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문국현 후보님, 이건 아니지요.

olddj 2007. 9. 22. 11:58
문국현의 홈페이지에서 지나간 성명서들을 읽는데, 9월 9일에 발표한 '정부무능, 이제는 바꾸자!는 성명이 있다. 죽 읽어내려 가다가 세 번 째에서 눈이 콱 막힌다.

셋 째,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6년 61개국 국가경쟁력 조사에 의하면, 한국은 2003년 29위에서 38위로 크게 추락하였으며, 정부행정효율성은 2003년 31위에서 2006년 47위로 더 크게 추락하여, 조사대상국가중 하위 20% 그룹에 속하는 불명예를 기록하였다. 이제는 정부가 대대적인 혁신을 통해 일자리와 중소기업, 그리고 평생학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기능을 재창조하여야 할 때이다.

지난 번 '중국보다 부패 심하다는 문국현 말 확인해보니…'라는 글에서도 밝혔듯이 객관적이지 않은 수치나 순위들을 왜곡하여 나열하고 그를 정치적인 공격수단으로 삼는 것은 참으로 비열한 일이다.

우선 IMD보고서는 그리 믿을 것이 못된다.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문휘창 교수는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IMD 보고서를 자세히 보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국가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좋은 분석 모델이 필요한데 IMD의 분석 모델은 이론적인 근거가 취약하다. 현재 IMD는 경제 성과, 발전 인프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의 4개 분류 항목으로 국가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 4개 항목이 상호 독립적이라기보다는 경제 성과라는 첫번째 항목은 종속 변수이고 나머지 3개 항목은 설명 변수인 성격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IMD는 이러한 구분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서 발전 인프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이 높을수록 경제 성과가 높게 나와야 한다. 그런데 IMD 보고서에 따르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발전 인프라(23위에서 24위), 정부 효율성(31위에서 47위), 기업 효율성(30위에서 45위)은 모두 순위가 떨어졌는데 이들의 종속변수로 볼 수 있는 경제 성과(43위에서 41위)의 순위는 오히려 올라가는 기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IMD의 분석 모델뿐 아니라 분석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는 증거이다.

<서울경제>2006/05/21 [시론] IMD보고서에 연연하는 정부

문휘창 교수는 윗 글에서 "IMD 보고서에 대해서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차분한데 우리나라는 유난히 호들갑을 떤다. 특히 언론은 정부 때리기를 즐기고 있다"고 쓰고 있다. 또 "현재 우리 정부는 IMD의 신뢰성 없는 보고서에 너무 질질 끌려다니고 있다."고 질책하며 "정책결정이 IMD 보고서와 같은 무책임한 내용에 의해서 좌지우지돼서는 안된다"라고 충고하고 있다.

2006년에 정부 부처나 연구기관에서 나온 보고서에도 "평가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항목이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존하고 있어, 이들의 주관적 인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좌우되는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문국현을 성명서에
'정부 효율' 순위를 비교하며 일자리, 중소기업, 평생학습을 강조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거기까지는 억지로 참고 봐주자. 그러나 2007년의 통계가 있는데도 왜 2006년의 통계를 인용했는지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과연 2007년 5월에 발표된 이 내용을 몰랐을까, 정말 의문이다.  2007년 순위는 대상국 수가 줄어들어서 전년도 순위도 모조리 바뀌었는데, 이에 의한 '정부 효율성'은 2003년 33위에서 2007년 31위로 오히려 두 단계 올라갔다. 전년도 41위에서는 무려 10계단 올랐고. (그러니 엉터리지...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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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발표된 IMD 경쟁력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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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발표된 IMD 정부효율 순위

더구나, 2007년에 IMD가 분류한 '정부 효율성' 항목에서 점수를 까먹은 것은 5개 중 4개가 survay 항목(설문 항목으로 기업 최고경영자를 패널로 한다)이다. 나머지 하나가 '환율 안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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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발표 우리나라 강점(Strengths)과 약점(Weaknesses)

'Suvey'는 최고경영자 패널 설문에 의한 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만들기 위해 약간의 과장이나 약점의 은폐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국현은 '재경부의 통합재정수지 통계의 오류를 지적'하는 성명에서 오류로 가득한 통계를, 그것도 연도까지 취사선택하여 자신 주장의 합리화 도구로 삼고 있다.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관련 포스트 : 중국보다 부패 심하다는 문국현 말 확인해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