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두 건의 허무개그

olddj 2004. 1. 16. 14:42
  아마 13일이었을게다. 브레이크뉴스에서 소위 <특종>을 한다. '청와대에서 인터넷 논객들을 주기적으로 만나 향응을 대접하고 관리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나는 대자보와 시대소리가 합쳐진 브레이크뉴스를 그런대로 우호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였음을 고백한다. 그냥 글이나 쓰면되지 뭐하러 만나서 밥까지 같이 먹나하는 생각도 잠시 가졌다. 근데 이 기사가 차마 웃지 못할 논쟁으로 번져가는 것을 보고, 그리고 그 내용들을 보고 참 가당치도 않았다.  거기에 진중권까지 끼어들어 날을 세우고 이곳저곳 게시판에 갖가지 의견들이 난무하는 것을 보고 잠시 인터넷 자장면 논쟁을 떠올렸다. 경우가 완전히 다른데 왜 자장면 논쟁이 떠올랐을까?   볼 수록 허무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실실 웃음이 나오는 걸 보니 아마 둘 다 '개그'축에 속하긴 하는 모양이다. 이름하야 허무개그다.  그 허무개그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끼어든다. 아래는 미디어오늘의 [가판과 배달판]에 나온 기사이다.

안티조선 진중권이 조선과 인터뷰?

부대찌게와 소주, 맥주를 마신 것이 거창하게 <술, 식사대접>으로, "잘 부탁한다"는 말이 <관리>로 된다면 곤란하다. 거기다가 또다시 조동에게 이용당하면 정말 곤란하다. 별게 다 뉴스가 되고 별게 다 논쟁을 확대재생산시킨다.  

어제 노무현대통령은 중앙언론사 경제부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점심을 같이 했다고 한다. 그 경제부장들은 이제 엿됐다. 아무래도 부대찌개보다는 좋은 음식을 먹었을텐데 그 <대접>을 받고, 그렇게 <관리> 당하고 어찌 무사할 수가 있겠나.  그나마 브레이크뉴스의 기사 밑에 달린 독자의견을 보니 우리 네티즌들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겠다. 그래서 웃다가 말았다. 싱거운 넘 되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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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 편찬 예산에 대한 모금액이 예상을 초월해서 엄청나게 모여지는 가운데 또 하나의 허무개그가 탄생한다.

행정자치부의 실무진에서 '모금은 불법이므로 중지하라'는 내용의 공문이 엊저녁 오마이뉴스에 팩스로 전달되었다. 네 시간만에 취소하는 해프닝? 아니 허무개그가 발생한다. 전결처리되었다고 하지만 장관의 직인까지 찍혔다고 하니 허장관은 도장관리를 직접 해야 할 판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네티즌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하며 10만원을 입금 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얼마 있지 않아 공문이 갔는데, 더 허무한 것은 허장관도 모금 2일 째에 10만원의 성금을 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러니 그 야심한 밤에 부랴부랴 공문을 취소하는 공문을 다시 보낸 것 아니겠는가. 손발이 맞지 않아도 이만저만이다.  년초 친일관련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을 때, 행정자치부 차관이라는 사람의 망언이 생각났다.

정부는 7일 논란이 되고 있는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주현 행자부차관은 이날 해당법안을 심의하기 위해 열린 국회 법사위제2법안심사소위에 참석, "법안내용중 처벌대상과 관련, 후손들이 반발해 국민적 갈등이 일어날 수 있고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던 분들이 대부분 사망했거나 연로해 증인과 참고인의 일방적인 진술을 막을 장치가 없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김 차관은 이어 "정부가 주도적으로 (친일진상규명에) 나설게 아니라 학계로 넘기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뭔가 보일 듯 말 듯하다. 그러나 글로 표현 하려면 좀 더 생각을 해 보아야겠다. 단지 웃고 넘어 가기에는 너무도 심각한 허무개그다. 또 외교부장관 경질과 자꾸 오버랩되는 것이 있는데...  추측으로만 이야기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말을 줄인다. 아래 기사도 웃으면서 읽을 수만은 없는 심각한 것인데 이런 싸가지 없는 공무원들에게 우리가 낸 세금으로 봉급을 준다고 생각하니 오늘따라 더욱 세금이 아깝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친일인명사전 성금 낼 때는 전혀 아깝지 않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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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 관료, 장관 합의사항 '항명' 파문  
"정통부·방송위 DTV합의문 인정 못한다" 반발…언론노조 파면 촉구  
민임동기 기자 go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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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허무한 오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