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이상돈 교수의 억지스런 글

olddj 2009. 5. 5. 16:22

지난 4월 14일자 <시사저널>에는 흥미있는 커버 스토리가 실렸다. 이상득 의원과 노건평 씨가 2007년 대선 전에 ‘밀약’을 했다는 것이다. 즉, 새로 들어설 정권은 물러나는 정권의 로얄 패밀리는 건들지 않으며, 대신 물러나는 정권은 당시 검찰의 수사에 간여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시사저널> 기사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다음이다. 당시 두 형님 사이에서 심부름을 한 “ – - 추(부길) 전 비서관이 건평씨측에 요구했던 것은 ‘BBK 사건에 대한 공정한 처리’였다. 한마디로 검찰이 수사 중인 이 사건에 청와대가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 - ”

이 기사의 맥락을 보면, “검찰이 BBK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해서 ‘무혐의’로 할 것이니 청와대가 괜히 개입하지 말라고 주문했다”는 것으로 들린다. 만일에 이런 해석이 ‘진실’이라면 그야말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다. 반면, 만일에 이 기사가 ‘허위’라면 노무현 정권 말기의 검찰 수뇌부는 <시사저널>을 상대로 <시사저널>이 문을 닫을 정도의 액수를 요구하는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이 아닌가?

MBC에 대한 강제수사에 그렇게 열을 올리는 검찰이 검찰의 존재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시사저널> 기사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조용한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비록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하나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는 노무현 정권의 멤버가 거의 그대로 유임되지 않았던가? 그들은 왜 <시사저널>이 저지른 ‘엄청난 명예훼손’에 침묵하며, 또 다른 그들은 왜 노무현을 아예 방면하자고 주장하는가?

<뷰스앤뉴스> “검찰, <시사저널>의 ‘노명박 밀약설’에 왜 침묵?” 

불구속하자는 것이 ‘방면’하자는 것인가? 아니면, 박효종의 글에 대한 불만을 확대하여 ‘방면’을 <보수언론> 전체의 주장으로 포장하는 것인가? 이미 1년 이상 노무현을 초죽음을 만들어 놓은 검찰이고 mb정권이며 언론들인데 말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검찰에 <시사저널>을 상대로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를 하라는 것은 법대 교수로서는 좀 덜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

“언론등의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 보도내용과 관련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이상돈은 정청래 사건을 기억하는가? 새빨간 거짓말임이 밝혀진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도 기자는 ‘무죄’였다. 그렇다면, 삼성 보도와 관련해서 기자들이 모두 나가고 껍데기 상태에서 새살을 채운 (막강)<시사저널>을 상대로 그 죄를 입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는 게 무난하다.

단지 이명박과 천신일 등에 대한 검찰의 미온적인 수사를 비판하기 위해 노무현을 끌어 오고 <시사저널> 기사를 땡겨 왔다면, 좀 자중하시라. 그 밀약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지금까지 보인 행태나 박효종같은 이들의 태도는 그들이 애초부터 그 밀약을 몰랐거나 무시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상황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겠지만, 참으로 논리가 박약한 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글을 늘 크게 실어 주는 <뷰스앤뉴스>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