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요미우리 - 참여정부 때 정정보도와 사과, 이명박정부 때 정치적 타협

olddj 2008. 7. 21. 15:54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지난 15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한, 이명박이 후쿠다에게 했다는 말이다.
이 기사의 사실 여부가 아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데 비해서 청와대의 대응은 아주 미온적이었다.

☞ 靑, 요미우리 '괴담' 대응 미흡한 이유는…(머니투데이, 7월17일)


 오늘 국회 질의 답변에서 외교통상부 권종락 제1차관은 "보도 당일, 일본 외무성 차관과 대변인이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데 이어 추가적으로 우리 주일 대사 대리가 요미우리 신문을 방문해 유감을 표명했고, 이에 따라 요미우리 신문이 기사를 인터넷 삭제한 뒤 사실과 다르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을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한다. (ytn보도)

사실 이 경우는 청와대가 오마이뉴스에 대해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금 5억원을 청구하는 언론조정을 신청한 사건과 매우 흡사하다.  <오마이뉴스>의 경우, 청와대의 대응이 우스꽝스러웠다. 한마디로 '유치빤쓰'라고 하면 되겠다.

<오마이뉴스>의 6월 7일 보도내용 중 이 대통령의 '주사파 배후' 발언 등은 녹취록에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러나 이 대통령 측이 제출한 녹취록은 극히 일부 대목만 풀어놓은 데다가, 그나마 참석자들의 발언을 군데군데 지우고 필요한 부분만 남겨, 간담회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게 돼있다.
☞중재위 "대통령 발언 녹취록 확인 필요"
청와대는 "공개 못한다"...'조정 불성립'(오마이뉴스 7월11일)


이명박이 해당 발언을 했느냐 안했느냐의 문제다. 청와대는 제대로 된 증거(녹취록)도 내놓지 못하면서  <오마이뉴스>에게는 정정보도와 5억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요미우리>에 대해서는 '유감 표명'과 '반론보도' 비슷한 것을 싣도록 하고, 할 일 다 한 듯 딴청부리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 삭제를 한것이 오보를 인정한 셈이라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요미우리>는 기본적으로 종이신문이다. 중앙일보가 기자와 인턴기자 쇠고기 시식 사진을 인터넷에서 지우는 걸로 사진조작을 인정한 것이 되는가? 아니다. 사과문을 게재하고, 전후관계를 밝혔다(물론 구렁이 담 넘어가는 수준이었지만).

<요미우리>는 참여정부 때,  반론보도문 게재가 아닌 정정보도를 한 사실이 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요미우리>는 이명박의 발언 '사실'에 대해 확신을 하고 있고, 취재원이 매우 믿을 만한 게 아닌가 짐작해 본다. <오마이뉴스>처럼 말이다.

일 요미우리 " 한국 수사권 조정 보도 잘못했습니다"

국정브리핑 | 기사입력 2006.04.04 21:51


일일 1000만 부가 넘는 발행부수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한국관련 오보에 대해 4일자 조간 국제면에 정정보도를 게재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달 17일 한국, 수사권 둘러싸고 싸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 대통령은 변호사였던 1987년 과격한 노동쟁의를 지휘해 검찰당국에 체포된 적도 있어 검찰을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었다"고 전제한 뒤 "노 대통령은 검찰인사에도 이례적으로 개입하게 돼 승진되는 간부를 청와대로 불러들여 가족관계나 금융거래 등을 묻는 등 이례적 조사까지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국대사관측에서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한 데 대한 정정보도를 요청했으며. 요미우리 측은 이를 '깨끗히' 받아들인 것.

일반적 정정보도 분량보다 3~4배 길게 처리
일본 신문의 일반적인 정정 보도 형태는 간단한 알림으로 끝난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이보다 3~4배 긴 분량으로 처리됐다.

요미우리는 '검찰 인사를 둘러싸고 이례적인 조사까지 실시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이는 "특정직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작년 10월부터 도입된 조사를 행한 것으로써 '이례의 개입'이나 '간부 승진자를 청와대로 직접 불러들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이었던 1987년 과격한 노동쟁의를 지휘해 검찰당국에 체포되었다'라는 내용은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고 관계자들에게 사과했다.

요미우리측은 "한국에서 수사기관의 개혁이 추진되고 있지만 저항도 있다고 보도한 것은 개혁의 어려움을 전하려고 한 것이지 참여정부의 개혁노력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점을 적극 해명하면서 단순히 문서만이 아니라 담당 부장과 담당 데스크가 대사관을 방문, 정중하게 유감의 뜻을 표했다.

흔쾌히 수용하는 언론 자세가 주는 교훈
일본의 유력신문으로 기사작성 과정에서 사람의 인명이나 지명의 오류가 아닌 사실관계, 그것도 외국정부와 관련된 기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그러나 요미우리는 한국정부의 지적을 흔쾌히 수용했고 정정 보도를 내보냈다.

처음부터 오보를 내지 않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오보를 낸 이상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진다는 자세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바로 이것이 권위지로서의 자부심을 가진 언론의 참모습이 아닐까 생각됐다.

이명섭 주일 홍보관


반론보도와 정정보도는 그 의미가 매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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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중재위원회 홈페이지

이번 <요미우리>가 "사실과 다르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을 보도"한 것은 청와대의 반론권을 받아들인 결과이지 그게 '사실이 다르다'라는 걸 <요미우리>가 인정한 게 아니다. <요미우리>는 일종의 정치적 타협을한 셈이다. 오보를 인정하지 않는 대신 이명박의 체면을 세워주는….

이명박은 이런 찜찜한 걸 안고서 임기 끝까지 가려고 하는 모양인데, 그래서는 안된다.  대통령은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기에 이는 국민의 자존심과 직결되는 것이다. <요미우리>에 강력히 대응해서 정정보도와 사과를 받아내던지, 녹취록 전문을 공개해서 '사실무근'임을 밝히던지 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잃어버린 신뢰의 백분지 일이라도 건질 것 아닌가. 무엇을 주저하는가?

나 역시도 그런 말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에, 청와대의 더욱 적극적인 대처가 아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