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삼각동맹

olddj 2007. 4. 4. 11:20
민주노동당에서 현 정부를 조중동문-한나라당과 엮어서 3각동맹이라고 조롱한다. 한겨레의 김종철은 대통령이 '정의파 운동권에서 시장파 ‘운동권’으로 대변신'했다고 하며, 그 삼각동맹을 비아냥거린다.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라고 말했던 노무현을 기억 못한다는 듯이.

사사건건 노무현을 갈아마시지 못해 안달하던 조중동이다. 육두문자 비스무리한 거를 섞어가며 노무현에게 적개심을 표출하던 한나라당이다. 그런 조-한 연합이 한미-FTA에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노무현을 칭찬한다. 오죽하면 청와대의 누가 "(조중동의 칭찬에 대하여) 어리둥절하지만... 고맙다..."라고 까지 했을까.

여러 이면이 있겠지만, 청와대는 한미-FTA에 있어서는 합리적이지 못한 것이 많았다. 4대 선결조건이라는 것이 그렇고, 다른 나라 FTA효과를 부풀린다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 놓는 것이 그러하다. 더구나 청와대 브리핑의 가짜 인터뷰 기사 사건이나 anti-FTA 광고 불허(물론 이건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만..그리고 그 광고를 보지 않아 진짜로 문제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사건 등을 뒤돌아 볼 때 석연찮은 구석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거기에 각 방송국에서 한 FTA 관련 프로그램 몇 개를 보고 그런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그래서 나는 FTA에 부정적이었다. 조중동문에게는 노무현의 모든 행동이 절륜의 리더십이겠지만…^^;

그런데 며칠 전 <오마이뉴스>를 보니 내 정신을 퍼뜩 들게 하는 인터뷰 기사가 있었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무덤'이라는 호주도 미·호주FTA 영향으로 1년에 1조5천억원 약값 인상 효과가 있었다고 해요. 우리는 호주 같은 약값억제 제도도 없죠. 결국 1년에 2조원 정도 더 들고, (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처럼 약값을 낮추는 정책도 물 건너가게 돼요.
3~4년 뒤면 건강보험 재정에 큰 영향을 끼쳐 약값 본인부담금이 올라 비싼 약 못 사먹는 중증환자들이 속출하게 될 거예요. 2조원이면 암·중풍·심장병 다 무상의료하고도 8천억이 남는 돈인데, 다국적 제약회사에게 매년 2조원씩 퍼주자는 게 바로 한미FTA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우석균>2007-03-29 19:32
http://economy.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401129&ar_seq=



황당했다. ‘1년에 2조’라는 수치가 나온 근거가 ‘호주도 미·호주FTA 영향으로 1년에 1조5천억원 약값 인상 효과가 있었다고 해요. 우리는 호주 같은 약값억제 제도도 없죠.’다. 너무 무책임한 말을 함부로 지껄인다. 어제 <프레시안> 기사에 정태인이 쓴 글을 보니 ‘5년에 6천억~1조’라고 한다. 1조로 잡는다 해도 10배 차이다. 선전선동도 중요하겠지만, 또 그 충정은 알만 하지만 청와대 보다 훨씬 더한 극단의 추측 혹은 상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 뱉는 걸 보고 충격 받았다. 또 인터뷰한 오마이뉴스 기자는 뭔가. 그 자리에서 근거를 추궁해야 할 것 아닌가. 메인에 오래도록 달려 있는 그 기사를 보고 참으로 참담하였다. 이런 예는 숫하게 많다. 아무튼 그로부터 사흘 후 택시기사 허씨는 분신을 감행했다.


***

민주노동당에서 이야기하는 삼각동맹 비슷한 것은 내가 시간이 없어서 조롱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 같은데, 얼마 전에도 있었다. 노무현이 내어놓은 연임제 개헌 말이다. 민주노동당-한나라당-조중동문-한겨레가 개헌 반대에 있어서는 사각동맹이었다(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런지 모르지만 이노무 동맹은 반대하는데 별 논리가 없다. 오죽 명분이 없으면 ‘개무시 전법’을 사용한다거나 “FTA가 급하지 개헌이 급하냐?”식의 논리, “정치적 음모가 있다”, “안될 거 왜 하냐?”식의 분별없고 앞뒤없는 반대를 한다. 한심한 일이다.

근데 더 한심한 일이 어제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국민연금 개혁 법안이 부결된 것이다. 통합신당파들이 역사에 남을만한 껀수를 올렸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과 함께 안티 유시민으로 짝짜쿵이 되어 캐삽질을 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연금 문제는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개혁의 필요성이 있던 걸로 기억한다. 더욱이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같이 이미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는 것들도 개혁은 요원할 것이다. 감자가 뜨겁다고 손도 대지 않을 것인가. 굶어 죽자는 말인가. 도대체 어쩌려고 그러는 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정치인이라면 밤에 잠이 안 오겠다.-_-;


아무튼 결론을 두 개로 내어 본다.

극단적인 추측이나 상상으로 비판하거나 선전선동 하면 안 되겠다. 납득이 가능하도록 근거 제시하면 좋겠다. 그건 조선일보나 오마이뉴스나 마찬가지다.

민주노동당은 ‘삼각동맹’ 들먹이면서 비아냥대지 말라. 조선일보가 나쁜 신문인지나 아나? 조중동-한나라당과 동맹 맺었다는 의심을 산 적은 없나? 부끄러운 줄 알란 말이다.
*********************
몇 달 전 <한겨레>에 간지로 fta 홍보 찌라시가 함께 배달된 적이 있었다. 그 때 fta반대하는 분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흥분하는 것 같더라.
나는 그때 참 웃기더라. 몇 년도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으나, 서울시장 후보로 이문옥씨가 나왔을 때 광고 낸 신문이 중앙일보였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라는 생각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쪽 꼴통이든, 저쪽 꼴통이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