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유감

주어가 없는 연합뉴스 기사와 ‘연합 퍼주기법’

olddj 2009. 4. 18. 05:11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강금원이라는 사람. ‘이라는 글을 써 올렸다. 이 소식을 전한 연합뉴스의 류지복기자는 그의 기사 ‘盧 “강금원, 모진놈 옆에 있다 벼락맞아“‘에서 아래와 같이 쓰고 있다.

이날 글은 구속된 강 회장이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대검의 집중적인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올린 것이어서 강 회장에 대해 또다른 ‘메시지’를 담은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낳고 있다.

추측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 주어가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아무리 찾아도 주어가 없다. 나경원 식으로 주어가 없으니 무효인가? 아니다. 주어가 없으면 찾으면 된다. 이명박의 BBK 소유 발언에 주어가 없다지만 유추해서 얼마든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걸 모른다면 돌대가리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

이 추측은 류지복 자신의 추측이다. 물론 주위에서 접하는 몇몇의 견해를 취합했을 것이다. 어쩌면 검찰의 견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류지복 자신의 견해와 공통되지 않는 한 결코 기사화될 수 없고 본다. 최소한 이 추측을 ‘일리 있다’라고 생각했을 것 아닌가.

더군다나  ’추측’이 너무 어울리지 않게 기사 한 가운데 자릴 잡고 있다.  앞뒤 문맥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앞서도 연합의 기사를 보면 노무현의 글을 ‘박연차에 대한 메시지’니 ‘정상문에 대한 메시지’니 해서 추측이 난무했다. 좋은 말로 추측이지 소설과 다름 없다. 김정일은 “남조선 기자들은 작가”라고 한 적이 있는데 당시 누구나 큰 웃음과 함께 공감을 표시했다. 물론 기자들만 좀 기분이 나빴는 지는 모르겠다만.

이렇게 ‘주어 없는 추측’, 사실과 전혀 관계없는 작문을 기사 한가운데 끼워 넣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연합뉴스>는 요즘 정권에 유리한 기사를 키우고, 그 반대편에 있는 기사는 축소하는 경향이 매우 심해졌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경쟁 통신사가 ‘연합 퍼주기법’으로 부르는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이 지금 국회에 상정돼 있다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 법안 상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보시라.

아무튼 이런 추측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탄핵 유도설’이다. 노무현을 대단한 정략가로 설정한 한나라당의 찌질스러운 ‘추측’은 손석희의 한마디에 깨지고 말았던 바 있다. 노무현은 그리 잔꾀에 능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그의 인터넷 서신 세번째에서  ”사실대로 가는 것이 원칙이자 최상의 전략”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참 구차하고 민망스러운 일이지만, 몰랐던 일은 몰랐다고 말하기로 했”다. 더 이상 뭘 바라는가.

<연합뉴스>가 강금원에 대한 애틋한 애정이 묻어나는 노무현의 서신을 그리 폄하해야 하는 까닭이 도대체 무엇인가. 나는 그것이 ‘연합 퍼주기법’과 관계 있다고 ‘추측’한다.

어떤가.  류지복 기자의 추측보다는 훨씬 개연성 있고 사실에 부합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