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노무현 탓과 봉하마을, 그 인식과 한계

olddj 2008. 2. 15. 07:45
노무현 정권은 피곤했다? 경제는 망했다? 심판 받았다?

진교수는 또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이 숭례문 전소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한 것에 대해 “숭례문 방화와 관련해 책임져야할 분은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이 당선인, 오세훈 서울시장, 유홍준 문화재청장”이라며 “그런데 두명은 사과를 했고 이 당선인은 모금운동을 하는 중”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가 집권도 안했는데 벌써 노무현 정권을 5년을 겪은것 같은 피곤함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경향닷컴] 진중권 “李당선인, 2메가바이트라 ‘2MB’냐” 독설

...... 참여정부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지표들을 내세운다. 솔직히 숫자상으로, 대외적으로 좋아진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을 한나라당과 한마음 한뜻이 된 여러 언론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그것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을 막아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다 아는 국민이라 할지라도, 모두 참여정부에게 박수쳐주지는 못한다. 왜냐고? 바로 "우린 문제 없어!"라는 인식을 했기 때문이었다.......

...... 쉽게 이야기 하자면, 참여 정부는, 경제가 망했다는데 동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버림 받았다.

[미디어 한글로] 이명박 정부 인수위, 노무현 정부 따라하기?

위에 든 두 개의 글은 이명박을 욕하기 위해 노무현을 끌어들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에 대해 '피곤함을 느낀다'거나, '경제가 망했다고 인식하는 것'이 조중동이나 한나라당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나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사실 지난 5년 동안 한나라당과 언론때문에 피곤한 것이었지 노무현때문에 피곤했던 일은 거진 없었다. 길가는 사람 아무나 잡고 물어보면 이명박을 찍었다는 사람은 10명 중 3명 꼴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투표율 62.9 * 득표율 48.7)

하기야 '삼성 저격수'라고 불리는 심상정은 (이건희가 위장소유하고 있다고 의심받는)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의 ‘제3의 길’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대선에서 국민은 과거 열린우리당이 내세운 ‘유연한 진보’에 대해 엄중한 심판을 내렸다. 그런데 손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보다 더 오른쪽에 있다. 손 대표가 말하는 ‘제3의 길’은 진보보다는 한나라당에 가까운 ‘신보수주의’다.

[중앙일보] “민노총과의 관계 재정립할 것 북한은 국민 못 먹여살린 정권” 中

심상정은 2007 대선을 통해 국민이 "노무현이 내세운(?) '유연한 진보'에 대해 엄중한 심판을 내렸다"고 보고 있다. 손학규를 비판하기 위해 노무현을 들먹이는 것이다. 좀 웃기는 것이 민주노동당은 더 처절히 심판받았다는 것이다. 물론 평등파들은 권영길의 '코리아 공화국'에 비판의 눈길을 두지만, 심상정이 내세웠던 '택지 국유화'가 중심 공약이었더라면 더 심한 결과가 왔을 지도 모를 일이다. '노무현 정권이 심판을 받았다'는 인식 자체가 조중동 프레임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그러니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자빠졌겠지만.


노무현대통령이 시켜서 했다는 방화범

안상수나 나경원이 말한 '숭례문 화재 노무현 책임론'의 상위 버전도 나왔다. 숭례문 방화범이 "노무현 대통령이 시켜서 한 일"이라고 했다는 소식이다. 내가 만약 그 자리에 있는 기자였다면 꼭 물어보았을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찍었습니까?"라고. 물론 대답은 뻔하겠지만….

노무현 정권에 대해 '엄중한 심판'을 내린 사람으로 그 또라이 방화범이 대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노무현 탓'이 나온다는 건 얼마나 코메딘가. 하긴 장사가 안 되는 것도, 길 가다가 자빠져도, 아들딸이 공부 안 하는 것도 다 '노무현 탓'이 아니던가. '노무현 탓(책임론)'이나 '노무현 심판론'이 오십보백보이고, 좀 심하게 말하자면 방화범이나 진중권이나 하나로나 심상정이나 다 거기서 거기다. 서 있는 방향만 다르지 모두 노무현에게 삿대질하고 있지 않은가. 조중동과 한겨레경향이 그렇듯이.


인식과 그 극복의 한계

현대 사회에 있어 우리 인식을 결정 짓는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미디어'라고 보는 것이 옳다. 파란색으로 존재하는 것도 전달자로서의 미디어가 '빨간색'이라고 주장하면 '빨간색'이 되어버린다. 이런 '인식의 호도' 는  80년 광주가 '사태'였던 것이나 광주 시민이 '폭도'였던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고정된 인식이란 바뀌기 참 힘든다. 심지어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다. 한계가 있는 것이다. 숭례문 방화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 한계를 잘 알고 있는 조중동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노무현에게 끝까지 들어붙어서 독자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으려 노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무현이 낙향할 봉하마을을 '노무현 타운(이 표현은 나경원의 작품이라는 소문)'이나 '노무현 빌리지' 운운하며 무슨 비리가 있는 양, 국고를 낭비해서 개인 정원을 꾸미는 양 엉터리로 보도하는 것이다(특히 중앙일보가 심한 것 같더라만…).

하지만 실상은 이렇다.
[시사영남매일] 김해 봉하마을 왜곡해서는 안된다

얼마 전 김해에 갔다가 택시를 탔는데, 기사는 노무현이 봉하마을에 내려와서 살 것이라는 자체를 미심쩍어 하더라.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우찌 그 촌에 살겠나, 아마 서울로 올라 갈끼야"라면서 또 다른 인식의 한계를 보였다. 그 기사는 뭐, 그리 살다 가는거겠지...

나에게 있어 지난 5년동안 노무현은 피곤함의 대상이 아니었고, 경제는 망하지 않았으며, 난 조중동을 심판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은 성공한 불세출의 대정치인이라고 한 박해전이 옳다고 본다.

25일에는 봉하마을에 가서 국밥 한 그릇 먹고 와야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출처 : <무브온21> 2007. 2.26

※ (2008. 2.25 04:18 추가) <kbs 미디어포커스 2008. 2.23 '봉하마을 495억의 진실'편 다시보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