옳다. 시사저널의 제목부터가 “깨어진 약속 갈라선 형님들”이다.

형님들 간의 ‘밀약’이 있었다고 인정해 보자. 그 내용을 시사저널은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비자금 자료’를 바탕으로 라인을 만든 추 전 비서관이 당시 건평씨측에 요구했던 것은 ‘BBK 사건에 대한 공정한 처리’였다. 한마디로 검찰이 수사 중인 이 사건에 청와대가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반면, 건평씨측에서는 ‘(집권하더라도) 로열 패밀리는 건드리지 말아달라’라는 요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펼쳐지는 상황을 보면 건평씨측에서 왜 그런 요구를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추 전 비서관이 기자에게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말했던 것도 맥락이 같다.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이후보 캠프의 핵심 인사들은 추부길-노건평 라인이 가동되는 것을 당시에 알고 있었다. 추 전 비서관이 혼자 독단적으로 움직인 것이 결코 아니었다.

사실 노건평으로서는 이렇게 편한 요구사항이 있을 수 없다. 노무현의 성격이나 태도, 당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검찰이 수사 중인 이 사건에 청와대가 개입’한다는 것은 연목구어의 상황인 것이다. 노무현 청와대가 5년 임기 내내 검찰과 불편한 관계를 맺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제이유 사건과 관련해서 이재순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엮으려고 허위자백을 강요하기까지 한 사실도 있다. 어디 BBK사건 수사에 청와대가 개입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노건평이 부탁하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평소에 공부 열심히 하고 늘 1등만 하는 아이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이번에는 꼭 1등하거라”하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단지 그때 이상득(이명박)측은 아주 급박한 상황이라고 판단, 줄이 닿는 곳이라면 다 쑤시는 가운데 노건평도 택해진 것 아닌가 싶다. 혹 노건평이 형식적으로나마 몇 군데 전화를 돌렸을랑가 모르겠지만, 그 영향력이란 게 검찰을 움직이는 힘이 되지는 못할 것이 뻔한 일.

또, 노건평과 이상득은 격이 다르다. 노건평이 노무현에게 직접 한 청탁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는 건 다 아는 일이다. 하지만 이상득은 다르다. 지금도 ‘상왕’ 어쩌구 하면서 그 영향력을 조롱하기도 한다. 하여, 노건평은 ‘(집권하더라도) 로열 패밀리는 건드리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을 수 있다. <시사저널>에 난 기사를 보면 ‘비자금’운운했는데, 아마 박연차나 정대근 건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2008년 7월31일 국세청이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 대해 전격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이 결과가 11월인가에 이명박에게 직보되고, 이명박은 웃었다지? 한상률은 그 옛날 김유찬 처럼 해외로 나가버렸다.

이 <시사저널> 기사가 사실이라면, 거기다가 내가 쓴 소설까지도 맞다면 이상득은 두 번이나 나쁜 넘이 된다. 첫째는 그런 밀약을 했다는 사실이요, 둘째는 그런 약속조차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것이다.

아무튼, ‘노명박 밀약설’을 자꾸 끄집어내는 측은 누구인가? 웹검색 한 시간 정도면 대충 윤곽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내가 썼듯, 이건 ‘형님 밀약설’이지 ‘노명박 밀약설’이 아니다. 사실 (<시사저널> 기사가 사실이라는 전제로) 이명박이 이렇게 노무현에게 칼을 휘두르는 자체가 ‘밀약’은 형님이 했지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는 ‘이명박식 사고방식’에 기인하는 바 크다고 본다. 근데 칼을 휘두르다보니 너무 휘둘러 버렸다. 하여, 이명박의 의중은 뻔하다. 뭐 대충 여기까지만 쓰겠다.

아무튼,  ’노무현’을 끼워 넣어야 말이 되는 것들을 웃으며 지켜보니, 노무현이 대단하기는 대단한 사람이다.

뉴스를 보면 예전 박연차를 소개할 때 아주 오랜 기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수식이 붙었다. 그런데 요즘 박연차의 의형제라고도 하는 천신일 기사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말이 좀체 붙지 않는다. 거 봐라. 노무현이 얼마나 대단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