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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기(記)

olddj 2006. 8. 29. 01:16

휴가 때 일이다.
 

친가에 들러서 아버님과 설전을 좀 했다.

전작권에 관한 얘기였는데, 결정적으로 아버님이 하신 말씀이

"거기에 더 드는 돈이 다 국민세금 아니냐... 노무현 새새끼..."

뭐 이런 내용 이었다.

"아부지, 무슨 돈이 얼마나 더 든다는 얘깁니까? 뭐 알고 계시는 거 있습니까?"

이리해서 간단하게 대화는 끝났다.

별로 아시는 게 없었던 게다.

늙어 힘없는 아버지에게 너무한게 아니었나 싶어 좀 후회가 되기도 한다.
 

장인과는 함께 개고기 먹으러 갔는데, 일제 강점 말기 얘기가 주된 화제였다.

일제 말기에도 창씨개명하지 않은 조선인이 많았고 장인도 그 중 하나였다고 한다.

중학교에 진학하려면 어쩔 수 없이 창씨개명을 해야했다고 한다.

이리 역사 증인들이 살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의 정치인이나 오선화, 김완섭 등이 헛소리하는 것은

참으로 참기 힘든 일이다.


내 어머니는 625때 얘기를 일일교사를 하면서 열변을 토하셨던 분이다.

그 때야 엄하던 시절이라 "때려잡자, 공산당"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때 이야기를 해달라니 어머니는 입을 닫아 버리신다. 웃으면서.


장모의 전쟁기억은 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대구에 사셨는데 인민군의 해꼬지는 없었다고 한다.

미군들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라고도 하셨다.

미군들이 무서워 남장을 하고 지내다가

미군들이  집으로 쳐들어 오길래

뒷뜰로 도망치다가 뒷뜰 눈밭에 엎어졌단다.

미군들이 엎어진 뒷모습을 보고 '남자 아이려니'하고 그냥 갔다는 것이다.

요즘 이라크에서 하는 짓거리와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민족이란 무엇인가.

우리 아버지요, 어머니다.

바로 우리 이웃이다.


역사가 단절된다는 것은 내가 나를 잊고 산다는 것과 마찬가지 이야기일 것이다.

당장 부모님들에게만 잘 여쭈어도 그런 단절은 생기기 힘들다.


오늘도 헛소리를 해대는 인간들때문에 취중에 글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