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유감

노무현이 '결국 고개를 숙인 바 있다'고?

olddj 2008. 11. 26. 15:25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세 번 구속에 세 번 다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다. 정치검찰의 난도질에도 용케 버텼다. 모든 사람이 이처럼 마지막에 억울함을 벗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어지간한 법지식과 강단, 끈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어제 광주에서 열린 '오송회'의 재심 판결에서는 26년 만에 무죄가 선고되었다. 판사는 "피고인 본인과 가족이 겪은 고통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했다. 요즘에는 과거 '오송회'사건과 같은 억울한 판결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모든 판검사가 이번 오송회 사건을 판결한 판사 같지 않으리라는 나름의 판단 때문이다.

오늘 <프레시안> 기사를 보니 좀 황당한 멘트가 있다.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인사들은 '참여정부에 측근 비리는 없다'는 주장을 자존감의 근거로 고수해왔다. 하지만 지난 2007년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을 때에도 노 전 대통령은 "판결이 나올 때까지 측근 비리라 할 수 없다"고 했다가 결국 고개를 숙인 바 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081126112315

윤태곤 기자 정도 되면 정윤재의 판결이 끝까지 다 나지 않았음을 분명 알 터인데 어찌 이리 어이 없는 기사를 썼는 지 모르겠다. 간단한 사실도 체크하지 않았단 말인가? 판결이 다 나지도 않았는데 언제 어떻게 고개를 숙였다는 말이지?

현재 정 전 비서관 측은 재판부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같은 형량이 선고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뇌물 제공자의 주장에만 의존해 판결을 내린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 비서관 측은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인데 이 경우 오는 10월 징역 1년이 만기가 되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 전에 형량을 채우고 출소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맞게 된다.
http://weekly.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9/02/2008090201048.html

부산 건설업자 김상진(43.수감중) 씨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 등으로 구속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상고 중인 정윤재(44) 전 청와대 비서관이 20일 대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따라 석방됐다.
정 전 비서관 변호인 측은 징역 1년 형기가 만료됨에 따라 지난 18일 대법원에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취소를 청구했으며, 대법원은 이날 오후 정 씨 변호인 측 요구를 받아들여 구속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정 전 비서관은 석방 상태에서 상고심 재판을 받게 됐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2324669

윤태곤 기자는 경향신문의 아래 기사를 보고 유추하여 시적詩的인 표현을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에 측근 비리는 없다’는 점을 자존심처럼 강조해왔다. 지난해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을 때에도 노 전 대통령은 “판결이 나올 때까지 측근 비리라 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측근론’으로 이번 사정 바람을 방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친노 직계 인사들도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그래서 ‘측근론’은 쏟아지는 화살을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11241817285&code=910402

윤태곤은 경향신문의 이 기사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봐진다. 경향신문의 이 기사는 정윤재 '구속'에 검찰이 얼마나 무리수를 두었는 지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히 저질기사다. 아무리 분석 기사라고 해도 '~의문이다' '~눈치다' '성격이 짙다'와 같은 주관적이면서도 애매한 표현이 좋은 기사, 고급기사 어휘라고 볼 수 없다. 죄가 확정이 되지 않았을 뿐 더러,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검찰의 수사 내용을 아주 믿는 모양이다. 넘겨 집는 표현이 도를 넘었다.

또 검찰의 언론 플레이에 아주 아주 끌려가고 있다. 작년 신정아, 변양균 사건에서 꼴통 찌라시들이 여론몰이를 하고 검찰이 언론 플레이할 때 질질 끌려 가던 마이너 언론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는 것 같다. 정윤재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삼인성호'나 '증삼살인'의 고사가 이 시대에 발휘되고 있다. 아쉽게도 그 첨병은 조중동 뿐 아니라 모든 매체를 망라하고.

나는 검찰이 '아주 할 일이 없는 놈들'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체크해 보지 않았지만 작년 말에 내 블로그 접속 아이피를 확인해 보면 '대검찰청'이 단골 손님이었다. 검찰이 이명박과 꼬리곰탕인가를 먹었다는 그 전후였을 게다.

노건평이 죄가 있는 지 없는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프레시안이나 경향의 보도는 조중동만큼이나 어이 없다. 정윤재까지 끌어 들여서 노무현이 곤란한 지경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은가? 번짓수가 좀 틀렸다.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와 여론몰이식 언플은 검찰의 신뢰와 권위를 우습게 만들고, 그걸 조종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조중동의 보도와 더불어 이런 기사들이 언론의 격을 떨어뜨린다. 디테일에서 이렇게 빈틈을 보이는 기사가 어찌 기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