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유감

<중앙>,<조선> 자동이체 구독료 인하에 대하여

olddj 2004. 1. 21. 08:36
<중앙>,<조선> 자동이체 구독료 인하 시장 정상화의 시작인가, 무한경쟁 악순환인가

중앙일보가 19일부터 자동이체 구독료를 10,000원으로 인하한데 이어 조선일보도 21일부터 같은 조건으로 구독료를 인하한다. 중앙일보는 1월 19일~4월 27일까지 경품기간을 두고 <중앙일보 100일간의 기분좋은 뉴스>라는 행사를 통해 자동이체 구독료를 인하한다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광고 중이다. 조선일보도 자사 홈페이지의 '속보 조선일보 자동이체 구독료 인하'란과 팝업창을 통해 광고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경품기간은 1월 21일~4월 30일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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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박장희 전략팀장은 <사보중앙>을 통해 "구독료 할인은 국내 신문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서 암묵적 가격 담합과 판촉 과열로 얼룩진 국내 신문 시장의 정상화를 앞당길 혁신적 정책으로 평가된다"며 "중앙일보의 결단에 영향을 받아 다른 신문도 구독료를 낮춘다면 비용 부담 때문에라도 과열 판촉전이 사라질 수 밖에 없는 만큼 건전한 신문 판매 시장을 조성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중앙일보의 인하 방침은 16일에 발표되었는데, 조선일보의 구독료 인하는 중앙일보에 영향받은 것이라고 보여진다. 또한 이번 <중앙>과 <조선>의 구독료 인하는 3대 메이저 중의 하나인 동아일보와 중소형신문사 및 지역신문들의 구독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구독료 인하는 신문시장에 다른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미 중앙일보는 우리나라 신문시장에 증면경쟁을 촉발시킨 장본인으로 질적인 성장보다 양적 성장에만 치우친다는 비판받은 바 있으며, 1996년에는 조선 중앙의 무리한 부수확장 경쟁이 살인으로까지 비화되기도 했다.

<중앙>과 <조선>의 이번 구독료 인하는 경품 사용에 대한 비판여론과 신문고시 규정 강화로 인한 신규독자 확보와 기존 독자 이탈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부수확장의 무한경쟁을 예고하는 것으로서 일종의 덤핑행위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자동이체 독자들은 자연히 충성도가 높아진다는 측면도 고려되었을 법하다. 그러나 이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신문사들이 앞서서 가격을 인하시킴으로 시장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여 중소신문사 및 지역신문사의 경영을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독과점의 공고화는 여론의 독과점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사회문화의 다양성에 독약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신문들의 광고수입의존도는 70%이상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는 미국 정도를 제외하면 매우 높은 것으로 이미 조중동의 지면대비 광고의 비율은 50% 내외를 넘은지가 오래다. 그런데 이러한 가격인하는 광고의존비율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광고주에 의한 신문지배가 더욱 강화될 수 밖에 없다.

하나의 상품을 한 지면에 기사와 광고로 같이 싣는다거나, 신문사 선정 히트상품의 남발 등은 독자를 우롱하는 행위로 이미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또 대선 불법자금선거의 보도에 있어 "기업은 돈주고 뺨맞았다"느니 "경제를 위해 빨리 수사를 끝내야한다"느니 하는 친재벌 반국가적인 논조를 보여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신문광고시장의 파이 자체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메이저 신문사들이 앞장서 가격을 인하한다면 결국은 제살 뜯어먹기식의 경쟁밖에는 되지 않는 것이며 이는 독자와 국민들에게 불행한 일이다.

또 중앙일보측의 주장처럼 '과열 판촉전'이 사라질 것인지도 상당한 의문이다. 현행 신문고시에서는 무가지와 경품을 합쳐 구독료의 20%를 넘지 못하게 되어있다. 경품으로만 준다면 28,000원 상당이고, 무가지로만 준다면 2달~3달 정도이다. 이번 구독료 인하로 인해 독자가 누리는 경제적 혜택은 1년에 24,000원인데, 이는 기존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경품+무가지의 범위 내라는데 문제가 있다.

본사가 아닌 지국 차원에서 또 다른 편법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홍석현회장의 말처럼 '명품'이 되려하면 구독료 인하라는 '언발에 오줌누는 식'의 처방보다는 우선 지국에 대한 영업 압박을 줄여야 할 것이다. 또한 '열린 보수'라는 미명하에 숭미 친재벌 논조의 편향된 오피니언을 제시하는 한 명품이 되기는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구하다는 것을 깨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영향력의 확대, 광고확보를 위해 구독료 인하 등 지속적인 양적 팽창을 꾀한다면 우리나라 신문시장은 더욱 기형적으로 변해 갈 것임을 명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