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유감

종부세 헌재 판결과 중앙일보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

olddj 2008. 11. 16. 03:29
지지난 주 일요일이었을 게다. 운동삼아 자전거를 타고 불광천변 산책길을 달렸다. 한 편에 어깨띠를 두른 일군의 사람들이 뭔가 서명을 받고 있었다. '뭐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달려가는 속도에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상암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는 속도를 천천히 해서 살펴 보았다. 제법 멀리에서도 지역구 국회의원 이미경의 얼굴이 보였다. '아, 종부세!'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속도를 줄여 자전거에서 내려 이미경 의원과 악수부터 했다. 원래부터 잘 아는 친한 사람들처럼.-물론 내 생각일 뿐이지만...

8월 19일 지하철 응암역 인근에서 촛불집회할 때 이미경 의원이 와서 한 10분 가량 연설을 했다. 나는 그 맨 앞자리에 있었다. 어두웠기 때문에 이미경 의원은 기억하고 있지 못하리라. 아무튼 서명을 하고 나서 또 악수를 했다. 굽신굽신... 악수하면서 굽신거리는 건 내가 뒤에 생각해도 좀 쪽팔린다. 정도가 너무 심하다. -_-;

이용 의원이 주도하는 이 '종부세 폐지 반대 천만인 서명운동'에는 짧은 기간에도 150만 명 이상 서명했다고 한다. 종부세 사수 선봉장을 자처한 이용섭 의원은 이 서명운동이 마지막 항거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종부세에 관해 의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을 코너로 몰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효과적 수단이기도 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명분이 차고도 넘칠 뿐 아니라 지역구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흔들 수 있는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문제는 조중동이다. 헌재가 그 목적과 취지가 타당하다고 했음에도 중앙일보의 경우 미리부터 '폐지'를 밀어붙였다. 한나라당에 일종의 '훈수' 혹은 '코치'를 하는 듯하다. 헌재의 판결 자체도 좀 이해하지 못할 구석이 있지만, 조중동은 거기에 보태 확대해석 혹은 오바질이 분명해 보이는 짓거리를 하고 있다.

지네들도 그런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14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을 보면 그렇다. 14일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1면 머리기사를 캡쳐해 보았다.



제목이 어떤가?
종부세 '세대별 합산과세' 위헌 - 조선일보
"종부세, 가구별로 합산 과세 위헌 장기보유 1주택 부과 헌법불합치" - 동아일보

사실을 담담하게 전달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동아일보는 따옴표 처리까지 했다.
그럼 우리의 호푸 중앙일보를 함 봐보자.

노무현 정부 '종부세 대못' 뽑혔다 - 중앙일보

'뽑았다'가 아니라 '뽑혔다'라고 한 게 약간 자제한 티인가? 뭔가 환호작약하는 분위기이고 초점을 엉뚱한 곳에 맞추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만세삼창을 했을런지도 모르겠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적어도 1면 머리 제목에서는 짐짓 체면을 차리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중앙일보는 가슴 터질 듯한 승리의 기분으로 14일자 장문의 사설에서 '종부세 폐지' 를 강력히 주장한다. 미리 넘겨 짚어 폐지를 전제하고 세수 확보를 위한 방안까지 제시한다. 오바다.

이제 종부세는 사실상 수명을 다하게 됐다. 껍데기는 남을지 모르지만 핵심 뼈대들이 죄다 무너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그렇다면 차제에 종부세를 아예 폐지하고 새로운 방도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회와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후속 입법과 보완 작업을 밟아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종부세가 사라지면 부동산 시장을 조절하는 정책 기능이 일부 약화될 수도 있다. 또 2조원이 넘는 종부세의 공백을 메울 새로운 세수 확보에 나서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미 약속한 대로 종부세를 재산세로 통합하고, 현실에 맞게 단일세율이나 누진세율 체계로 개편하는 것을 서둘 필요가 있다. 명분을 상실하고 실효성마저 사라진 종부세를 존치시킨다면 가뜩이나 복잡한 과세 체계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중앙일보 2008. 11. 14 사설] 종부세는 시급히 폐지돼야 한다 中  

오바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15일자 사설에서는 은근히 '개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정부와 여당은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시키는 것을 전제로 종부세법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홍준표 원내대표는 “종부세를 재산세와 연계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소리를 해대고,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종부세 과세기준을 당초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도로 내리겠다”는 주장을 폈다. 야당의 ‘부자 감세론’을 의식한 포퓰리즘적 발상에서 비롯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헌재의 위헌 결정은 종부세가 과도한 징벌적 세금이므로 이를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취지에 맞게 법을 개정하면 그만이지 왜 엉뚱한 발언이 튀어나오는가.
[중앙일보 2008. 11. 15 사설] 헌재 결정 무시하는 무책임한 정치권 中

누가 글을 썼는 지 모르겠지만, 핏발 선 눈동자가 선하게 떠오른다. '소리를 해대고'  '왜 엉뚱한 발언이 튀어나오는가'에서는 그냥 짜릿짜릿하다. ^^;  화내지 마시고 차근차근 말씀하시와용~.

중앙일보가 특히 부동산이나 종부세 문제에 민감하고 과격한 이유는 무얼까? 아마 (헌재처럼) 사주 가족과 간부들 중 종부세 과세 대상자가 많거나, 중앙일보가 운영하는 <조인스랜드>의 존립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아마 둘 다일지도 모른다.

15일자 사설 밑의 독자의견란에 좋은 의견이 있어서 캡처해 봤다.

▲ 클릭하시면 제대로 보입니다.


종부세의 큰 골격은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다수대중의 생각이다. 중앙일보가 '포퓰리즘'을 들먹인 것이 그 증거다. 심지어 강남 재산가 중에도 일부나마 종부세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는 걸로 안다.  그런데 이 좋은 의견에는 추천이 1이고 반대가 12다. 이로 보아 포퓰리즘을 대중추수주의라고 한다면, 중앙일보는 '독자추수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게 틀림없다. 포퓰리즘의 상대어가 엘리티즘(elitism)이라고 한다면 조중동 독자들은 엘리트 들인가?  아니다. 조순의 아래 말에서 '한국 사회'를 '조중동 독자'로 바꾸면 답이 나온다.

조중동은 그나마 중학교 3학년 수준에 머물러 있던 한국 사회를 중학교 2학년 수준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조중동, 그게 어디 신문인가? -조순-


쓰다보니 횡설수설 좀 길었다.

이용섭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의 건투를 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길에서 서명대를 만나면 좀 도와주시고.

아, 그리고 조중동은 좀만 더 핏대를 올려주기 바란다. 있는 독자라도 건사하려면  그래야 하지 않겠나?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