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김구 선생의 포괄적 뇌물죄?

olddj 2009. 4. 15. 02:21

 

경교장이 복원된단다.

경교장은 일제하인 1938년 광산 거부 친일파 최창학이 지은 일본식 건물이다.  해방이 되면서 최창학 자신의 친일행각에 대한 반성으로 김구 선생에게 거처로 제공했다 한다. 물론 지난날을 속죄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 한편으로 그리 함으로써 자신과 재산을 지키려는 계산도 있었을 게다. 최소한, 국민으로부터 신임받는 (일제가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에 밉보이고 싶지는 않았을 거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짐작일 뿐. 내가 궁예가 아닌 다음에야, 그 선의를 악의로 해석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강금원이란 사업가가 있다. 그는 자신이 번 돈으로 참여정부 인사들의 뒷바라지를 해주었다. 그는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받은 사람들도 그렇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노동의 대가로 주거나, 빌려 주었다. 책잡히지 않기 위해 법에 어긋나는 돈을 주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쓴 흔적이 보인다. 나도 대가성이 없다고 믿는다. 그간 강금원의 행적이 그러하다.

그런데 검찰이나 연합뉴스 기자는 그게 영 마땅치 않은 모양이다.

……강 회장의 주장대로라면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돈을 빼돌려 아무런 대가 없이 이들을 도왔다는 것이지만 회삿돈을 횡령해가면서까지 이들을 돕는데 거액을 썼다는 말은 상식적으로 선뜻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강 회장이 박연차 회장과는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강 회장의 통 큰 선심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강금원회장은 ‘참여정부 386′의 키다리아저씨?> 2009.4.14

엮어 넣으려는 집념이 너무 강하다 보니, 또 자신들의 가치관과는 차원이 다르다 보니 저런 생각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김구 선생과 최창학 사이의 ‘거처 제공’ 거래가 오늘날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싶다. 정치자금법 위반, 알선수재, 포괄적 뇌물죄 등등 걸면 다 걸릴 것 같다.  뉴라이트들이 ‘ 김구 선생이 테러리스트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포괄적 뇌물죄의 원조군.’이라고 하지 않을까 겁난다.

이정호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연합뉴스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김구 선생이 중국 상하이에서 풍찬노숙하며 보내준 독립자금으로 미국에서 호의호식했지만 권력을 잡은 후 김구 선생에게 독립자금의 출처를 물었다. 이번 일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노 전 대통령마저”..부산 親盧 ‘패닉’>(종합) 2009.4.7

어제 산하님이 쓴 글 기노시타 쇼조와 강금원을 읽었는데, 이봉창 의사와 강금원을 비교한 글이었다. 좀 뜽금없었다. 하긴 장세동과 비교하는 것 보다는 낫더만.^^; 거기서 산하님도 이런 말을 한다.  “강금원씨야 수지타산과 전후득실을 교묘히 따진 뒤에 그랬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 고백은 그렇게 가볍게 넘겨 버릴 수가 없네요.”라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강금원씨는 수지타산과 전후득실을 전혀 따지지 않고 그랬다”고. 하기야, 내가 하도 ‘없이’ 살아서, “니가 언제 부자였어 봤냐? 부자들 맘을 그리 잘 알게?”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뭐, 그렇다는 거다.ㅠㅠ

최창학이나, 장세동이나, 이봉창 의사나 강금원과 비교될 바가 아니다. 시대가 다르고, 파트너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 이 한 마디는 꼭 하고 싶다.

강금원, 정말 매력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