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유감

'세계언론자유지수' 유감

olddj 2005. 10. 22. 02:14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세계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였다. 우리나라는 34등/167개국이다. 지나간 등수를 살펴 보니 2002년 39/139, 2003년 49/166, 2004년 48/167 으로 상향되었으며, 올해는 아시아에서는 1등이다.  

이 보도를 보는 나는 착잡하다. 이건 자랑이 될 수 없다. 그건 내가 워낙 등수놀이를 싫어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험 점수나 물리적으로 계량되어 나타나는 것들은 등수를 매긴다는 것은 분석의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으며, 발전의 계기도 될 수도 있다. 1리터짜리 병은 0.5리터짜리 병보다 크다는 것은 얼마든지 측정 가능한 것이되, 인문사회학적인 데에 들어 가면 어느정도 유용한 데이터를 얻을 수는 있을지언정 가치부여에는 아주 신중해야한다. 얼마전 조선일보와 한국일보가 세계은행의 일개 연구원 자격 '통계분석표'에 등수를 매기고 가치부여를 하는 천박한 짓거리를 해대는 것을 보고 참으로 그에 대한 심각성을 느낀 바 있다.

하여, 0.5점 차이로 일본에 등수를 3등 앞선 것을 가지고 아시아 1등이라고 좋아하는 일은 매우 천박한 일이 될 것이다.(우리나라는 공동 34위이다. 따라서 바로 밑의 등위가 일본인데도 등수는 3단 차이가 있다. 슬로바키아Slovakia는 1위와 0.25점 차이로 8위다. 1등이 일곱 나라인 탓이다. 억울하게 되었다. ㅠㅠ) 또한, 북한의 신문들이 김정일 욕을 못하듯이, 조선일보는 방사장 욕을 할 수 없다. 중앙일보는 홍사장과 이건희를 싸고 돌 수 밖에 없다. 어찌 보면 북한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밥줄을 쥐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사회주의 독재권력이나 우리나라 자본주의 조직사회 권력이나 오십보 백보다.

더 나아가 국가보안법과 같은 반인권적인 법이나, 사상의 자유를 포용하지 못하는 기득세력에 의한 간섭까지도 반영했는 지는 의문이 든다. 대충 진보적이라는 사람들까지도 "나는 강정구의 의견과 반대다."라는 말부터 꺼내고 나서 이야기하게 되는 현실이다. 그만큼 주눅든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요, 의식적이든 아니든 보이지 않는 흉기에 의해 탄압받고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강정구도 데일리서프에 기고한 글이 문제가 되었다. '필화'사건인 것이요, 언론 탄압인 것이다.

이상호기자의 X파일사건도 마찬가지다. 이상호기자는 실컷 취재하고 몇 달 간 보도하지 못했고, 그 취재원도 결국 보호되지 못하였다. 홍석현과 이학수의 이름으로 법원에 가처분신청이 들어 갔는데도, 그 실명을 보도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해야 하던게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인 것이다. 나 역시도 나의 생각을 온전하게 다 말하지는 못한다. 블로그도 언론이요, 하나의 게시물도 넓은 범주에서 언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측면에서다.

다시 이상호기자를 이야기하자면 구찌핸드백 사건 때 양심선언 비슷한 것을 하고도 3개월 감봉을 받았다. 또 민간의학에 대한 꼭지를 보도하였다고 하여 얼마 전 또 한 번 1개월 감봉을 받았다. 이러한 것들이 과연 '언론의 자유도'에 감안되었는지는 매우 의문인 것이다.

그렇다. 김중배 선생은  "언론은 이제 지난 80년대까지 언론자유를 제약해온 권력과의 싸움보다 더 원천적이고 영구적인 제약세력인 자본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하였다. 참으로 혜안이었다. 등수 몇 등에 눈알에 핏발세우고 잡아 먹으려고 하는 이 시대에.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이란 글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김구선생은 일등을 원하지 않았다. 단지 문화의 힘을 기루자고 하셨을 뿐이다. 일등주의, 제일주의는 단지 이병철시대부터 내려온 자본의 천박한 문화일 뿐이다.
천박하고 허황된 등수놀이는 사양해야 한다. 그것에 깨춤을 추는 것은 조중동의 수사법(레토릭)에 꼼짝없이 넘어 가는 멍청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