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잡담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

olddj 2008. 3. 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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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1]
'클라우드나인'이란 담배가 있는 지도 몰랐다. 봉하마을 휴게소에서 담배를 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저 담배가 뭔 담배지?'하며 이리저리 검색해 보니 '클라우드 나인'이란다. KT&G 브랜드전시관에 들어가 보니, 클라우드 나인의 뜻을 아래와 같이 설명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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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는 호기심에 클라우드나인을 한 갑 사서 피워보았는데, 별로 좋은 지 모르겠더라. -_-; 그래도 지금 '노무현&담배'로 검색하면 클라우드나인이 '관련 검색어'로 뜨니, 노무현은 본의아니게 담배의 광고 모델을 한 셈이다. 노무현은 저 사진 하나로 '노간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어거지를 약간 섞어서 말하자면, 참으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얼마전 동생에게 권력을 이양한 피델 카스트로가 1926년 생이니 대충 여든둘이다. 카스트로하면 떠오르는 사진이 시가를 문 것인데, 그는 1985년에 담배를 끊었다. 대충 쉰아홉에 끊은 셈이다. 그가  '시가의 최대 효용은 적에게 선물하는 것'이라는 뜻의 말을 한 것도 재밌거니와, 실제로는 시가를 선물용으로 쓰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노무현은 46년생이니 예순둘이다. 지금 담배를 끊더라도 카스트로보다 3년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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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스트로 친구 체 게바라.
체게바라가 살아 있다면 그도 담배를 끊었을 터이다. 더구나 그는 의사였지 않은가.


노무현 홈페이지 '사람사는세상'에는 '금연하시라'는 애교 섞인 주문이 많다. 물론 담배를 끊는 것이 최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내 생각은 약간은 다르다.

비행기, 열차를 타거나 고속버스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한다면 '외적 조건'에 의해서 금연하게 된다.노무현도, 졸졸 따라다니는 기자들이나 인파人波를 약간 멀리하고 '휴게실'에서 담배를 문다는 것은 이 '외적 조건'에 의해 제어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더구나, 그 모습에 환호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은, 그가 말한 '원칙'과도 관련이 있다. '금연'은 사회적 원칙 혹은 약속이 아니다. 개인적 원칙이자 약속이다. 하지만 '절제된 흡연'은 사회적 약속에 가깝다. 그는 원칙이나 약속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그러기에 환호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사회적 약속을 어기지 않는 한, 그에게 금연을 강제할 도리는 없다. 더구나 '골초'인 내가 그에게 무슨 충고를 할 수 있겠는가.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누리시라. 자유를.

하지만 부탁할 말. 링컨만 존경하지 말고 카스트로도 좀 존경해 주시라는 거다. 지금 끊더라도 카스트로보다 3년 늦었다. 나는 아직 15년 정도 남았으니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 하하.
  1. 이 글은 사진을 보고 바로 쓰던 글이나, 이제야 완성해서 올린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