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유감

막장 드라마, 막장 언론, 막장 대통령

olddj 2009. 4. 13. 08:43
막드를 잠시 보다

여자가 버스를 기다리는데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와서 여자를 붙잡고 뭔가 심각한 대화를 나눈다. 그때 막 버스가 온다. 버스의 문이 열리자 여자가 남자를 뿌리치고 버스에 타려고 한다. 그때 다시 남자가 여자를 붙잡고 뭔가 말을 한다. 여자가 대답한다. 대화는 한 2분 정도 계속된다. 버스의 문은 열린 상태고, 운전기사까지 화면에 잡힌다. 그리 긴 대화를 나누는데 운전기사는 재촉도 하지 않고 차는 출발하지 않는다. 남녀의 대화가 끝난다. 여자가 버스에 타서 뒤로 들어가는 모습이 화면에 잡힌다. 무표정한 승객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다. 비로소 운전기사는 차 문을 닫고 버스는 출발한다.

"아이 씨, 저 버스는 왜 안가는 거야?", "저 운전기사는 천산가?", "핫, 저런 게 어딨어?" 라고 쭝얼거리니, 아내가 답한다. "요즘 드라마는 그런거 신경 안 쓴다. 달리 막장이가?"란다. 한 보름 전 쯤 우연히 tv보는 아내 옆에 잠시 누워 같이 보다가 생긴 일이다.

원래 드라마를 잘 보지 않지만, 너무 사실감 떨어지는 상황 설정에 "에잉~"하며 내 방으로 건너와 버렸다. 출생의 비밀, 복수, 불륜에 삼각관계(사각이나 오각도 있다고 들었다.), 재벌 아들(혹은 딸), 기억상실증... 스토리 자체가 이런 설정이 주를 이루고 우연이 반복되며, 화면이 만화의 구도와 거의 같다... 이런거는 알고 있었으나,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황 설정에 어이가 없었다. 물론 내가 그 드라마의 내용을 알거나 집중한 것이 아니기에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tv연속극은 시청률만 나온다면 어떤 비난도 감수하고 더욱 더 막장으로 달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자극적, 말초적 재미만 있으면 시청자들도 상황 설정 그딴 거 신경 안 쓰니깐.


중2 수준의 시청자, 독자

재작년 신정아 파문 때 우리는 막장 언론을 보았다. 작년 중앙일보에 의해서도 또 다른 의미의 막장 언론을 본 기억이 있다. 중앙일보는 물론 사과를 하기는 했으나, 그 또한 중앙일보의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다. 우리나라 신문 중에 사과를 가장 화끈하게 하는 신문이 중앙일보다.

그럼에도 크고 작은 잘못은 계속된다. 왜? 막상 칼자루를 쥐고 있는 신문 소비자(독자)가 그 사과를 보고 오히려 높은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이후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그야말로 중2 수준의 독자[각주:1]로 안주한다. 아무리 막장으로 가더라도 수준 낮은 독자들이 헬렐레하고 있는 한 끝없이 막장은 계속되는 것이다. 자신의 기호나 이념, 정치 성향과 맞다고 해서 기본을 무시하거나 중대한 실수를 하더라도 오히려 덮어주는 의리있는 독자들이다. 물론 중2 수준의 의리라 문제지만.

이름이 아직도 기억난다. 다미소(상표), 에이미트(상호). 토론에 자주 나오던 박 모 사장 망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막장 언론

요즘 우리는 또 다시 언론의 막장이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가를 보고 있다.
검찰청 피의자 조사실에서 피의자 진술이 거의 실시간으로 여러 언론에 골고루 분배되어 나온다. 어제는 이 신문, 오늘은 저 방송, 내일은 요 신문, 모레는 또 어디 식으로 말이다. '[단독]'이라는 자랑스런 타이틀을 걸고 나올 때도 많다. 예를 들어 [단독] 박연차 회장 "청와대가 사업 도와줬다" 와 같은 꼭지같은 것들이다. 이건 아예 사기다. 언론이 검찰의 충실한 속기사나 오퍼레이터인 한 그 언론은 막장이다.

아니, 받아쓰기만 하면 참 다행이다. 더 넘겨 짚어서 '~로 보입니다.', '~라는 뜻을 비쳤습니다.'류의 헷깔리는 간접인용 문장들은 또 얼마나 늘어났는지...  분석이나 해설기사는 더 엉망이다. 전두환이 소환된 것과 노무현이 소환되는 것을 단순비교하고 포괄적 뇌물죄란 것도 단순설명에 그친다. '盧 사과문, 정상문에 보낸 메시지?'라는 연합 기사는 소설의 품격을 갖추었다. 기사로는 캐막장이지만.


막장을 지나 캐막장
 
1991년 걸프전 당시 CNN을 필두로 한 케이블 텔레비전이 전쟁 보도를 실시간 중계했다. 우린 마치 영화나 게임 화면을 보듯이 그 광경을 보았다. 생중계는 뭔가 자극적이며 끄는 맛이 있다. 언론 보도에서 속보가 중요하며, 특종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영상은 '조작된 현실'이라고 보아 타당할 것이다. 영화나 게임 화면을 보면서 느끼는 현실감, 허구의 현실감이다. 시청자들은 편안한 자세로 드라마를 소비하듯 뉴스를 소비한다.


어제 kbs 9시 뉴스 '노건호-취재진, 한밤의 추격전'란 꼭지는 신정아 사건 이래 모처럼 보는 추격전이었다. 근데 이건 생중계도 아니고, 전쟁 상황도 아니다. 따라갈 이유가 전혀 없다. 신정아 사건 당시에도 욕을 상당히 많이 들어 처먹은 걸로 기억하는데, 또 그랬다. 막장 드라마와 같은 마인드다. 욕 들어 처먹는 그런 거 신경 안쓴다는 거다. 피의자의 인권이나 사고 유발 가능성 같은 것은 안중에 없다. 노건호가 아침 일찍 검찰에 출두해야 한다는 걸 알텐데도 그런다. 도대체 뭘 하려고 따라간 걸까? 또 따라가다 놓쳤으면 그만이지, 놓친 것도 뉴스다. 이런 넘들은 파파라치지 기자가 아니다. 따라다니려면 조선일보 방가방가나 쫌 따라다니지..

중요한 것은 mb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 검찰, 경찰, 언론들이 급속히 막장트렌드가 되었다는 거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통일.... 모두 막장으로, 막장으로. 앞서 이야기했지만 막장의 특징은 '욕을 들어 먹든', '상황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든' 별 신경 안쓴다.[각주:2] 걍 간다. 똥을 질질 싸면서.

 나라의 품격이 개판이 되고 있다. mb 같은 희대의 막장 대통령을 만든 국민들의 업보라고 생각하기에는 희생이 너무나 크다.

아아아앙아 이 막장대통령을 우예 하꼬?






  1. 조중동은 그나마 중3 수준에 머물러 있던 한국 사회를 , 중2 수준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조중동, 그게 어디 신문인가? - 조순 ( 전 부총리 . 서울시장 ) [본문으로]
  2. PSI참여 문제, 국립오페라 합창단 해체 문제, 막가파식 낙하산 인사, 글로벌 호구라는 별칭, 장자연 방가방가, 용산 살인, 거품을 거품으로 덮는 정책, 미네르바 구속, 삽질경제, 만사형통, 유튜브와 실명제 등등..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