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검찰이 코에 거는 상식과 귀에 거는 상식

olddj 2009. 4. 22. 09:23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건네받은 점을 몰랐다고 해명하는 노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배정된 국가 예산을 총무비서관이 축낸 점도 몰랐느냐고 검찰은 다시 `상식’을 내세워 몰아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 연합)

2003년, 대선 자금 수사가 한창일 때, 이회창은 수백억대 비자금 ‘사전인지설’에 대해 “몰랐다고 책임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내가 감옥에 가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근데 몰랐다면 감옥에 가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리 말했던 거다.  이때 이회창은 검찰에 자진출두해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결국 대국민 사과하고 끝……난 줄 알았으나, 5년 후 2007년 다시 대선에 나왔다. 이때 쓴 돈은 과거 대선잔금이라는 말도 많았지. 사실 상식적으로 수십억씩 돈을 처바르는데, 대선후보가 그걸 모르고 있다면 어느 멍충이가 돈을 주겠나.

검찰은 지금 가지고 있는 상식을 왜 그때는 들이밀지 않았는가.  이런 예는 엄청 많다. 특히 삼성 이건희 관련해서는 여러 차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검찰은 없던 상식이 생긴 건가, 아니면 그 놈의 상식은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상식인가. 또, 이명박 수사할 때는 아주 간단한 상식도 무시하던 검찰이 노무현에 대해 들이대는 칼날을 보면, 검찰들은 선택적 기억상실증 환자임에 틀림 없다. 김영삼, 김대중의 아들들이 돈 받았을 때는 알았는지 몰랐는지 아예 물어 보지도 않았다.

검찰이 하는 행태 는 거의 모든 부분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너무 이중적이다.

특히 박 회장이 2006년 30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따낸 데 이어 경남은행 인수를 시도하는 과정에 정 전 비서관이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관련자 진술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 연합)

국내 기업이 해외 건설 사업을 따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정말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 이런 걸 걸고 넘어지면 안 된다. 이명박 정권에서도 해외 진출하려는 기업이 많을 건데, 이런 식이면 청와대 근무하는 그 누가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단 말인가. 돈 안받고 해주면 된다고? 돈 받았는지 안 받았는 지 어떻게 아나? 그놈이 안 받았더라도 더 높은 놈이 받아서 지시를 했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이 정권에서도 딱 떠오르는 높은 놈 하나 있지 않나? 그럼 철저하게 수사해야지. 그러니 청와대 근무자는 괜히 의심사지 않으려고 ‘영향력’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일을 추진하지 못하게 된다는 거다. 웃기는 얘기 아닌가?

검찰이 자신감을 보였다는 뉴스가 엄청 자주 나오는 데, 이건 언론플레이로 상대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려는 행위다. 도대체 어느나라 검찰이 ‘전직 대통령을 끝까지 엮겠다, 엮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단는 말인가. 역설적으로 이건 검찰의 허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결과로 이야기하면 될일을 거의 매일같이 자신감을 보였다기에 하는 얘기다. 들고 나오는 게 모두 이현령비현령이다.

나는 판공비(특수활동비) 같은 경우에는 충분히 정상문이 처리하는 방식이 상식적이라고 본다. 검찰은 사람에 따라 다른 상식을 적용하면서도, 실제로 그래야 할 곳에서는 모든 사람은 똑 같은 상식의 틀 안에 잡아 넣는다. 강금원 같은 경우가 특히 그렇다. 기도 안찬다.

한마디로 검찰의 상식은 이현령비현령이다. 비속어로 얘기하자면 지조때로다. 언론은 더 지조때로다. 지 꼴리는대로다. 거기에 상상력을 가미한 추측이 난무한다. 상식과 비상식을 오가며 어거지로 끼워 맞춘다.

애초에 ‘상식’이란 말이 나온 것은 노무현의 서신에서다. 한 집에 살면서 어떻게 돈 받는 걸 몰랐겠느냐 이거다. 그러나 빚내서 아내 몰래 주식투자하다 말아먹고 자살한 넘이 한둘이더냐. 남편 몰래 집 투기하다가, 잘 된 아내도 있고 망한 아내도 있지 않더냐. 또 일반 가정에서 아내나 남편이 비자금 조금씩 가진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노무현의 경우는 금액이 크다보니 남편에게 야단 맞을까 겁이 나서 말하지 않고 몰래 할 가능성이 더 많아지는 게 또 상식이다.

코에 걸었다 귀에 걸었다 하는 검찰의 상식, 여차하면 거시기에 걸지나 않을까 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