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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갑식의 '조선데스크'에 대하여

olddj 2006. 8. 25. 14:37

[조선데스크] ‘언론학 교과서에 기록될 일’
 
[조선일보 2006-08-25 09:53] 
현 정권과 언론의 불편한 관계는 이제 뉴스 축에도 끼지 못한다. 그런데 이병완(李炳浣) 청와대 비서실장이 24일 돌연 언론을 ‘국정 4륜(輪)’이라 치켜세웠다. 웬일인가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다. 최근 도박게이트로 확산된 ‘바다 이야기’ 사태에 언론도 책임지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현정권과 언론의 불편한 관계가 문제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에 관한 문제이다. 아마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고 하니 발끈할 그 무엇이 있는 모양이다. 이병완이 언론만 책임지라는 것도 아니요, 조선일보만 콕 찍어서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상당히 불만인 모양이다. 역시 '비상식적'이다.

이 실장은 “언론에서 1주일 새에 갑자기 이 문제가 불거져 터졌는데 갑자기 돌출한 사안은 아니지 않느냐. 언론이 국정 4륜의 한 축으로서 사회 감시 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학 교과서에 기록될 일”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은 언론의 아젠다세팅이나 이슈화에 대한 취사선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세금폭탄'이나 '부동산 공급 확대', '박근혜 사건 배후설'을 비롯한 각종 '설'이나 의혹, 북한 미사일에 대한 국익을 생각하지 않는 보도들이 아젠다로 설정되었을 때, 정말 중요한 이슈들이 파묻혀서 하루, 이틀, 한달, 두달, 일년, 이년이 가는 것이다. 이런 거는 아마 언론학 교과서에 있을 거다. 그런 면에서는 이병완이 꼭 옳은 소리를 한 것만은 아니지. 헐~.  

정권 전체가 아예 작심했는지 같은 날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사전에 경고음을 제대로 울리지 못한 대부분의 언론들도 사회적 기능을 다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각자 역할을 했으면 시끄러울 일이 없었을 것이다.”

  앞서 얘기했지만 이번 건은 아젠다 세팅에 관한 문제이다.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찌라시 조선일보는 그 역할을 다 했는가? 또 김한길의 말도 역시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지 언론에'만' 책임이 있다는 것이 아니고, 조선일보를 찍은 적은 없는데 왜 이리 발끈하실까?  

기회만 있으면 돌아가며 비판 언론에 독설을 퍼붓던 입에서 갑자기 ‘사회 감시 책무’ ‘각자의 역할’ 같은 말을 들으니 우선 어색하다. 이 정권이 언제 비판 언론에 대해서 국정에 끼어들 자리나 주었던가? 문제는 이들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말은 ‘사실 호도’의 전형으로 진짜 언론학 교과서에 기록될 만하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자.  ‘사회 감시 책무’나  ‘각자의 역할’이 왜 어색한가? 그런 적이 없나? 이정권은 조선일보의 뜻대로 이라크에 파병을 했다. 먹고 살기위해 저항하는 노동자를 방패로 찍어 죽인 정권이다. 조선일보의 든든한 후원자 건설족 뜻대로, 개발시대 논리로 환경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참으로 사실을 호도하는 이는 누구인가.  

조선일보는 올해 7월3일 A8면에 ‘오락실 상품권 남발… 10개월 새 21조’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며칠 뒤인 7월8일에는 ‘성인PC방 잘못 가면 전과자 됩니다’라고 후속 보도를 했다.

참 빨리도 했다. 이미 한겨레는 '사행성 오락기 단속 ‘무정부 상태’ '  라는 제목으로  2005년 7월 11일자로 보도했다 벌써 일 년도 지난 일이다. 쿠키뉴스는 '겉은 PC방인데 들어가면 도박장…PC방 위장한 불법 도박장 급증'이란 제목으로 2006년4월13일에 보도했다. (더 많다.) 조선일보가 먼저 이야기한 것이 아니란 얘기다. 또 문갑식이 두 번 째 예를 든 조선 기사는 이번에 조선일보가 목메달고 있는 아젠다와는 많이 동떨어진 내용 같다. 경찰이 단속하는 현장을 같이 들어가서 취재한 모양인데, 그 기사에는 상품권 얘기도 없고 영등위나 문화부 얘기도 없다. (MBC에서 하는 <형사 25시> 쯤 될까?)

7월12일 한국일보가 ‘대한민국은 도박 중’이라는 시리즈를 시작했으며 ‘게임시장 도박이 키웠다?’(한국경제·7월17일) ‘대한민국은 도박 중?”(매일경제·7월24일) ‘비상등 켜진 도박공화국’시리즈 (한겨레신문·7월26일) 등 관련 보도가 잇따랐다.

이게 아젠다 세팅이란 것이다. 알다시피 기자들 설문조사에서 -늘 그렇듯이- 영향력은 조선일보가 1위요, 신뢰도는 한겨레가 1위였다. 나는 영향력이 많은 만큼 그 무형의 책임도 많다고 생각한다. 신뢰도는 책임을 지는 그 자체이기때문에 뭐라할 수 없다. 내가 안티조선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올 1월 디지털타임즈는 ‘성인용 경품게임시장’이란 시리즈를 보도했는데 여기에는 최근 문제된 상품권 편법 환전 등이 고스란히 적시돼 있다. MBC-TV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입에서 “내 임기 중에 생긴 문제는 성인오락…”이라는 말이 나온 직후 인척인 노지원씨의 존재를 밝혀냈다. 그밖에 각 신문에서 칼럼과 독자투고 등의 형태로 ‘도박공화국’의 위험에 대한 경보음을 울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정권이 소수 ‘아양언론’만 보지말고 전체를 냉철히 수용했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수아양언론'이란 표현에 허패가 디비질 뻔 했다. 한참을 웃었다. 평소에는 소수 아양언론에 '한겨레'나 'MBC'를 끼워넣는 것 같던데, 도대체 '소수 아양언론'이 어디어딘지를 확실히 하고 이야기하자.  깔깔.

그렇다고 언론이 100% 사회 감시 책임을 완수했노라고 큰소리칠 자신은 없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적어도 책임 있는 당국자라면 “언론은 뭐했냐”가 아니라 “언론의 지적을 받은 정부는 뭐했냐”를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기자는 앞으로 이 실장과 김 원내대표가 국민을 향해 “주권자들은 뭐했느냐” “도박이 나쁜 줄 알면서 왜 했느냐”고 타박하지 않을까 두렵다.

앞에 얘기했듯이 그게 그렇다. 한나라당 누가 이병완에게 질문하는 걸 밥 먹다가 한 30초정도 보면서 생각한 것이 "밥 처먹고 힘 쓸 데가 그리 없나, 쯪쯪."
돈 천 원만 있으면 쏘주 한 병 사 먹는다. 따라서 알콜의존증환자도 늘어간다. 옛말로 '중독'이다. 널린게 담배고 그 의존증 환자도 많지만 담배피우는 인구는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김구선생의 백범일지를 보면 일가친척들이 모여 알콜중독자인 삼촌의 다리를 자르는 장면이 나온다. 사회학적으로 매우 복잡한 측면의 문제를 그리 단순한 폼으로 연결시키는 문갑식은 좋겠다. 고등교육을 받았는 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잊을 뻔했는데 조선일보는 사회감시책임의 10%도 하지 못했다. 그게 상식적인 생각이라고 본다.


수많은 등장인물과 수많은 회사, 어지러운 법률과 제도가 가로막고 있지만 이 사태를 보는 언론의 관심은 세가지다. 소문처럼 권력 실세나 측근이 개입돼 있는가, 도박공화국을 만든 게 누구인가, 서민만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다.

자꾸 '서민'이야기하는데, 그러면 안된다. 겉과 속이 그리 달라서야 인간 취급이나 받겠나. 도 박공화국을 만든 것은 모든 정권의 책임이지 꼭 이 정권의 책임이라고만 볼 수 없다. 이 역사를 쓰자면 꼭 나올 것이 전낙원이요, 이건개요, 수많은 조폭 계보들이다. '바다이야기' 앞에는 '스크린 경마'가 있었다. 내 어릴 때도 광복동 남포동 나가면 유사 빠찡코 천지였다. 인터넷 도박이 문제가 된 것도 오래 전이다. 서영국이라는 희대의 사기조폭도 도박에는 넘어가는 것이다.(이런 넘이 더 나쁘다. 사기친 돈으로 외국에 가서 도박했다하니 말이다.)

이 실장이나 김 원내대표에게 얘기한다. 언론은 앞으로 두 사람이 더 이상 ‘언론의 역할’에 대해 걱정하지 않도록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 잘못한 자들이 뼈저린 대가를 치르게 할 수밖에 없다.

미안하지만 '언론'을 싸잡지 말기 바란다. 조선일보는 언론이 아닌 '찌라시'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 세상이다. 편할 때만 동업자 찾지 말란 말이지.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