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잡담

술에 반항하다.^^

olddj 2005. 9. 30. 03:32




정확한 기억인지 아리삼삼한데, 백범일지에 보면 백범 어릴 적에 작은 아버지가 술버릇으로 인해 집안 어른들의 결정에 따라 다리가 잘리우는 장면이 나온다. 예전에 그 부분을 읽으면서 약간 모골이 송연하였다. 하긴 요즘도 음주폭행이 일상화된 남편을 잠든 틈에 죽여버리는 아내나 자녀들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것을 보면 "술이 웬수"인 것은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TV에서 자주 보는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가족상봉프로그램('꼭한번 만나고 싶다'류)에서도 대부분 가정파탄의 원인은 '술'인 경우가 많더라. 알콜의존증이란 이리도 해악이 많은 질병인 것이다. 공동체를 파괴한다는 면에서.

알콜에 의존하게끔 만든 체제를 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어릴 적 신문의 4단만화는 거의 '오징어와 소주'가 많았다-특히 'xxx'- 왜 그랬을까? 지금 마른오징어와 소주를 먹는 사람이 주위에 드문 걸 보면 그 만화가 최소한 전위적이었지는 않았나 싶다.

변영로의 <명정사십년>나 양주동의 <문주반생기>와 같은 수필집은 일종의 알콜의존증 환자들의 취중 무용담일지라, 그 기행은 예나 지금이나 약간의 애교로 읽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 프레시안에 연재된 남재희의 글이나, 과거 고은의 글들을 보면 그 변형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천상병이나 이외수의 이야기는 담에 얘기하자.)

생각나는 것이 소위 비오는 계곡에서 술을 먹고 나서 벌거벗고 덩실덩실 춤을 추다 '백주에 소를 타고' 시내로 진출했다는 당대의 문인들의 이야기다. 참으로 '카우치'가 통탄할 일이다. 만약 '카우치'가 술을 먹고 취중에 그랬다면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할 거다. 배경이 약간 다르고 생각의 방향이 약간 다를 뿐이지, 양주동이나 변영로의 괴이스러운 행각은 '카우치'의 그것과 별로 다름없다고 본다. 시대가 약간 다를 뿐이다. 문제는 '전위적'이라는 기준인데, 오히려 술도 안먹고 그런 전위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카우치'가 일정 측면에서는 한 단계 나아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술힘을 빌어서 괴이한 행동을 한 것 보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 행동에 대한 대응의 양극화가 너무 심한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논리의 체계가 서지 않는 것이 아닐까?

주성영때문에 이러 저러한 말이 맣다. 주성영은 본인이 합리적인 사고체계를 먼저 세워야 할 것이다. 술마시면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삼불 김원룡의 책을 언젠가 읽었는데, 모름지기 천재는 평범한 데서 찾을 일이라. 나도 술 좋아하지만 법의 규정은 술로 인해 더 가혹해져야 하는 건 아닌가 싶네.

아무튼, <우리모두>에서 주성영 편을 드는 넘들은 도대체가 촛점이 없다. 이번 사안에서 주성영이 잘했다는 것인지, 못했다는 것인지도 없다. 오마이뉴스가 뭣땜에 잘못되었다는 최소한의 설명도 없다.

하긴... 우리나라가 돌아가는데는, 얼척없는 무지가 미래를 담보한다.

아이러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