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잡담

박근혜와 여걸식스

olddj 2005. 5. 25. 20:34
<한겨레21>을 오랜만에 돈 주고 사 보았다. 특집에 개그우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참 생각할 것이 많다. 개그우먼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온갖 전통적이고 고질적인 편견의 농축은 읽는이를 외려 슬프게하는 반개그적인 면이 있다. 사회에서 가장 스폿라이트를 받는 것 같은 그녀들이지만, 그 인기의 기초에 진정한 인간미가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 진정성이 바탕이 되어야 스타가 되는 것이 아닌가? 또, 그래야 진정한 스타가 아닌가?

며칠 전 강준만이 <인물과 사상>에 쓴 글이 "노 정권이 오늘의 박근혜 만드는데 일조"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된 것을 보았다. 아마 그 제목이 강준만의 글을 확실히 요약한 것은 아니리라 믿는다. 단지 말초적인 제목을 뽑다 보니 그리 되었을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그리고 그 제목 자체가 그리 틀린 말도 아니니, 달리 책잡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기사를 읽건대, 박근혜의 여론조작술 혹은 이미지조작술을 소위 그 방면에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학자'가 자기 직업을 잊은 듯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이채로웠다. 그 조작을 한 꺼풀 벗겨서 대중의 무지를 깨우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이용해서 지극히 정파적인 생각을 늘어 놓는 것은 옳은 일일까? 몇 년 전만 해도 꼴통스런 언론들의 이미지조작이나 여론조작을 파 헤치던 이가 오히려 그것을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문희상은 430보선 유세에서 두 군데의 선거구에서 공히 "국회 건교위 상임위장은 xxx(혹은ooo)입니다. 밀어 줍셔"했다가 카메라에 찍히는 바람에 개망신을 당했다. 말을 함부로 할 것도 아니요, 이미지나 여론의 조작이 그리 간단한 것도 아닌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박근혜는 자기 아버지의 유전자를 받아서 여론 조작, 이미지 조작으로 한 세상을 풍미하고 있다. 때만 되면 재래시장으로 달려 가지만, 재래시장이 나아진 것이 무엇인가? 김정일을 만났다고 하지만 남북관계가 나아진 것이 무언가? 중고등학생들의 디카폰에 많이 찍힌다고 하지만 진정 그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 그런 생각을 해 보면, 강준만의 연구는 연구의 내용이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연구의 주제가 잘못된 것이리라. 박정희가 모내기철에 논에서 모심는 사진을 찍었지만 우리나라 농촌의 피폐는 그에게서부터 비롯되었음에랴. 쉬는 시간 막걸리를 마시며 촌로들과 환담했던 것은 안가에서의 시바스리갈을 먹기 위한 준비작업이었음에랴!

개그우먼들이 진행하는 프로 중에 '여걸식스'가 있나 보다. <한겨레21>에 의하면 '여걸식스' 출연자가 엄수해야 할 조항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3척 금지 조항'인데, 예쁜 척, 잘난 척, 약한 척을 하는 여자는 공공연한 왕따 대상이 된다고 한다. 이 조항에 의하면 박근혜는 지금 바로 왕따되어야 옳을 것 같다. 하지만 박근혜가 왕따되지 않는 것은, 여걸식스는 시대를 앞서 가고, 박근혜는 과거의 자락을 붙들고 가기때문이 아닐까? 강준만은 그 자신만의 혜안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무시로 넘나드는 모험을 하는 것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