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김훈과 김용옥의 찌질한 만남

olddj 2007. 4. 20. 11:46

"내가 젊은 기자 시절에 나와 내 선배들은 인간의 사회가 민주적이고 시민적인 가치에 의하여 꾸준히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시대의 언론 전체는 패배하고 좌절했습니다." "오늘 시사저널의 사태는 저 개인의 삶과 관련된 것입니다. 30년 전 내가 젊은 기자였던 시절에 우리 나라 언론들이 바로 이 자리에서 무너졌습니다. 그 때는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정권 시절이었고 대부분의 언론이 이 자리에서 무너졌던 것입니다. 저도 그 때 무너진 기자 중 하나입니다. 오늘 이 사태에 대해 아무런 할 말이 없어야 마땅한 사람이죠. 그러나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내 후배들이 다시 같은 자리에서 무너진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이것은 30년의 세월을 무효화하는 것이고 인간의 진화와 발전을 부정하는 사태이기 때문에, 나는 내 후배들이 여기서 무너지지 않고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끝없이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기자로 산다는 것 p.223)

김훈은 전두환 시대에 '용비어천가'를 '남들이 쓰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썼던 사람으로 유명하였다. 위 글은 <기자로 산다는 것>(고종석 외, 호미출판사)이라는 책에 나오는 김훈의 말인데, 인터넷으로 인용하였다.

- 약육강식에 우리 존재를 내맡기자는 것입니까?

"프랑스혁명, 동학혁명, 볼셰비키혁명이 모두 약육강식에 반대하고 일어났지만 결국 또다시 약육강식에 얽매이는 사회를 만들 뿐이죠. 악에 저항하고 승복하고 또 저항하고, 그런 모순된 꼬라지가 나 김훈의 꼴입니다. 역사는 진보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전개되는 것이다. 이것은 도올의 명언입니다."


이것은 며칠 전 중앙일보에 실린 것으로 믿어지는 <`역전` … 이젠 도올이 김훈을 인터뷰하다>라는 기사의 일부분이다.

나는 김훈이 <시사저널>사태에 후배기자와 만나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걸 기사로 본 기억이 있다. (아마 오마이 뉴스의 서명숙 퇴기?가 쓴 글이었을게다.) 그런 그가 김용옥과 히히덕거리며 인터뷰를 하였다. 아무리 좋게 보아주려고 해도 그리 보이지 않는다.

본질은 똑 같아 보이는 사태에서 김훈, 그가 조금 다른 입장을 표현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김용옥이라는 인간이 중앙일보에 엮였고, 거기에 김훈이라는 글쟁이가 엮인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그런 것일까?
누군가 여기에 대해 한마디 쯤 하리라 믿고 그냥 넘어간 내가 순진한 것일까?

사실은 그들이 엮인게 아니고, 그들 스스로 엮었을 것이다. 아마 그리 생각할 가능성이 많다.

중앙일보는 직간접적으로 <시사저널>사태와 엄청나게 관련이 많은 신문이다.
이미 <짝퉁 시사저널>은 중앙일보 관련 전현직 기자들을 동원해서 발행된 바 있다.
심상기나 금창태가 역시 중앙일보 출신이다.
중앙일보는 <시사저널>사태가 촉발된 삼성의 범가족 신문이다.

김훈이 김용옥과 인터뷰한 데는 어떤 사연이 있지 않을까하는 의심도 가져 본다.
이런저런 눈치도 없을 김훈이나 김용옥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

시사저널 노동조합이 언제 생겼는가. '사태'가 생기고 난 이후에 생겼다.
나는 이게 커다란 문제라고 본다.
<시사저널> 기자들에게는 야속한 말로 들리겠지만,
그것은 이미 큰 문제를 잉태하고 있는 '무위(無爲)'였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조금 더 거슬러 올라 보자.
<한겨레>는 김훈을 기자로 채용하여 일선에서 써먹은 기억이 있다.
또 언젠가 조선일보 누구의 칼럼을 1면에 실은 적이 있다.
최근 김용옥이 중앙일보 기자가 되기 전에는 도올의 '구약논쟁'을 인터넷판에서 한참 구경 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한겨레>의 물을 흐린 어이없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어이없게도 한겨레의 '대포광고'사건도 얼마 전에 있었다.
<한겨레>가 비아냥대는 '대연정'이 멀리 있었던 게 아닌 셈이다.

***

아무튼 <시사저널>의 노조원들은 김훈을 욕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는 사적이고 인간적인 감정을 멀리한다면 욕을 해야하는 것이 논리에 맞다고 생각한다.
역시 매우 야속한 말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