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질타’ 사회의 그늘

olddj 2009. 4. 21. 00:46

mb는 공기업을 질타했다. 국회의원들이 식약청을 질타했다. 진중권이 mb정권을 질타했다. 법관 선후배들이 신영철을 질타했다. 시민단체들이 조선일보를 질타했다. 박희태가 검찰을 질타했다….

잠시 ‘질타’를 키워드로 찾아낸 어제오늘 뉴스 중 극히 일부만 옮겨 봤다. ‘질타’에 관련된 뉴스만 보아도 숨이 가쁠 지경이요, 세상이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 있겠다. 우리나라 사회 전체가 ‘질타 사회’로 변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검색해 보았다.

포털을 기준으로 삼기에는 대상 언론 수가 기간별로 기복이 있기에 문제가 있다(네이버에서 단순 비교하니, 격차가 너무너무 컸다). 따라서 여러 변수에 구애됨없이 일관성있는 결과를 보장할 수 있도록 <연합뉴스>를 그 대상으로 했다.

기간 분류는 노무현 정권 말기 1년 1개월 25일(2007.1.1~2008.2.25 : A)과 이명박 정권 초기 동일 기간(2008.2.25~2009.4.20 : B)이다.





단순비교라도, 의미가 있는 수치가 검색된다.  ‘질타’라는 낱말이 들어간 기사가 A기간에 553건, B기간에는 882건으로 약 60%가 늘어났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여러가지를 설명할 수 있겠지만, 긍정적인 면 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더 많을 것이다. 대부분의 성공학 책에서는 질타보다는 칭찬을 많이 하라고 가르치지 않는가.

이 정권에 들어와서 ‘질타’ 뉴스가 많아진 것은 이런 구체적인 자료를 떠나서 감으로도 얼마든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명박이 가장 앞장서서 질타의 모범(?)을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이명박이 엊그제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점검 워크숍’에서 한 질타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공기업의 인원 정리나 노동조합을 무시하는 것이 개혁인 줄로 착각하여, 그 좋은 단어인 ‘개혁’을 걸레로 만들어 놓고 있다.

이건 진중권이 mb정권을 질타한다거나, 시민단체가 조선일보를 질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mb는 적대관계가 아닌 조직의 가장 윗사람(리더)으로 아랫 사람을 질책하고 있는 거다. 인사권이란 현대사회의 생사여탈권과도 마찬가지다. mb는 질책을 넘어 공갈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여러 사람을 모아놓고 질책함으로써 전혀 구체적이지 못한, 구체적일 수 없는, 효과 빵점의 질타를 하고 있다.

조직 생활을 해 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질책보다는 칭찬을 더 많이 하고 자기 편(식구)를 늘이거나 근무여건을 향상시키면서도 조직 재편이나 아이디어 발굴 등을 통해 효율도 함께 높이는 게 제대로 된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리더의 행동이다. 신뢰를 얻지 못한 리더 아래 어거지로 하는 개혁은 부작용만 있을 뿐이다. 또, 인원을 짜르고 노조를 깔아 뭉개면서 하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다. 제일 쉽자나? 순간이지만 눈에도 띄고…

이 정권 아래서 점점 깊어가는 ‘질타’ 사회가 국민들에게 무엇을 심어 줄 지는 자명하다.  이미 불신과 반목이 판을 치고 있다. 질타는 가장 덜 떨어진 소통 방식이다.

리더의 잦은 질타는 리더의 자질을 의심케한다. 질타가 잦은 사회는 정서적으로도 굉장히 불안한 사회가 된다. 거기다가 질타를 가장 많이 받아야 할 사람이 가장 질타를 많이 하고 돌아다니는 것 같다.

리더 하나 잘못 뽑아서 우리 사회가 질타 사회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정권이 바뀌고서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나라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