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한나라당 아닌 '돈'나라당, 경제 대통령이 아닌 '쩐' 대통령

olddj 2008. 2. 18. 14:56
돈(money)나라당, 돈(mad)나라당

It's the Economy, Stupid!

지난 대선에서 많이 써먹어지던, 과거 클린턴의 선거 구호다.
이 짧은 문장은 이명박과 한나라당, 조중동이 선점한 '모토'나 '슬로건'에 가깝다. 이 엉터리같은 문장 하나가 "'도덕성'이냐 '능력'이냐"라는 (짐승만도 못한, 웃기는)여론조사 질문을 가능하게 했다. 철학이나 윤리적 사유가 가능한 사회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여론조사 항목이었다.[각주:1]
고상하고 공적公的인 말로, 혹은 듣기 좋은 말로 '경제'라고 치장하였지만 사실 그건 '쩐'이라는 사적私的언어였다.

'쩐'을 우선하는 이명박이기때문일까? 숭례문 방화 사건에 큰 맘 먹고 자기 생각을 얘기했는데, 그게 '쩐(성금)'이야기였다. 모든 현상이 '쩐'의 논리로 치환되는 머리는 공직자의 머리로는 장식용에 가깝다.

오세훈도 그렇다. 형식적으로는 사과를 하는 듯하나, '인식' 자체가 너무 뒤틀려 있다.

아울러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 관리를 위임받은 관할 구청에 대해, 서울시라도 나서서 충분한 예산을 지원하지 못했던 점이 못내 안타깝습니다.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립니다.
......
이에 서울시는 그동안 교육부문에 대해 그러해 왔듯이, 우리시의 법적인 관할의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이라도 문화재 복원과 관리를 위해 아낌없이 예산을 투자하고 지원하겠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숭례문 화재에 대한 대 시민 담화문 中

숭례문이 불타는 맨 처음 소식을 티비로 보며, 나는 옆에 있던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니, '공익'들은 다 어디 갖다 쓰는 거지?"

숭례문이 불탄 것은 예산이나 투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래는 병무청 홈페이지에 있는 공익근무요원 복무안내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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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공익근무요원이 아니더라도 '자원봉사'를 활용할 수도 있을 터이다. 올림픽이나 국제행사에만 자원봉사하라는 법도 없지 않나? 해병전우회는 꼭 교통정리만 일상적으로 해야한다는 법도 없지 않나? 물론 고용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돈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출신의 지자체장과 대통령 당선자는 '예산'이 부족한 것이 사건의 발생원인인 것처럼 문제의 초점을 엉뚱하게 돌리고, 복원의 요체가 '돈'인 것 처럼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내가 한나라당을 돈(money)나라당, 돈(mad)나라당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명박 전 시장의 후임으로서 부담은 없나.

“이시장의 시정운영 방향은 바람직했다고 본다. 내 시정의 대부분은 전임 시장의 업적을 확대, 계승하는 것이다. 일부러 차별화할 생각은 없다. 송파신도시 문제는 상황이 달라진 것일 뿐 철학이 다른 것이 아니다.”

2006.07.03 <경향신문> 오세훈 인터뷰

이명박 후임 오세훈이 숭례문 개방 책임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는 이유, 자기 선에서 무마하려는 이유를 알지 못할 바 아니지만, 공직의 세계는 조폭의 세계가 아니다. 서울시장 자리는 싸구려 의리를 지키는 자리가 아닌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건축가 김진애는 며칠전 그의 블로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숭례문 참화는 정말 가슴 아프지만, 한 가지 위안이 되는 현상이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 대한 국민적 깨달음이 있다는 사실이다. 통곡하는 국민, 눈물 글썽이는 국민, 애도하는 국민, 참회하자는 국민, 가림막을 비판하는 국민, 잔해 철거폐기를 비판하는 국민들,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국민, 성급한 복원이 능사가 아니라는 국민···.  ‘돈, 돈, 돈’ 하는 살벌한 세태에서 숭례문이 자신을 불태워 국민들에게 깨달음을 주신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김진애 블로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 대한 국민적 깨달음> 中

그는 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중 세 가지를 꼽아 설명했는데, '시간, 배려, 자연'이 그것이다. 배려가 부족했기 때문에 불탄 것이지, 돈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숭례문에 묻어있던 세월(시간)의 무게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지름 1미터 이상 짜리 금강송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공산품이 아니다.

일본 나라시소방본부 문화재방재관 구보다 히로시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방재설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문화재를 대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명박과 오세훈의 마인드는 이웃나라 지자체의 일개 공무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청계천에 쏟는 관심의 10분의 1만이라도 문화재 방재에 쏟지...

"노무현 대통령께서 봉하마을에 쓰구는 관심의 10분의 1만이라도 문화재 방재에 쏟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고 나경원이 말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비교할 걸 비교해야한다.

이명박이 관심을 쏟고 KT에서 돈을 쏟은 청계천의 컬러 똥떵거리 조형물이 있다. 늙은 '팝아트의 거장' 올덴버그가 현장을 보지도 않고 구상했다는 340만 달러 짜리조형물이다. 올덴버그는 이명박 출판기념회에 축하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이 조형물의 준공식 참석이 이명박의 서울시장 마지막 공식 업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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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의 거장'이라고 하니 문득 떠오르는 그림이 있지 않은가? 누군가  715만 달러를 주고 샀다는 그 그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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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ㅠㅠ

김진애에 의하면 '시청앞 잔디광장의 관리 단가는 월드컵공원의 15배가 들어가고, 청계천의 유지관리비는 물값 빼고 연간 70억원(당초 계획 18억원)'이라 한다. (<오마이뉴스> 2007. 8.14 이명박식 '공간정치'의 함정)

소설가 고정일은 이렇게 한탄했다.
이처럼 나라 잃은 상황에서 조국의 독립된 미래를 꿈꾸던 지식인들의 뜻이 충만한, 우리 선각들의 자취와 정신이 살아 숨쉬는 역사적 장소들이 사라져 간다. 그 자리에 베를린장벽 몇 조각 뜯어다 놓고, 클래스 올덴버그의 붉은 ‘스프링’을 청계천 입구에 상징 조형물인 양 세웠다. 민족의 얼이 응집되어야 할 서울이, 파리가 지닌 지성, 런던의 도덕성, 뉴욕의 진취성, 도쿄의 청결성, 로마가 지닌 역사성, 그 무엇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되어 가고 있다.

[동아일보/시론] 광화문, 청계천 그리고 3·1절


기대를 갖지 말아야


"나는 사실 BBK 같은 것은 걱정 안 했다. 하지만, 자녀 위장 취업 문제가 나왔을 때는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자녀 위장 취업은) 요즘은 중소기업 사장도 안 하는 일이다. 그걸 대통령 후보가 2006년까지 하고 있었다니… 참 천민자본주의적 (도덕)둔감인데…."

<오마이뉴스> 2007.12.24
이문열 "이명박 후보 당선, 고맙고 기쁘다"

이문열은 자신도 모르게 노무현 참여정부의 업적을 이야기했다. "(자녀 위장 취업은) 요즘은 중소기업 사장도 안 하는 일"이라고. 그런데도 이명박의 당선이 '고맙고 기쁘다'고 하니 한심하기도 하고, 좀 측은하기도 하다. 이런 증오의 감정 혹은 이율배반이 방화人의 심리와 다를 게 뭐있나.

이명박은 위장취업이 문제가 되자 잽싸게 4,300만원을 국세청에 일괄 납부했다. 선거전 막판에는 재산 헌납을 공언하기도 했다. '매일 변하는' 이명박이므로 내일은 어떻게 될 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명박을 찍었던 많은 선량한 국민들은, 기대를 접는 것이 좋겠다.

서민경제를 위해 내놓았던 통신비 인하 방침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또한, 이명박은 '투자를 통한 고용'을 부르짖었으나,
웃으며 투자를 약속한 기업들이 고용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란 정말 좋은 허울이다. 기업이란 기본적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라는 슬로건은 거짓이었다. 숭례문은 타면서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말했고, 더더구나 그들이 말한 '경제'는 '경제'가 아닌 '쩐'이었던 것이다. 이명박과 인수위는 취임하기도 전에 이걸 행동으로 알려버렸다.

김구 선생이 소망했던 '문화국가'는 아직 우리에게 버거운가 보다.

  1. 여기에 대해 글을 쓴 것이 있다. http://www.ijoins.com/246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