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하인리히 법칙과 일패도지

olddj 2009. 10. 14. 05:53

하인리히 법칙

하인리히는 노동재해에 관한 실증적 연구를 행하고, 중상자가 한 명 나오면 그와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가 29명, 또 그 뒤에 운좋게 재난을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우려가 있는 잠재적 상해자가 300명이라고 하는 법칙을 내놓았다. 위험을 방관하면 330회에 한번은 큰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한 번의 커다란 재난이나 재해의 이면에는 수없이 자잘한 위험이나 그저 방관하고 지나간 요인들이 쌓여 있다는 말일 게다. 요즘은 이 법칙을 여러 곳에 많이 적용하는 것 같다. 예컨대 소비자의 불만이 표출되는 경우는 수많은 비슷한 불만이 그 이면에 있다는 것 따위를 설명할 때도 인용될 수 있다. 약간 확장해서 생각하면, 사람이 중병에 걸리는 수많은 요인들의 징후를 모르고 지나가거나, 알더라도 무시 또는 방관하는 경우 어느날 갑자기 의사로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의 논거가 될 수도 있겠다.


이명박의 군기잡기, 어떤 징후?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오후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서관이든 행정관이든 청와대 직원들의 불미스러운 행동은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면서 “특히 위계질서를 어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프레시안). 이는 통신사로부터 250억 원 기금 모금 의심을 받는 모 행정관과 청와대 경내에서 욕설파문을 일으킨 모 비서관이 타겟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언론의 분석이다. 박모 행정관의 경우에는 민정수석실도 내부 진상 조사에 착수한 상태란다.

하지만, 며칠 전에 박재완 청와대 수석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회의 소집 자체도 특별히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해당 행정관을 조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었다.(머니투데이) 그  앞서 박선규 대변인은 “해당 행정관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기금 모금을 담당했던 직원인데, 지난 5월 청와대에 파견온 뒤 기왕 담당했던 업무에서 약속했던 모금 사안이 진척되지 않자 이를 독려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면서 “불법성과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프레시안). 7일자 기사이니 시간차가 상당하다.

위의 두 사안은 이제야 비로소 표출되었다 뿐이지 수없이 많은 유사 사례가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것이고, 방귀가 잦으니 똥을 싸는 법이다. 만약 표출이 되지 않았다면, 이명박이 한마디하지 않았다면 모두 그냥 유야무야하고 또 지나갔음에 틀림 없다. 길에 똥을 퍼지르고 모래만 살살 덮고 그냥 가려고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정권 10년 동안이라면 큰 반향과 언론의 폭로와 저항이 있을 저 두 사례는 지금 정권에서는 약소한 뉴스에 불과하다. 저보다 훨씬 큰, 엄청난 결과를 불러 올 커다란 뉴스들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정신이 없을 정도다. 다 예를 들기가 버거워서 아예 하나도 적지 않음을 이해하시라.


일패도지[1]

이시대의 걸출한 지식인이자 양심인 박원순 희망제작소 이사는 지난 5일 한 강연에서 이명박 정부를  ‘거대한 퇴행의 시대’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이면 현 정부가  ‘일패도지(한순간에 무너진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떤 사람이 지식과 행동이 일치하는 토대에서 한 길로 나아갈 때, 예언가적 통찰력이 생기는 법이다. 김대중이 그랬고 노무현이 그랬다. 박원순 이사가 말을 함부로 하는 분이 아님을 감안하면 참으로 작심하고 한 말이라고 본다. 그러나 꼭 지식인이 아닌 삼척동자도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방귀 잦으면 똥싼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나 말이다.

혹자들은 이야기하기를 이명박 정권이 실패하면 결국 국민이 불행해진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명박 정권이 일패도지하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 질 거라 확신한다.

하인리히 법칙을 적용한 이명박 정부의 말로는 결국 일패도지일 수밖에 없다. 논리적으로도 그렇고 경험적으로도 그렇다. 나는 이명박정권의 일패도지를 위해 저항하며 기도할 것이다. 떡도 준비해야겠지?




  1. 일패도지 :
    [뜻풀이] 여지없이 패배를 당하다. 코가 납작해지다. 철저하게 실패해서 도저히 수습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출전] <사기 고조본기>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한고조 유방劉邦(B.C.256~B.C.195)은 진나라 말기 패현沛縣(오늘의 강소성 경내)의 사수 지방에서 정장亭長이라는 자그마한 벼슬에 있었는데, 각지에서 진나라의 폭정에 항거하는 폭동이 일어나자 그도 거병할 준비를 했다. 이때 패현 현령은 정세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발전할까 싶어 우려하던 중에 유방이 사람들 속에서 신망이 두텁다는 말을 듣자 사람을 보내어 유방을 불러오게 하였다.
    그런데 유방이 백여 명의 인마를 거느리고 찾아왔을 때 패현 현령은 더럭 겁이 나서 성문을 닫아걸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이에 유방은 성내의 군중들에게 봉기에 함께 일어설 것을 호소하는 편지를 써서 화살에 매어 띄웠다. 그랬더니 성내 군중들은 곧 이에 호응해서 현령을 잡아죽이고 유방을 맞이하고는 그를 현령으로 모셨다.
    그때 유방이 입성하자 성내 군중들은 그를  통치자로 모시려 했다.
    그러나 유방은 몇 번이나 사양하면서 이렇게 말헸다.
    “전세가 급박한 이때 우두머리를 추대하는 일은 극히 신중해야 한다는 것과 톤치자를 잘못 선택하면 장차 크게 패할 수 있습니다.” 天下方擾 諸侯竝起 今置將不善 一敗塗地
    이때 유방이 말한 일패도지에는 장열한 희생(肝腦塗地)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오늘은 그런 뜻이 전혀 없이 참패를 당했거나 처지가 극히 어렵게 되었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용례] 그들이 우리를 얕잡아 보고 방심하고 있다면 우리가 어쩌면 쉽게 그들을 ‘일패도지’ 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더욱 연습에 매진합시다.
    <고사성어 대사전, 임종욱 ,시대의창출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