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최열과 강금원, 누가 더 억울할까?

olddj 2009. 4. 12. 03:17

얼마전 한겨레에 난 최열 환경재단 대표의 인터뷰 를 읽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두 번 씩이나 기각되었으니, 검찰의 영장청구가 얼마나 무리했는지는 수이 짐작할 수 있다. 또 최열은 제대로 된 영장전담판사를 만나는 행운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최열도 시민단체들이 운동만 앞세워 (회계와 같은) 돈 문제를 소홀히 한 것은 인정을 하고 있다. "정치적 사건이 아닌 것 같으면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그것도 횡령과 알선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비겁"한 놈들 때문이라는 역설이 남지만, 시민단체 전반에서 '회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최열은 상징적인 인물임과 동시에 존경할만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가 인터뷰에서 삼성 사외이사를 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내 의견과는 사뭇 다르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할 기회가 있으려나? 일단 넘어 가기로 하자.

강금원 신창섬유 대표는 구속되었다. 박연차 건으로 구속하고 싶은 데 아무런 구속 사유가 없자, 다른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해서 (검찰로서는) 운좋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구속 여부가 불분명하여 대전지검에서 영장 청구를 미루었던 건件이라 한다. 혐의는 횡령과 탈세. 나는 검찰이 100%개판이라면 (검사동일체) 법원은 2/3나 3/4정도가 개판이라고 생각하는데, 최열과는 달리 강금원은 재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는 10일 0시 10분 경 대전지검에서 교도소로 가기 직전, "어려운 사람을 돕고 대통령을 도왔다고 이렇게 '정치 탄압'을 하니 달게 받겠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최열은 민주화 운동 때 감옥에 가면서 "정치적인 사건이니 실정법에 의해 판단되는 건데, 그래서 형을 받았다는 거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강금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 한국 법이 그렇다면 법대로 하겠다"고 했다. 물론 "정치 탄압이니 달게 받겠다"고 했지만 최열과는 달리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것도 인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회사돈은 빌렸다가(이 부분도 참 우습다.^^) 갚았으며, 전국에서 제일 많이 세금 내는 골프장인데 탈세라면 다른 골프장은은 어떤 상태란 말이냐.  내 생각에도 회계처리를 엉터리로 했으리라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

최열의 억울함은 그래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고, 엄청나게 긴 인터뷰를 실어주는 언론 <한겨레>도 있기에 그래도 덜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다 못해 민주당의 논평에도 자주 등장한다. 대부분 표적 사정과 관련된 것이다.



강금원은 어떤가. [각주:1]  아니 박연차 사건 전체를 놓고 보자. 조중동이 그러는 것은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쥐뿔도 없는 언론들이  떡검의 수족이 되어 놀아나는 꼴을 보자하니 참으로 인간에 대한 회의가 일어난다. 더욱이 <한겨레>의 경우는 정신상태를 의심할 정도다. (내가 받아 보는 신문이 <한겨레>기 때문에 나는 주로 한겨레를 욕할 수밖에 없다.)




"'달러 다발' 어떻게 청와대 보안 뚫었을까" 현재 시간 <하니>의 머리기사다. <조선일보> 특기 처럼 곁가지를 가지고 이슈를 한번 만들어 보시겠다는 건가요? 네, 장하십니다. 참여연대도 송영길도 노회찬도 노무현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가기 위한 이 정권과 정치검찰에 톡톡히 일조를 하고 있다.

나와 생각의 방향은 다소 다르지만 전 국회의원 최재천은 그의 블로그에 올린 글 '노무현을 위한 짧은 변명' 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특히 언론과 중간권력의 반응은 두렵습니다. 어떻게 참고 살았을까요. 그야말로 막무가내입니다.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대한 전면적 부정입니다. 잃어버린 10년을 대한민국 역사에서 완전히 도려내고, 역사의 흔적을 삭제할 듯 달려듭니다. 특히 정치적 이해관계에 바탕을 둔 특정정치세력의 뭇매는 두렵기까지 합니다. 미이라를 끄집어내 부관참시 하는 수준입니다. 노 대통령 개인의 인격은 물론 가족의 모든 행적과 언행, 주거형태, 차량소유현황, 교우관계, 동선, 사돈네 8촌까지도 심사 대상입니다. 인격적 비난의 대상입니다.
......
최소한의 관용조차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이 말이 합법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잘못된 건 분명 잘못된 겁니다. 죄에 상응하는 책임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국민을 실망시킨 죄라는 ‘신뢰배반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책임을 묻는 방식은 분명 과잉이라는 안타까움이 앞을 가립니다. 마라톤 중계방송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우리사회가 조금만 차분해졌으면 싶습니다만, 쉽진 않겠지요.

최재천 블로그 '노무현을 위한 짧은 변명'


***

돈이 없어서 쩔쩔 매던 대통령을 상상하자면 마음이 아프다. 역대 대통령 중에 돈이 없어 쩔쩔 매던 대통령, 상상가는 사람이 있나? 아니 전 세계에서, 아니아니 아프리카의 아무리 가난한 나라라도도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아프다. 그렇다고 해서 '잘못은 잘못이다'라는 말을 부인할 수는 없긴 하다. 그러나 잘못한 부분이 다 밝혀지지도 않았고, 도덕적 잘못과 법적 잘못의 구분이 유의미할 텐데도, 무차별적으로 자행되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나 언론의 캐망나니 짓거리는 받아들이기 힘든다.

나는 이번 노무현의 사과도 자신이 끝내지 않는 한 주위 사람들에게 가는 피해 가는 것을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 거라고 본다. 얼마나 미안하고 괴로왔을 건가. 다시 최열로 돌아가 얘기하면, 그는 "나 때문에 조사받은 사람 중 확인된 사람만 해도 나 빼고 84명"이라고 했다. 노무현을 엮기 위해 조사 받은 사람은 그 제곱은 되지 않을까? 검찰이 그 능력의 10분의 1만 이명박에 쏟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뭐 잠도 안 오고 해서 쓴 글이 너무 길어져서 이만 쓰려고 한다. 개만도 못한 정권, 검찰, 언론 얘기를 쓰다보니 손가락이 다 더러워진 느낌이다. 어서 가서 손씻고 자야겠다.

 
(추기) 제목에 대한 대답을 안 적었다. 난 강금원이 더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 관련 포스트 : 김구 선생의 포괄적 뇌물죄? (2009 . 4.15)
  1. 역시 고초를 겪고 있는 안희정은 그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강금원을 위한 변명>에서 강금원이 어떤 사람인지 잘 말해주고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