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유감

신경민의 '라면 클로징멘트'와 손석희의 '무죄추정의 원칙'

olddj 2009. 4. 10. 20:10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청와대에서 현금 가방을 받았다는 진술이 맞다면 충격적입니다. 처음 형님과 조카사위 문제에 이어 본인과 부인, 그리고 아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전직 대통령 부부와 일가족 대부분이 조사 받는 최초의 사례가 됩니다.
가족 같은 박연차 회장의 쌈짓돈이라지만 "난 깨끗해"란 큰소리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2009. 4. 9.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멘트


어제 뉴스데스크의 클로징이다. 어디서 많이 보던 것 같지? <조선일보>의 트레이드 마크 '라면 사설'과 매우 비스무리한 구조다. 게다가 검찰에 대한 신뢰가 묻어나는 멘트다. 신경민의 멘트답지 않다. 씨네21 기자 김혜리는 신경민과 인터뷰를 하고는,  그가 "'정보와 사실, 진실'이라는 세 단어를 주의 깊게 구분해 사용했다"고 평한 적이 있는데, 어제의 멘트는 그 반대였다.

어제는 공교롭게도 mbc기자들의 제작 거부가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신경민의 멘트가 진심이었다면 지금까지의 평가는 많이 과장된 것이고, mbc 조직 보호를 위해 그랬다면 강단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기계적 중립을 위해 그랬다면 언론인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각주:1] 최근 사내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경영진의 앵커교체설과 관련해 "이 마저도 그만두라면 그만 둘 것"이라고 신경민은  밝힌 바 있다.

뉴스데스크

'다시보기' 화살표 누르시는 분은 설마 없겠지? ㅋㅋ



지금은 아주 평이하게 남북관계를 리포트하는 전직 탐사기자 이상호. 그는 지난 정권에서 2번의 징계를 먹은 적이 있다. 그 징계를 내린 사람은 바로 최문순이었다. mbc노조는 정치권으로 향하는 그의 등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퍼부은 바 있다. 언론에 몸담고 있다가 정치에 투신하면 다 나쁘다는 식의 기계적인 논리였다. [각주:2] 그러나 조직의 논리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거기다가 정권 차원에서 자행되는 듯한 광고 탄압의 기미도 있다. 더욱 복잡해진다. 이미 뉴스데스크의 리포트들은 정권을 상당히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개중 군계일학인은 앵커에게 이런 비판을 해야 하는 나도 참 한심하기는 하다. 하지만 신경민, 그가 조직 논리를 벗어나 좀더 큰 가치를 위해 싸워주었으면 한다. 나중에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끝까지 버티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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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가끔 손석희를 듣다가 요즘은 듣지 않는다. 왜냐면 예전의 손석희가 아니기 때문이다. 홍준표가 자주 나오는데 말빨이 딸리는 경우가 더 많다. 질문도 핵심을 찌르지 못한다. 그런 손석희가 어제 백분토론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이야기하며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이정희의 발언을 제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은 검경의 피의자에 대한 태도를 가리키는 것이지, 언론이 사실보도를 하는데 감안해야 할 것은 아니다. mbc는 뒤늦게 최용익 논설위원이 라디오 논평에서 "해당 언론사라는 이름의 유령이 2009년 한국 언론가를 배회하고 있다"며 실명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수많은 언론이 <조선일보> 단 하나의 협박에 못이겨 힘겨워하는 모습이 참 딱하다. 그런데 손석희까지 그랬다니, 이제는 완전 황당하기까지 하다. 보약이라도 지어 먹어야지, 손석희가 너무 허虛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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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어느 뉴스 제목에서 '김미화, 신경민 다음은 손석희'라는 타이들을 보았다. [각주:3] 김미화나 손석희, 신경민은 mbc의 간판이다. 그냥 간판이 된 것이 아니라 꼴통들이나 정신병자(같은 말인가?)를 뺀 많은 국민들이 호응을 하기 때문에 간판이다. 그런데 만약 이들을 몰아낸다고 하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갑자기 마태복음 16장의 글이 떠올라서 하는 얘기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오.


 




 

  1. 약 20여일의 신경민 멘트를 훑어 보았는데 이런 류의 멘트는 없었다. [본문으로]
  2. 뭐, 일종의 정치적인 일관성을 위한 쑈일 수도 있다.^^ [본문으로]
  3. 김미화 프로그램도 한번 씩 듣는데, 역시 몸을 많이 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