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이런' 일과 '그런' 일

olddj 2008. 7. 28. 05:47
한 마디 하셨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일제 때 친일 부역 모리배가 옆집에 사는 사람 땅을 가로채려고 수작을 부렸다고 하면 나올 소리다.
내 땅을 빼앗길 지경이면 어떨까? 당연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가 옳다.

옆집 사람이 경찰에게 맞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고 혀를 차지만, 자기 가족이 밖에서 경찰에게 맞고 들어왔다면 자연스럽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고 분노하듯이 말이다.

국가의 주권 수호를 위해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자가 마치 제3자가 이야기하듯 한다. 거기에 더해서 '격노'까지 하셨단다. 아랫사람에게 했겠지. 이는 자신의 책임과 권한을 망각한, 비겁하고 무책임한 언동이다. 이런 언동을 언론에 흘리는 청와대 '관계자'씨 또한 아무 생각없이 나오는대로 씨부리는 전형적인 책임전가형 인물이다.

<한겨레>의 오늘자 사설은 이렇게 말한다.

이번 일의 경위만 봐도 그렇다. 독도의 주권표시 변경을 처음 전한 <한국방송>은 지난주에 이미 이런 움직임을 제보받아 이를 정부 쪽에 알렸지만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렇지 않아도 독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경 조짐은, 얼마 전 미국 의회도서관이 도서분류 주제어를 독도에서 ‘리앙쿠르 바위’로 변경하려다 재미교포들의 제보와 반대운동으로 보류하면서 이미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도 외교통상부와 주미 한국대사관은 이런 일들을 미리 살피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으니 한심하다.
<한겨레>[사설] 말뿐인 독도 대책, 무능한 정부 2008. 7.28字

이 정권은 도대체 최소한의 '시스템'이 없고, '시나리오'분석에 의한 사전 대응도 없다. 그저 일 터지고 나면 '질타'하고 '격노'한다. 구체적인 지시나 확정된 계획도 없이 모든 게 즉흥적이다. 민주사회의 미덕인 권력 분점은 무력화되었다. 그 뿐인가. '독재'의 미덕(?)인 일사불란한 지시나 보고도 없고, 하다 못해 '깡패 의리'도 없는 듯 보인다. 폭력과 돈으로 시민들의 촛불이 사그라들 거라는 '오해'도 많이 하신다. 어영부영하다가 발등에 불 떨어지면 허겁지겁 혼비백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자기 할 일을 다 한 줄 안다. 마치 저질 코메디를 보는 듯하다. '쑈'라도 제대로 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제발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황석영이 그랬다. 삼식이가 일본군 총에 맞아 죽을 때 "이완용은 친일파다"라고 하면서 죽지, "이완용은 명필이다"라고 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뉴라이트라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 이념을 기반으로 하는 이 정권은 "이완용이 명필"이라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일제 청산에 반대한 사람이 독립기념관장이 되고, 인혁당 사건 무죄판결 재고를 주장한 캐또라이는 인권대사가 되었다. 균형발전에 어깃장을 놓던 인사가 균형발전 위원장이 되었다.

그러니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국가들과 북한이 이 정권을 우습게 보는 거다. 이제는 아세안 국가들까지도 우습게 본다.  이 모든 것이 인수위 시절부터 이 정권의 우두머리와 관계자, 딴나라당이 외교적으로 만만하게 보인 탓이다. 그런 짓만 골라서 하지 않았는가. 엠네스티를 고발하겠다고 협박하는 그 용기는 참으로 쥐가 고양이를 보고 달려드는 형국이다.

매일매일이 조마조마하다. 오늘은 또 무슨 폭탄이 터질까 늘 불안하다. 그 불안에 못 이겨 촛불 들고 나선다. 시민들의 애틋한 그 마음을 알아 주는 것은 고사하고, 패고 찍고 잡아들이고 돈을 청구하는 찌질한 짓을 자행한다. 그래서 안에서도 조롱 받는다.

밖으로 캐무시, 캐망신 당하고 안으로 캐조롱 당하니 안팎으로 '식물 정권'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그런데도 언론 장악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선진화라는 미명아래 공기업을 정권의 사유물 취급하는 데는 할 말을 잃을 정도다.

청와대 이동관과 몇몇은 휴가를 취소했다 한다. 어제만 해도 대책회의를 세 번이나 했단다. 미리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일에 치어서 제 휴가도 챙기지 못하는 찌질한 가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요 없다.
 
이명박은 토·일요일 끼고 5일간 휴가라고 한다. 실제로는 3일인 셈이다. 그것도 고민 많이 했다고 하지. 그러나 휴가지에서도 좌불안석, 안절부절하고 전화통 붙잡고 호통이나 치는 무능한 가장은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감히 도태되어야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고, 될성부른 자식은 떡잎부터 알아 본다고 했다. 앞으로도 4년 반 동안 뻘짓을 계속하도록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지금 당장 내려오는 것이 그나마 '해피엔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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