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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NLL 관련 모니터보고서(20070905)

olddj 2007. 10. 12. 06:01

NLL 실체 외면하고 억지주장 늘어놓는 수구신문

민언련, 주요 신문의 ‘NLL 보도’에 대한 모니터보고서 발표

 
Ⅰ. 들어가며

북의 ‘큰물 피해’라는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10월 2일로 연기된 2차 남북정상회담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처음 남북 당국의 8월 28일 개최 합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냉전수구신문들은 ‘시기․장소·절차·방법론’, ‘북핵우선론’, ‘뒷거래 의혹’, ‘퍼주기’ 등 온갖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2차 정상회담을 흠집냈다. 이들은 또 수해로 인한 회담 연기에 ‘음모론’을 제기하며 ‘회담 차기정부 이관’ 등 사실상 ‘정상회담 무산론’까지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냉전수구신문들의 주장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지향하며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지지하는 여론을 이기지 못해 별 다른 힘을 갖지 못했다. 이에 냉전수구신문들은 ‘아리랑축전’ 개최에 딴지를 걸거나, 탈북자 단체의 목소리에 비중을 싣는 등 빌미가 생길 때마다 우회적인 방법으로 정상회담 개최와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흠집내기를 산발적으로 벌이는 한편, NLL(서해북방한계선, Northern Limit Line) 논란을 집중 부각해 마치 정부가 정상회담에서 영토를 북에 내어줄 것으로 몰아붙이면서 정상회담을 흔들어댔다.

우리 단체에서 2차 정상회담 개최 발표 다음날인 8월 9일부터 8월 28일까지 20일 동안 5개 일간지(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한겨레신문·경향신문)를 모니터링한 결과 냉전수구신문들은 이 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NLL 논란’을 부추겨왔고, 날이 갈수록 그 강도가 더 높여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내내 NLL로 정상회담 흔든 냉전수구신문

이 기간 동안 동아일보가 모두 22건의 NLL 관련 기사를 내보내 가장 많은 양을 보도했고, 조선일보가 17건, 중앙이 12건, 경향은 8건, 한겨레는 8건 보도했다. 동아는 사설에서도 가장 많은 4건을 썼고, 칼럼이나 기고는 2건이었다. 중앙은 사설과 칼럼·기고가 각 3건씩이었고, 조선은 사설 2건, 칼럼·기고 1건이었다.

총 67건의 NLL 관련 기사 중 동아가 무려 1/3을 차지했고, 조·중·동을 합칠 경우 51건으로 무려 77%나 차지했다. 그만큼 냉전수구신문들이 집요하게 NLL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특히 이들 신문은 군 출신 인사들의 기고, 인터뷰, 대담이나 사설을 통해 ‘NLL은 생명선’, ‘NLL 논의는 곧 영토를 내어주는 것’, ‘NLL 없으면 북 잠수함 드나들 것’ 등 NLL에 대한 논의 자체를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몰아가면서 ‘NLL은 정상회담에서 논의해서는 안 되는 사안’으로 만들어갔다.

하지만 냉전수구신문들의 이 같은 주장은 NLL의 탄생배경과 실체, 역사적 진실, 국제법 등 어느 것 하나에도 합당하지 않는 생떼나 다름없는 억지 부리기다. 그러다보니 이들 신문의 주장에는 ‘NLL은 논의하면 안되는 것’, ‘NLL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 그대로의 주장만 있을 뿐, 그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나 논리는 허약하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 스스로 논리적 일관성을 잃고 맹목적인 주장만 앞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아일보의 8월 27일자 NLL 관련 대담 기사다. 박승춘 전 합참정보본부장과 한철용 전 대북감청부대장의 ‘지상대담’ 형식으로 게재된 이 기사는 1면 <“NLL 철폐땐 수도권 안보빗장 풀려”>와 4면 <“NLL 없으면 인천-연평도 사이 북잠수함 드나들 것”> 등 2개면에 걸쳐 주요하게 다뤄졌다.

동아는 두 예비역 장성들이 “NLL 문제는 철저히 안보군사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NLL을 양보하면 인천과 수도권의 ‘안보 차단막’이 사라지게 된다”는 이들의 경고를 덧붙였다. ‘NLL이 안보 문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두 예비역 장성의 주장에서 ‘안보’ 문제를 중요하게 부각했던 동아일보는 그에 앞서 8월 10일 이재정 통일부장관이 국회에서 “NLL은 영토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안보적 개념으로 존재한다”고 한 발언을 두고는 “논란이 일고 있다”며 ‘파장’으로 묘사했다.

또 8월 15일 <“안보개념 NLL, 위험천만한 발상”>에서 “NLL과 관련해 안보 개념을 강조하는 것은 조정이 가능하다는 뜻인데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김희상 전 대통령 국방보좌관의 NLL 관련 발언을 부각시킨 바 있다. 같은 ‘안보’를 이야기하더라도 이재정 장관이 말하면 ‘위험천만한 발상’이 되고, 전직 군 장성들이 말하면 ‘우국충정’이 되는 것이다.

‘이현령비현령’ 식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주장과 논리만 끌어다가 여론을 호도하려 한 냉전수구신문의 모습은 이밖에도 NLL 관련 보도에서 무수하게 찾을 수 있다. 특정인의 발언을 부풀리거나 앞뒤를 잘라내 문제발언으로 몰아붙이는 식의 과장왜곡보도 또한 판을 쳤다. 이 보고서에서는 NLL과 관련해 이들 냉전수구신문들이 ‘NLL은 양보할 수 없는 영토’라는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어떤 식으로 논리들을 바꿔 갔는지, 이 과정에서 과장왜곡은 어떤 식으로 나타났는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Ⅱ. NLL의 진실

먼저 NLL이 어떤 선인지, 이를 두고 ‘영토’나 ‘생명선’이라고 주장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냉전수구신문들의 NLL에 대한 주장들을 살펴보면, NLL의 탄생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과정 전체에 대한 철저히 일방적인 내용들로 점철되어 있고, 극심한 사실 왜곡이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군관계자나 이른바 ‘전문가’를 동원해 쏟아내는 주장들이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NLL의 진실’을 우선 짚고 넘어가야 했다.

NLL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하 정전협정)을 검토해야 한다.
 

1. 정전협정을 토대로 한 NLL 검토

정전협정 제1조(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1항과 2항에 의하면 육상 군사분계선은 “한 개의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고 쌍방이 이 선으로부터 각기 2킬로미터식 후퇴함으로써 적대군대 간에 한 개의 비무장지대를 인정한다”며 위치를 지도상에서 명확히 규정했다. 이것이 바로 MDL(Military Demarcation Line, 육상군사분계선 즉 휴전선)이다.

하지만 해상 군사분계선은 그렇지 못했다. 정전협정 제2조(정화 및 정전의 구체적 조치) 13항에 의하면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 북쪽과 서쪽에 있는 모든 섬 중에서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및 우도 등 국제연합군총사령관의 군사통제하에 남겨두는 도서군들을 제외한 기타 모든 섬들은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사령원의 군사통제하에 둔다’고 되어 있고, “한국 서해안에 있어서 상기 경계선 이남에 있는 모든 섬들은 국제연합군총사령관의 군사통제하에 남겨둔다”고 되어 있다.

즉,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 북쪽과 서쪽에 있는 모든 섬 가운데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5개 섬은 연합군총사령관 통제에 두되, 나머지 모든 섬은 북한의 통제에 두고, 도계선 이남의 섬은 연합군총사령관의 통제로 둔다는 것이다. 정전협정에서는 이 규정을 지도에서도 분명히 표시했다.(참조 [그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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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 황해도와 경기도 도계선과 서해 5도와 관련해 정전협정에 ‘제3도’로 첨부된 지도 지도 출처 : <“북방한계선”은 합법적 군사분계선인가?>(리영희, 1999, ‘통일시론’)
ⓒ 리영희


[그 림1]에서 ‘A-B’로 표시된 선 이외에는 한반도 서해와 관련해 어떤 선도 정전협정에서 규정되거나 표시된 적이 없다. 그저 정전협정 제1조 5항에서 “한강하구의 수역으로서 그 한쪽 강안이 일방의 통제하에 있고 그 다른 한쪽 강안이 다른 일방의 통제하에 있는 곳은 쌍방의 민간선박의 항행에 이를 개방한다”며 ‘A-B’선을 사이에 둔 남북에 걸친 한강하구수역의 관리와 통제권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 ‘A-B’선은 예성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강화도 부근에서부터 출발해 30km 정도 서쪽에 있는 우도 근방까지만 그어져 있을 뿐 백령도까지 아우르는 선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정전협정에서는 “본 정전협정에 대한 수정과 증보는 반드시 적대 쌍방사령관들의 상호합의를 거쳐야 한다”며 “본 정전협정의 각 조항은 쌍방이 공동으로 접수하는 수정 및 증보 또는 쌍방의 정치적 수준에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적당한 협정 중의 규정에 의하여 명확히 교체될 때까지는 계속 효력을 가진다”고 못박아두고 있다.

즉, ‘쌍방’(북·중국과 유엔군)의 ‘상호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서는 수정이 이뤄질 수 없으며, 평화협정 수준의 규정에서 명확히 교체될 때까지 효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정전협정에서는 13항과 관련해 ‘주’까지 달아 지도에 표시된 선과 구역들을 더욱 분명히 했다. [그림1]에서 백령도 등의 외부에 표시된 사각형의 그림에 대해 정전협정은 “각도서군들을 둘러싼 장방형의 구획의 목적은 다만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의 군사통제하에 남겨두는 각도서군들을 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방형의 구획은 아무런 다른 의의가 없으며 또한 이에 다른 의의를 첨부하지도 못 한다”고 되어 있다. 즉 섬을 둘러싼 선들이 어떤 ‘구역’이나 ‘영역’, ‘통제범위’를 표시하는 게 아니라 그저 서해5도 그 자체를 표시하기 위한 선일뿐이라는 것이다.

서해5도 외에는 ‘A-B’선(황해도-경기도 도계선) 서북부의 그 어떤 수역이나 영역도 쌍방이 합의하여 규정한 것은 없다. 정전협정 당시 북은 ‘A-B’선을 서쪽으로 연장해서 ‘서해해상경계선’을 긋자고 주장한 반면 연합군 측은 서해5도를 포함하는 경계선을 주장해 쌍방이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2. ‘클라크 라인(Clack Line)’에 대해

그렇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NLL은 도대체 무슨 선인가. 이미 알려졌듯 NLL은 이른바 ‘클라크 라인’이다. ‘클라크 라인’에 대해서는 몇 가지 주장이 있다. 먼저 1953년 8월 30일 당시 유엔군총사령관인 마크 클라크(Mark Wayne Clark)가 서해상에서 남북한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설정한 선이라는 주장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등에서 당시 클라크가 이 선을 설정한 뒤 북측에도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에 ‘통보’된 증거나 정황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뿐더러 단지 유엔군 내부적 ‘교전규칙’의 일환으로 설정해 북측에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더욱 근거를 가지고 있다.

 정전협정 당시 정전을 반대했던 남한 이승만 정부가 정전협정을 무력화하기 위해 북에 대한 무력 사용을 할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유엔군총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설정하고 유엔군 이하 남한 해군에 지침으로 내린 선이라는 것이다. 즉 남측이 클라크 라인을 넘어 북쪽으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한 것 일뿐 북측이 남쪽으로 침범하는 것에 대해서는 애초 만들어질 때부터 아무런 쌍방의 합의와 통보가 없었다.

이에 대해서는 유엔사측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2003년 3월 9일 방송된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편에서 유엔사 고위장교는 NLL과 관련된 비공개 인터뷰를 통해 “NLL을 설정한 것은 유엔군사령부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건 우리측 배가 넘어가지 말라고 한 것이다. 이제는 남과 북이 풀어야 한다”고 대답했고, “북한 선박이 NLL을 넘어오면 정전협정 위반인가?”라는 질문에도 “NLL은 휴전선이 아니다. 적대행위를 할 경우에만 정전협정 위반이다”고 대답했다.

또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1993년 국방부가 발간한 ‘군사정전위원회 편람 제2집’에서 “NLL은 유엔군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지정한 선으로 해상 군사분계선이 아니다”고 적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1989년 메네트리 당시 유엔군사령관이 이상훈 국방부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 선박들이 단순히 북방한계선을 월선한 데 대해 유엔군 사령부는 항의할 권한이 없다”고 말한 사실도 밝혀냈다.

원래 클라크 라인 자체는 정전협상 도중인 1952년 9월 27일에 만들어졌다.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는 1999년 <“북방한계선”은 합법적 군사분계선인가?>라는 논문에서 클라크가 정전협상에서 북측을 압박하기 위한 ‘대북 해안봉쇄’ 차원에서 이 선을 설치하고, 유엔총회에서 통과시키려 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리 교수는 또 ‘해안봉쇄’용이었던 클라크 라인은 정전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본 정전협정은 적대중의 일체 해상군사력에 적용되며 이러한 해상군사력은 비무장지대와 상대방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한국(조선) 육지의 인접한 해면을 존중하여 한국(조선)에 대하여 어떠한 종류의 봉쇄도 하지 못한다”는 정전협정 15항 규정에 의거, 협정체결 한 달 뒤인 1953년 8월 27일 클라크가 스스로 철폐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클라크가 스스로 없앤 선이 NLL로 대체된 것에 대해서는 리 교수 역시, 이승만 정부가 정전협정을 파기할 목적으로 일방적인 대북 군사행동을 감행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이는 NLL이 1953년이 아니라 1958년에 설정됐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앞서 언급한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전 유엔사 특별고문이었던 이문항 씨는 유엔사와 남측이 57년부터 시작된 남측 어부들의 납북을 막기 위해 어로저지선을 설치하고, 북한 해군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NLL을 설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문항 씨는 58년 이전에는 ‘그 어느 문서에서도 NLL을 본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러 주장들을 종합해보건대, NLL은 정전협정과는 무관하게 유엔사 내지 남측에서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3. 북은 NLL을 인정한 적이 있나?

NLL을 ‘영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북측이 73년 전까지 혹은 1992년 남북합의서 채택 전까지, NLL에 대해 문제 삼지 않고 사실상 ‘해상분계선’으로 인정해놓고 이제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NLL이 어떻게 그어졌던 남측이 NLL 이남 바다를 ‘실효적’으로 지배해왔기 때문에 ‘영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 역시 수많은 근거에 의해 반박되고 있다. 50년대 중후반 북에서 해군이 창설된 이후 연평도 등 NLL 부근 해상에서는 남한 어부들이 북측에 의해 납북되는 일이 잦았다. 북측이 NLL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넘어왔다는 것이다. 이후 73년에는 북한 함정이 십여차례 NLL을 집중적으로 넘어온 적이 있었고, 그 이후부터 2002년 2차 서해교전과 그 이후까지 북측은 거의 매년 NLL을 넘어오거나 ‘남의 집 마당에 일방적으로 그은 비법선’이라고 문제제기해왔다. 특히 73년 12월에 있은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북측은 “서해 5도는 유엔사 관할이나 섬 주변의 물은 한 방울도 손 못 댄다”며 NLL에 강한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아울러 50~60년대 어민들의 납북 등과 관련한 신문기사를 보면 ‘NLL’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고 ‘어로한계선’ 등의 명칭이 등장한다. 연평도 등에서 수십년 어업을 해온 어민들도 NLL이란 용어 자체를 1차 서해교전(1999년) 당시 처음 들었다는 증언을 내놓기도 한다. 즉 남측 역시 NLL 설정 이후 수십년 동안 NLL을 국경선이나 해상군사분계선 등으로 인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NLL 이남 해역을 두고 ‘북한이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해왔기 때문에 우리 영해’라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4. 남북기본합의서와 NLL

냉전수구신문 등 수구우익집단들은 1991년 12월 31일 남북 사이에 체결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협력에 관한 합의서’(이하 남북기본합의서)의 11조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는 규정을 두고 ‘북이 NLL을 인정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또한 ‘NLL 이남을 남측이 지금껏 관할해왔다’는 사실에서 근거한다.

남측이 NLL을 지켜 온 것이야 사실일 수 있지만, ‘쌍방’이 관할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북은 이제껏 단 한 번도 NLL을 인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기본합의서 11조에 규정된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이란 정전협정 당시 그어졌던 육상분계선과 앞의 지도에서 봤던 한강하구의 ‘A-B’선을 사이에 둔 남북 지역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남북기본합의서 관련 ‘남북불가침 부속합의서’는 제10조에서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구역은 해상불가침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고 합의했던 것이다. 이는 정전협정에서 차후 협의 과제로 남겨뒀던 해상경계선을 92년 이전까지도 남북이 ‘협의’해왔고, 앞으로도 ‘협의’할 대상이라는 점을 밝혀둔 것이다.

5. 기타 냉전수구세력의 주장에 대한 반박

이밖에 수구세력들은 북이 1959년 스스로 만든 ‘조선중앙년감’의 지도에서 NLL을 ‘군사분계선’으로 표시했다며 ‘북이 NLL을 인정한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앙일보는 8월 28일 김규 재향군인회 안보국장의 기고 <NLL 문제 국방부에 맡겨라>에서 “북한 공식자료집인 ‘조선중앙년감’ 59년판에는 NLL을 군사분계선으로 표기했다”며 “NLL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8월 27일 발행된 ‘주간조선’(1969호)의 경우에는 아예 기사 제목을 <“북한, NLL 공식 인정 1959년판 조선중앙연감에 기록”>으로 달고 “조선중앙연감 1959년판 254쪽 황해남도 지도에 보면 NLL과 일치하는 선을 군사분계선으로 표기해놓았다”며 “북한당국도 NLL을 인정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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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2] 1959년판 조선중앙년감 254p 황해남도 부분 지도 냉전수구세력의 주장처럼 북이 NLL을 인정했다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 이 정도 자료를 '결정적 자료'라고 주장한다면 93년 국방부가 펴낸 군사정전위원회 편람에서 'NLL은 해상경계선이 아니다'고 확실하게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무엇이라 이야기할 지 궁금하다.

하지만 실제 ‘조선중앙년감’ 59년판 254쪽에 게재된 지도([그림2])를 확인하면 이 같은 주장이 무색해진다. 이 지도에는 실제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 상단 부분에 ‘군사분계선’으로 기호 표시된 선이 있지만, 결코 실제 NLL과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 왜냐면 남측이 주장하는 NLL처럼 우도 서쪽에서 백령도까지 이어져 있는 선이 전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이 선은 정전협정에서 유엔군사령관의 통제하에 두게 된 서해5도와 북측 지역을 구분하기 위한 ‘경계선’으로 보는 게 더욱 타당할 것이다. 물론 서해5도 지역에는 우리 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군사분계선’이 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설혹 북측이 한두차례 NLL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NLL은 우리 영해’라고 주장하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국방부는 1993년 군사정전위원회 편람에서 “NLL은 유엔군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지정한 선으로 해상 군사분계선이 아니다”고 스스로 확인한 바 있으며, 1996년 당시 이양호 국방부장관은 국회에서 NLL에 대해 “해상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며 “이건 정전협정과 관계없고, 넘어와도 상관없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구신문의 대명사인 조선일보 또한 이 같은 이양호 장관의 발언을 뒷받침한 적이 있다. 조선일보는 1996년 7월 18일자 <‘합의된 선’없어 논란 무의미>라는 해설 기사에서 “논란이 된 해상의 북방한계선은 지상의 군사분계선과 개념상으로나 법적으로나 의미가 다르다”며 “바다의 경우는 남-북간에 의견이 엇갈려 지금까지 정해진 경계선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조선은 특히 서해북방한계선은 “유엔사측이 백령도 연평도 등 6개 도서군과 이를 마주하는 북한측 지역과의 중간지점 해상에 임의로 설정한 것”이라며 “서로간의 수역을 침범했을 경우 정전협정 위반사항이나 국제법상으로 제소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 “이 국방장관이 ‘NLL 침범이 정전협정 위반사항은 아니다’라는 답변은 맞는 것”이라고 이 장관의 발언을 옹호했다. 당시 이 기사를 쓴 사람은 함영준 기자로 이후 조선일보 사회부장, 국제부장 등을 거쳐 현재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진영에 참여하고 있다.


Ⅲ. 냉전수구신문들의 NLL 실체 왜곡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NLL의 탄생배경과 그 실체를 안다면 결코 ‘NLL은 확고한 해상군사분계선’, ‘NLL은 양보할 수 없는 것’, ‘NLL은 우리 영토’라는 주장을 하기 힘들다. 조금만 노력을 한다면 정전협정 전문, 남북기본합의서 등 관련자료나 논문 등을 통해서 얼마든지 내용을 파악할 수 있지만 냉전수구신문들은 이 같은 사실을 외면했다.

설사 NLL에 있어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의지를 가지고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한다면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음에도 취재역량의 한계인지, ‘반북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굳이 사실을 알 필요가 없어서인지 냉전수구신문들은 NLL의 실체를 전하지 못했고, 관련자료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도 의도적인 왜곡과 말바꾸기를 자행했다.

1. 남북기본합의서와 관련한 말 바꾸기

앞서 살펴봤듯 남북기본합의서의 ‘불가침구역’과 관련한 규정에 NLL은 포함되지 않는다.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에 NLL이 포함되지 않음은 물론, 부속합의서에 ‘해상불가침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13일 사설 <핵 제치고 NLL로 무슨 요술 부리려나>에서 “남과 북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남북의 불가침 경계선은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고 합의했다”며 “양측 간에 정치적․법적으로 논의가 끝난 영토문제를 다시 정상회담 의제로 올린다는 것은 주권을 포기한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억지를 부렸다.

‘억지’라는 걸 알았는지 조선은 다음날인 14일 ‘시론’에 실린 박용옥 전 국방부 차관의 외부 기고 < NLL은 타협 대상 아니다 >에서 “1991년 남북 간에 체결된 ‘남북 불가침 부속합의서’ 제10조는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당시 이 ‘협의’는 남북기본합의서와 그 실천기구인 분야별 ‘남북공동위원회’,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과 그 실천기구인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등 그간의 모든 합의사항이 이행․준수되어 한반도평화가 공고해지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또 다른 핑계를 만들어냈다.

박 전 차관은 이를 바탕으로 “지금처럼 북한의 핵무장 등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극도로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NLL 협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도, 2.13합의로 북미관계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고, 2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정도인 상황이 어떻게 시기적으로 부적절한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어쨌든, NLL과 관련해 ‘남북기본합의서’를 언급하는 것이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은 조선일보는 8월 18일 <NLL의 정체는?>이라는 해설기사에서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한 이야기는 한 줄도 싣지 않았다. 또 같은 날 <“대한민국 장관이 북한 대변자냐” 각계 분노>에서는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부속 합의서에서 해상불가침 경계선을 확정하기 위해 계속 협의한다는 게 남북 간의 확실한 합의 사항”이라며 “이 합의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재정 장관의 기자 브리핑 발언을 소개하면서도 이에 대한 반론을 전혀 제시하지 못한 채 이 장관에 대한 감정적인 비난을 소개하는 데 치중했다.

동아도 8월 13일 사설 <NLL보다 공동어로수역 논의가 현실적이다>에서 “(북한은) 1992년엔 남북기본합의서 및 불가침부속합의서에 함께 서명해 국제법적 효력도 인정한 바 있다”며 조선과 같은 ‘자충수’를 두었다.

또 같은 날 <NLL 의제포함 여부 벌써부터 시끌>에서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1조에는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그런데도 북측은 …줄곧 NLL 재설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억지주장을 펼쳤다.

특히 ‘1992년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 기조 위에서’라는 NLL에 대한 정부 견해를 설명한 이 기사는 ‘남북기본합의서 기조 위에서 계속 협의한다’는 기조를 ‘아전인수’식으로 왜곡하기도 했다.

동아의 ‘헛다리짚기’는 조선보다 더 오래 갔다. 동아는 8월 18일 ‘릴레이시론’ <NLL은 한국 방어 생명선>에서 전 국방부 정책실장인 차영구 씨의 기고를 실었는데, 여기서 차 전 실장은 “1992년에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와 불가침 부속합의서를 통하여 쌍방의 관할 구역을 합의함으로써 이 문제는 일단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북한은 집요하게 NLL 문제를 제기할까”라고 북의 입장을 문제 삼았던 것이다.

국방부에서 ‘정책’을 담당할 정도의 인사가 관련분야에 이토록 무지한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이 사이 통일부 등에서 ‘남북기본합의서’가 오히려 ‘NLL 협의’의 근거가 된다고 밝혔음에도 이 같은 외부기고를 받는 동아일보의 수준도 한심할 따름이다.

같은 날 < NLL 왜 중요한가 >라는 해설기사에서도 “국방부는 특히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 규정한 것은 북측도 NLL을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무식함을 드러낸 동아는 8월 24일에 가서야 살며시 말을 바꿨다.

이날 동아는 사설 <통일부의 NLL 인식 미심쩍다>에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NLL을) 계속 협의한다’는 문구는 어디까지나 군사적 신뢰 구축을 전제로 한다”며 “NLL부터 먼저 논의하자는 북의 고집은 비현실적이며 불순한 의도를 품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다를 바 없었다. 중앙은 8월 11일 사설 <NLL 훼손 절대 용납 못한다>에서 “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선 NLL을 남북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했다”며 “NLL에 대해 북한이 시비를 걸 역사적·법적 근거는 하나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랬던 중앙은 8월 27일 ‘노트북을 열며’라는 칼럼 <누구를 위한 NLL 논쟁인가>에서 “북한이 사문화시킨 남북 기본합의서 중 유독 북한이 요구해 온 조항만을 꺼내 들어 해결하려 하는지도 의문”이라며 “수많은 합의 중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도 계속 협의한다’는 조항만을 끄집어 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애초 사설에서 남북기본합의서를 근거로 ‘NLL 논의 불가론’을 펼쳤던 게 자신이면서 오히려 적반하장식으로 “합의서 등은 뒷전에 밀어두고 북한이 요구하는 NLL 재설정 문제를 논의하자고 하는 셈”이라며 정부를 나무란 것이다.

반면 한겨레는 8월 13일부터 <‘기본합의서’ 실질적 이행이 신뢰구축 ‘열쇠’>에서 ‘남북기본합의서로 다시 돌아가자’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목소리”라며 “서해 북방한계선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지만, 남북 모두 기본합의서의 정신에 대해서는 크게 이의를 달지 않는다”고 ‘해설’했다.

“북쪽도 불가침 부속합의서 10조를 근거로 북방한계선 재설정 우선 논의를 주장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남북 불가침 부속합의서에서 합의됐던 포괄적 신뢰구축이 가능하다면 서해경계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경향의 경우는 애매모호하다. 경향은 8월 15일 사설 < NLL 논의, 기존 남북 합의가 출발점이다 >에서 “‘해상경계선 계속 협의’ 및 ‘기존 NLL 인정’에 합의한 1992년 9월 남북 불가침 부속합의서는 문제 해결 원칙을 담고 있다”며 ‘쌍방 관할 구역’에 NLL을 포함시켰다. NLL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내용이었지만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쓴 사설이었던 것이다.

2.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억지 주장 사례

- NLL이 그동안 실질적인 해상 군사분계선 역할을 해왔는데 북측 주장을 수용하면 우리가 영토를 양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측이 요구한다고 해서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을 남쪽으로 옮길 수 있느냐”며 “NLL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조선 8/13, <군 “NLL 재설정땐 군사충돌 위험 커져”>)
- NLL은 지상의 군사분계선(MDL)과 마찬가지로 54년간 유지돼 온 해상 경계선이다.(동아 8/13, <NLL보다 공동어로수역 논의가 현실적이다>)
- NLL이 휴전선 155마일의 연장인 ‘해상 경계선’이라는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 이를 당장 재설정하자는 북의 요구는 휴전선을 다시 긋자는 것과 다름없다. 이를 의제로 삼는 것만으로도 정전(停戰)체제를 무너뜨리게 된다.(동아 8/24, <통일부의 NLL 인식 미심쩍다>)
-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모호한 개념인 ‘남북 관계의 진전’이라는 미명하에 어떻게 영토 문제를 건드리려고 하는가. 특히 남북 간에 군사적 신뢰 구축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말이다. 이 장관의 논리대로라면 휴전선에서의 충돌을 막으려면 휴전선도 재논의해야 한다는 것인가. 스스로 영토와 영해를 헐어 북한에 아부하자는 말인가.(중앙 8/17, <서해교전도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니…>)

이 기사들은 정전협정에 의해 명확하게 ‘쌍방’이 합의한 MDL과 유엔사 측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NLL의 차이에 대해 조금도 구분하지 않고 국방부의 억지 주장을 대변했다. 특히 ‘정전체제 훼손’을 우려하는 동아의 주장은 평화체제 구축을 거부하고 반세기 넘은 정전체제 아래에 안주하려는 ‘냉전수구세력’의 정체성과 본질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 남 교수(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가의 영토 문제와 관련된 NLL 재설정처럼 헌법의 기본 질서를 위협하는 내용을 정상회담에서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정상회담이 이쪽의 ‘구애’ 끝에 이뤄지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동아 8/27, <“NLL 언급 자체가 정상회담 끌려간다는 증거”>)

남 교수의 주장은 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NLL을 억지로 ‘영토’ 문제로 확장시켜 급기야는 ‘헌법 질서 위협’으로까지 부풀린 전형적인 과장왜곡이다. 또한 남 교수 주장대로라면 만약 정상회담을 북쪽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끝에 이뤄져 북이 NLL을 의제로 제기했을 경우에는 ‘논의가 적절하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 NLL 문제는 남북 간 거론되기에 앞서 먼저 우리 국방 당국과 유엔군사령부 측이 한반도 및 주변 지역의 전반적 군사상황 평가와 연계하여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조선 8/14, ‘시론’ < NLL은 타협 대상 아니다 >)

앞서 살펴봤듯이 유엔사 측은 NLL 문제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기를 껄끄러워 한다. 특히 유엔사 측이 북의 NLL 월선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한 적은 없다. 오히려 NLL 문제를 남북 사이의 분쟁으로 규정, ‘남과 북이 해결해야 될 사안’으로 보고 있는 경향이 짙다.

- 북한의 NLL 재설정 주장은 자가당착이다. 북은 1973년 10~11월 43회나 NLL을 침범한 ‘서해사태’ 때까지 20년 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동아 8/13, < NLL보다 공동어로수역 논의가 현실적이다 >)
- 북한은 NLL 획정 이후 20년 동안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1973년 제346차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비로소 문제 삼기 시작했다.(동아 8/18, < NLL 왜 중요한가 >)
- 유엔군이 백령도 등 서해 5도를 제외하고 황해도 육지와 근접한 섬의 통제권을 북한에 양보, 북한으로선 기대 밖의 소득을 거뒀다. 그 뒤 북한은 1984년 수해 물자 인도 등 지난 50여 년 동안 의도적인 몇차례의 도발을 제외하곤 NLL을 사실상 인정하고 준수해왔다.(조선 8/20, < NLL은 영토 문제…정상회담 의제에 포함시켜선 안된다 >)

이들 기사는 5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반세기 동안 남북간 분쟁과 갈등의 상징처럼 존재하는 NLL의 역사를 부정하는 내용이다. 북은 NLL을 인정한 적이 없고, 84년 수해물자 인도가 NLL 선상에서 이뤄졌다는 것도 사실상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하면서 NLL을 독단적으로 월선해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는 게 훨씬 타당할 것이다.

- 북측과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휴전 당시 쌍방의 전력 배치 상황과 정전협정 조문(2조 13항) 해석에 따라 적법하게 설정된 해상 군사분계선이라는 것.(동아 8/18, < NLL 왜 중요한가 >)

정전협정을 언급하려면 ‘북측과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이라는 문구와 ‘적법하게’ 라는 말은 절대 양립할 수 없다. 앞서 살펴봤듯 정전협정의 ‘수정’과 ‘증보’는 ‘쌍방’이 ‘합의’했을 경우에만 인정된다.

- 서해 NLL은 서해 5개 도서와 북한 지역과의 중간 선을 기준으로 한강 하구부터 12개 좌표를 연결해 설정했다. 따라서 NLL은 국제법적 근거도 지녔다. 유엔해양법협약 121조는 ‘사람이 경제활동을 하는 도서는 자체 영해를 가진다’고 못박아 놨기 때문이다.(중앙 8/27, ‘노트북을 열며’ <누구를 위한 NLL 논쟁인가>)

전형적인 사실왜곡의 일방적 주장이다. NLL은 국제법을 ‘근거’로 따지고 들어가면 ‘NLL 고수론자’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해양법에 따른 ‘12해리 영해’ 주장은 북측에서 오히려 더 강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냉전수구세력들은 ‘북이 국제해양법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반박해왔다.

국제법을 기준으로 한다면 서해경계선은 조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춘호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도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북방한계선 남쪽이 다 우리 영해가 아니다. 오히려 영해로 따지면 북한 영해가 더 많다”며 “영해를 침범했다는 주장 자체가 맞지 않다. 제 칼에 제 목 다치는 것”이라고 경고한 적이 있을 정도다.

당장 중앙의 주장은 소청도에서 연평도에 이르는 NLL 구간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고 만다. 그 구간은 40해리가 넘기 때문이다. 두 차례의 서해교전은 모두 이 구간에서 벌어졌다. 77년 발간된 미 국무성 지도에 의하면 NLL이 아닌 전혀 다른 서해경계선이 표기된 사실이 밝혀졌다. 바로 ‘12해리 영해’와 ‘중간선’을 기준으로 그은 선이었다.

3. 과장왜곡보도 실태

수구냉전신문들은 통일부 관계자들의 NLL 관련 발언을 과장하고 왜곡함으로써 논란을 확대재생산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1) 8월 10일 이재정 통일부장관의 국회 발언 관련

8월 10일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보고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은 “이번 기회에 적극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며 “ 국경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합의해서는 안된다고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정상회담에서 NLL 관련 논의를 포함시킬 것을 주문했다.

이에 이 장관은 “NLL은 영토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안보적 개념으로 존재한다”며 “군사적 긴장관계를 줄이고 우발적 충돌을 막아나가느냐의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NLL의 탄생배경과 NLL을 둘러싼 남북간의 대치를 바라봤을 때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지만, 냉전수구신문들은 ‘왜 NLL이 영토개념이 아니라 안보개념이라고 하는지’,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안보적 개념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없이 그저 ‘영토개념이 아니다’는 부분을 강조해서 마치 이 장관이 ‘영토를 포기하려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였다.

중앙은 11일 사설 < NLL 훼손 절대 용납 못한다 >에서 이 장관 발언에 대해 “안보에 정말 우려되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NLL은) 단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규정했다. 중앙은 “남북기본합의서에선 NLL을 남북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했다”며 “NLL에 대해 북한이 시비를 걸 역사적․법적 근거는 하나도 없는 것”이라고 했지만 남북기본합의서를 근거로 삼은 논리는 이후 금방 뒤집히게 된다.

또 ‘양보할 수 없는 이유’를 “서해교전 당시에는 해군 장병 6명의 꽃다운 젊음이 희생됐다”며 “피를 흘려 지켜온 ‘자유의 선’”이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 장관이 말한 ‘군사적 긴장관계를 줄이고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이 강구된다면 앞으로 또 다른 ‘꽃다운 젊음’의 희생을 방지할 수 있음에도 무조건 ‘다시 논의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은 또 11일자 2면에서 “NLL, 영토개념 아니다”는 이 장관 발언을 제목으로 부각하고, “김정일이 원하는 발언”이라는 한나라당 측 주장 또한 기사 제목에 담아 논란을 부추겼다.

조선도 13일 사설 <핵 제치고 NLL로 무슨 요술 부리려나>에서 “통일부 장관은 ‘NLL은 기본적으로 영토개념이 아니다’고 화답했다”며 “NLL 남쪽 바다를 꼭 우리 영토라고 할 수 없다는 논리”라고 ‘영토’ 논란을 부각했다. 조선은 특히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바다 아닌 육지 휴전선 재조정도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만 한다면 ‘적극적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라고 NLL 문제를 MDL로까지 연관시켜 논란 부풀리기에 열을 쏟았다.

2) 8월 16일 이재정 장관의 국회 ‘민족화해와 번영을 위한 남북평화통일특위’ 회의 발언

8월 16일 이재정 장관은 국회 ‘민족화해와 번영을 위한 남북평화통일특위’ 회의에 출석해 “안보를 담보하기 위해 서해대전에서 귀중한 장병 6명이 전사했다. 영토 개념이 아니라면 그렇게 목숨을 바쳐 지킬 이유가 없지 않나?”는 심재엽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NLL이 가지고 있는 목적은 분명 우리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서해교전만 하더라도 결국 안보를 어떻게 지켜내느냐 하는 방법론에 있어서 우리가 한 번 더 반성해봐야 될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당연한 말이다. ‘귀중한 장병 6명’이 목숨을 잃은 사안이니만큼 정부 당국자는 ‘반성’하고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 장관은 서해교전에서 목숨을 잃고 부상당한 장병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서해상에서의 안보 문제를 어떻게 확보해나가느냐”에 대해 ‘방법론’에 대한 반성을 이야기한 것이다.

NLL을 그대로 두고 갈등을 빚어가며 심할 경우 군사적 충돌까지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안보를 확보할 것인지를 반성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즉, 서해교전 자체가 ‘반성의 대상’이 아니라, 서해교전을 계기로 우리에게 반성해봐야 할 과제가 생겼다는 말이다.

하지만 냉전수구신문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곡해해 논란 부풀리기에 나섰다.

8월 17일 조선은 “북측 도발로 6명의 전사자가 나온 사건에 대한 책임의 한 부분을 우리 측에 돌리는 것이어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며 논란 부풀리기에 돌입했다. 이어 18일에는 사설 <이통일장관은 서해교전 순국장병을 모독했다>에서 “이 장관은 6명의 국군장병이 순국하고 18명의 장병들 중 상당수가 불구가 된 이 교전을 두고 반성하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퍼부은 것”이라고 의도적인 왜곡으로 이 장관을 몰아붙였고, 같은 날 <“서해교전 반성할 부분 있다” 발언 파문>에서는 이 장관을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한나라당․군관계자․유가족들의 반응을 부각시켰다.

동아는 17일부터 <이 통일 “서해교전은 반성해봐야 할 과제”>라며 아예 ‘결국 안보를 어떻게 지켜내느냐 하는 방법론에 있어서’라는 중요 부분을 삭제한 제목을 달고 ‘파문’을 부추겼다. 18일에도 <이재정 통일 “서해교전은 반성할 과제” 발언 파문 확산>에서 의도적인 왜곡을 저질렀고, 사설 <노 대통령, 이재정 씨 해임해야>에서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본색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군을 모독하고 북한을 옹호한, 용납할 수 없는 이적 발언이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중앙도 17일 기사 제목을 <“서해교전은 반성할 과제”>로 뽑고, 사설 <서해교전도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니…>에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정말 정신이 나갔다”며 그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해 “서해교전 사상자들을 더 이상 모독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 ‘NLL 재설정=북 주장 해상경계선’?

한편, 2차 정상회담에서 NLL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마치 북이 요구하는 해상경계선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호도하는 주장도 판을 쳤다.

“북측 주장대로 NLL을 남쪽으로 내리면 북한 함정이 인천 앞바다 덕적도까지 근접할 수 있어 군사적 충돌 위험성이 증가한다”(조선 8/24)
“북측이 주장하는 해상분계선을 따르게 되면 서해의 어장 1만여 k㎡ 이상을 북측에 내주게 된다”(동아 8/18)
“NLL이 북한의 뜻대로 조정된다면 서해 5도가 당장 군사적 위협에 노출되고, 유사시 인천과 수도권 지역에 대한 적의 기습을 감시, 경보, 격멸할 수 있는 ‘안보 차단막’이 사라지게 될 것”(동아 8/27)
“북한의 주장대로 NLL을 양보하면 북한군이 인천 앞바다 바로 위까지 내려오게 된다”(동아 8/27)
“NLL은 없어지고 서해 5도 주변 12해리까지만 우리 영해로 인정된다. 그 바깥의 바다는 공해가 돼 북한 함정이 인천 앞바다 덕적도까지 근접할 수 있다”(중앙 8/17)

이 같은 냉전수구신문들의 주장은 NLL 논의를 곧 ‘안보위협’으로 연결시켜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길 의도나 다름없다. 하지만 ‘논의’, ‘협의’는 어디까지나 ‘쌍방’이 하는 것이다. 정부가 북이 요구하는 대로 일방적인 해상경계선을 받아들일 것이라 전제하고 안보불안을 부추기는 것은 곧 그들 자신이 냉전구조 아래서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Ⅳ. 나가며

이처럼 냉전수구신문들의 ‘NLL을 통한 정상회담 흔들기’는 도가 지나칠 대로 지나쳤다. 논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그저 억지스러운 비이성적 주장과 격한 감정의 배출, 냉전체제에 기댄 대결주의 조장과 안보불안 부추김이 이들의 공통분모였다.

이들의 의도는 뻔하다. 정상회담에서 NLL이 논의될 경우, 이를 빌미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요구에 이끌려간 것으로 몰아붙이면서 ‘이런 정상회담 왜 했나’는 식으로 정상회담의 성과를 폄훼하고 흠집내려는 것이다.

이는 정부에 대해 ‘핵폐기가 가장 우선한 의제’라고 요구한 것과 비슷하다. 냉전수구신문들이 바라는 수준으로 북한핵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상회담은 필요 없다’는 주장을 쏟아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NLL이 논의되는 정상회담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NLL은 논의되어야 한다. 정상회담에서의 논의가 시작이자 끝이 아니라, 정상회담에 NLL 논의의 단초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한반도가 평화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고를 앞으로도 계속 옆구리에 끼고 갈 수는 없다. NLL로 인해 남북의 젊은이 수십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남북 어민들은 꽃게 황금어장을 눈앞에 두고 이러저러지도 못할 상황인데 중국의 불법어선들은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이제는 54년 전 풀지 못한 숙제를 마저 풀고, 분쟁과 갈등의 바다를 평화와 상생의 바다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이번 2차 정상회담에 지워진 적지 않은 짐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COMMENT : NLL에 대해 정리가 잘 된 글이라 옮긴다. 어느 블로그에서 펐는데, 오마이뉴스에 났던 기사인 모양이다. 오마이뉴스는 개편 이후 검색이 되질 않아 링크를 달지 못했다. 민언련 홈페이지(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