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유감

중앙일보 김종혁의 한계

olddj 2007. 8. 2. 01:58
중앙일보 김종혁이 쓴 '대선 캠프로 달려간 기자들'을 읽었다. <미디어오늘>에 기사화되었기에 찾아 읽은 것인데, 몇 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김종혁의 글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 시야가 좁고, 문제의 핵심을 일부러 회피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자'들이 아니라 '언론사 간부'들

김종혁은 대선 캠프로 달려간 사람들을 '엊그제까지 후배들이 써 온 해당 정치인 기사를 출고하고, 관련 사설을 쓰던 분들'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건 '기자'라는 표현보다는 '언론사 간부'라고 하는게 더 낫다. 실제 언론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관'이라 하면 평기자 출신은 거의 해당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옮겨간 면면들을 보더라도 그렇다. 넓은 범주에서 언론사 간부급이라도 기자에 포함되겠으나 하수인에 불과한 언론 종업원들까지 싸잡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다. 김종혁은 왜 '기자'라고 했을까? 그건 김종혁 스스로가 '언론사 간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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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한나라당 코드 편중

김종혁도 글에서 쓰고 있지만, 언론사 간부들의 캠프 참여는 한나라당에 집중된다.[각주:1] 지금도 그렇지만 언론사에 몸담았던 소위 언론인들이 얼마나 친한나라당 코드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7월 3일에 썼던 내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인적 청산이나 인적 개혁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믿어지는 언론 출신 캠프 참여자들은 한나라당 코드에서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파로 나뉠 뿐이다. 김종혁의 고민은, 전관들은 패거리를 나누었지만 현직에서는 그 패를 가르기가 힘들다고 푸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후배 기자들에게 적잖은 ‘공정성의 부담’을 준다"는 것은 친한나라당의 기조에서 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지, 언론 본연의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중앙일보 문창극의 예에서 보듯이 현직이 공정성을 위반하고 반칙을 하고 있는 걸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의 선거개입·정치개입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중앙일보 기자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언론사의 정치부 기자들이 '공정보도를 위한 우리의 뜻'이라는 결의문을 채택할 정도로 중앙일보의 선거 개입은 유명했다.  이상호 기자의 X파일 사건에서도 익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홍석현이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1999년에 '정치기자' 논란을 일으켰던 '언론장악 문건' 사건도 중앙일보 기자가 발단이 되었다. 또 <뷰스앤뉴스>에 연재된 중앙일보(조선일보에도 근무했다) 출신 이연홍[각주:2]의 글들을 보면 기자가 어떻게 정치에 개입하는지 알 수 있다. 2002년 대선에서도 중앙일보가 공정했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근의 '운하보고서' 유출과 그에 대한 보도태도, '이명박 초본'유출과 그에 대한 보도태도 등을 보더라도 -개인적이든 조직적이든- 중앙일보의 정치 개입과 선거 개입은 거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듯하다. 그런 중앙일보의 간부가 '공정성' 운운하고 있으니 참으로 꼴깝을 떨고 있다.


중앙일보가 '공정성'을 고민해…?

위에서도 말했듯이 중앙일보 현직들의 고민은 '언론의 공정성'이 아니다. '우리 편끼리 싸우고 있으니 누구 편을 들어야 할 지'가 고민인 것이다. 진정으로 언론의 '공정성'에 관심이 있다면 '강동순 녹취록' 파문의 주인공 강동순의 거취나 KBS 윤명식의 제2노조에는 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인가. 또, 남아있는 현직 중앙일보 내부 정치꾼들의 극심한 불공정은 왜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언론사 간부들의 캠프 참여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일개 누리꾼인 내가 글질한 것이 이미 한 달 전이다. <미디어오늘>, <기자협회보>, <한겨레>의 지면에서도 그 문제를 짚었다. 이제서야 '현직 언론사 간부'인 김종혁이 소인배와 같은 자기 생각을 늘어 놓는 것을 보며 중앙일보의 수준과 인식의 한계를 가늠할 수 있다.

중앙일보가 말하는 '공정성'은 어디에 써먹는 물건인고?


  1.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캠프에는 20여 명의 기자가 합류해 있다. 같은 당 박근혜 후보 쪽 캠프에도 그 정도 숫자의 언론인들이 뛰고 있다. 그보다 규모는 작지만 여권의 손학규 전 경기지사 캠프에도 5~6명의 기자가 가세했다. 여야 대선 주자 캠프로 간 기자를 다 합치면 60~70여 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고 김종혁은 적고 있다. [본문으로]
  2. 지금은 박근혜의 외곽조직이다. 얼마전 열린우리당 전 대변인 김갑수의 이명박 등본 유출 사건과 관련하여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는 전직 중앙일보 간부가 바로 이연홍인 것으로 추측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