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종묘에서 오신 분은 장충단 공원으로 가시라"

olddj 2006. 7. 17. 18:27

'오피니언 리더스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있다. 서강대 경제대학원이 전경련과 신문협회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2002년 하반기부터 시작되었다. 주임교수는 서강학파, 성장주의자, 시장주의자로 분류되는 남성일 교수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각종 보도를 보면 "OLP는 서강대 경제대학원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신문협회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산.학협동교육프로그램'으로 기업인, 경제담당 언론인, 법조인, 정부관계자 등이 참여하며 지금까지 기당 40-50명씩 모두 5기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연합뉴스 2005-01-16] "따위로 설명하고 있다.

거기를 이수한 사람들로 모인 집단이 '오피니언 리더스 클럽'이다. '사단법인'으로 만들어져 있는 모양이다. 거기까지는 좋다. 초딩들이 모여 동창회를 하던말던, 술 처먹고 지뢀땐스를 추던 내 알 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 단체 같지않은 단체에서 수시로 설문조사한 것이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것이 참 거시기하다.

기업인-언론인 70% 한미FTA 찬성   머니투데이 경제 | 2006.07.17 (월) 오후 1:22
"대미 외교는 낙제 … FTA는 찬성"   중앙일보 경제 | 2006.07.17 (월) 오전 5:54
기업-언론인 절반 “외교전략 한반도 안정 기여못해”   동아일보 정치 | 2006.07.17 (월) 오전 3:17
기업.언론인들 "한미 FTA 찬성"   mbn 경제 | 2006.07.17 (월) 오전 0:26
기업.언론인들 "한미 FTA 찬성"   mbn 경제 | 2006.07.16 (일) 오후 11:17
기업·언론인 71% "한미 FTA 찬성"   한국일보 경제 | 2006.07.16 (일) 오후 6:48
여론주도층, 외교정책에 부정적 인식   YTN 정치 | 2006.07.16 (일) 오후 6:42
기업·언론 종사자 70% "한·미FTA 지지"   서울경제 경제 | 2006.07.16 (일) 오후 5:36
오피니언리더 70% "한·미 FTA 찬성"   이데일리 경제 | 2006.07.16 (일) 오후 12:10
기업.언론인들 참여정부 대미정책에 부정적   연합뉴스 정치, 경제 | 2006.07.16 (일) 오후 12:02
오피니언리더 "참여정부 동북아외교 낙제…한ㆍ미 FTA는 찬성"   노컷뉴스 경제 | 2006.07.16 (일) 오전 11:02

아니, 설문조사를 하는 것까지는 뭐라고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런 것이 왜 적극 홍보되어야 하는지는 대단한 의문이다. 이 인간들이 WB(월드뱅크)나 WEF(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지수'매기는데 우리나라 경영자들의 경영능력은 우수하다고 설문에 답하고, 노사관계나 노동자의 질은 엿같다고 대답하는 그들이 아닌가 싶은데...

여기서 한 번 따져보자.

오피니언 리더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어떤 집단 내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마케팅학에서 생긴 말이지 싶다. 그 자체로 가치중립적인 것이지, 오피니언 리더가 선한 사람이라는 건 아니며, 그가 이끄는 방향이 옳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또 한번 생각해 보자. 조선일보 김대중이나 월간조선 조갑제는 수구꼴통들의 오피니언 리더라고 할 만하다. 문정현 신부는 반미 ·반제국주의나 환경운동 등에서 오피니언 리더라고 할 수 있다. 때로 손석희는 합리적 의견제시나 도출에 오피니언 리더라 할 수 있고, 박원순 변호사는 시민운동의 오피니언 리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것을 내세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단법인체까지 만들어 '오피니언 리더스 클럽(OLC)'라고 명명하면 뭐가 대단한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그런게 아니다. 오피니언 리더는 일정 집단에서 힘을 발휘해야 옳은 거다. 즉. OLC는 꼴통 시장주의자 안에서만 그 의미해석이 가능한 거란 말이다. 그러니 그냥 명함에나 박고 다니길 바란다.

그들의 70%가 FTA를 지지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설문 보도자료를 받아 언론은 넙죽 보도한다. 이건 오피니언 리더들이 '여론 형성'에 힘쓰는 게 아니라, '여론 호도'나 '여론 조작'에 이바지하는 꼴이다. 아예 '오피니언 리더'로써의 기본이 안되어 있다.

 오피니언 리더분들,

"종묘에서 오신 분은 장충단 공원으로 가시라"
4,000원 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