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유감

정혜신과 정진홍

olddj 2007. 8. 8. 04:35
나는 이미 두 번에 걸쳐 정진홍 글에 대해 언급한 바 있거니와, 그의 글은 사실 '글' 축에 끼워주는 것이 민망할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여, 그가 쓰는 잡소리에 한마디하는 것은 상당히 자제를 한다. 스토커로 오해받기 싫을 뿐 아니라, 귀중한 내 시간이 아깝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토요일, <조인스>에 들렀다가  '[정진홍의소프트파워] 손학규의 턱수염'을 보았다. 참으로 한심한 지경이었지만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리라 마음 먹었다.

그날(8월 4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김시영씨가 쓴 '논설주간이 남의 턱수염까지 참견?' 이라는 글을 rss를 통해 보았다. 어제(8월 7일) 뉴스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중앙일보 독자투고 '[중앙일보를읽고] 정치인 턱수염까지 참견할 필요 있나'도 보게 되었다. 꼴통이란 꼴통은 다 모인듯한 조인스 100자평에서도 정진홍을 비난하는 내용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좀 미진한 듯하여 먹었던 마음을 돌려 먹어 나도 몇 마디 거들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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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 <한겨레>에서 '[정혜신칼럼] 그게 다가 아니다' 를 읽었다. 정진홍과 마찬가지로 손학규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 차원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나 할까. 정혜신의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적절한 사례를 통해 우선 설득력을 갖춘다. 짧은 글이지만 누구도 감히 반박하기 힘든 폭넓은 안목과 탄탄한 논리가 있다. 섬세함과 선이 굵은 모습을 두루 갖추었다. 무엇보다 읽기 쉽고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정진홍은? 정혜신을 평한 내 말의 반대말만 찾아서 갖다 붙이면 된다. 정혜신은 "우리는 사람이지 경제 동물이 아니다"라고 손학규를 꾸지람하듯 이야기하는데, 정진홍은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 계층에서 손학규가 가장 앞선 지지를 보였던 이유가 경기지사 시절 보여 줬던 실질적인 비즈니스의 성과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우리나라 오피니언 리더들은 '경제 동물'만 모여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 진홍은 2000년 2월 17일에 [중앙포커스]로 시작하여 [중앙시평], [시론]을 싣다가 2006년 6월30일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정진홍의 소프트웨어]라는 고정란을 갖고 쓴다. 왼쪽 사진은 고정란을 갖기 이전의 사진이다. 나는 언젠가 이 사진을 종이신문을 통해 글과 함께 보고 '얍삽, 깐족거림, 장난기, 교활, 오만, 곡학아세' 같은 단어를 떠올렸다. 그게 이미지다. 그러나 그와 중앙일보가 그런 단어 따위를 느끼라고 이 사진을 게재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영리함, 자신감, 낙관적 사고, 지적인 분위기' 따위를 느끼라고 실었을 게다.  또 실제 그리 느낀 독자들도 없지 않았을 것이고.


이 사진은  고정란 [정진홍의 소프트웨어] 이후 것이다. 앞의 것과는 사뭇 상반된 이미지를 풍긴다. 약간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처진 눈을 보정했으며 웃느라 컸던 입은 무언가에 몰두해 이야기하는 모습으로 작게 만들었다. 권위를 뜻하는 법령(코 주변의 八자 주름 부위)를 없애 약간은 친근감이 더 가는 사진으로 되었다. 그러면서도 앞의 것보다는 훨씬 '진중함'에 중점을 둔 듯하다. 전체적으로 앞의 사진보다는 나은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오로지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또 사진이 달라졌다고 사람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 관리는 사회인이라면 누구든 적극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진홍 그가 자기 사진을 바꿔 게재하듯 말이다. 하물며 정치인, 그것도 대선 후보는 어떻겠는가. 정진홍은 "손 전 지사 캠프 안에서 턱수염을 “깎자, 놔두자”하며 논전이 붙었다고도 한다. 정말 그렇게 할 일이 없나. 그럴 시간 있으면 정책연구 한번 더 해야 맞는 것 아닌가"라고 쓰고 있다. 이건 비판을 위한 비판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 따지면 딴나라당 후보들의 이미지 메이킹은 어떤가?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대통령 후보들이 이미지 관리를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하는 지 알 수 있다. 박근혜가 올림머리(육영수 스타일)를 종종하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화장 찐하게 해서 티비에 나오는 이명박은 또 뭔가? 정진홍의 눈에는 정책연구를 등한시하고 이미지메이킹과 상대후보 욕설로 시종하는 딴나라당 후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오직 '딴나라당을 나간' 손학규의 털 기른 모습만 보일 뿐이겠지….

 언제나처럼 정진홍의 글에는 진정성이나 논리적 완결성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사진이 달라졌다고 해서 내가 처음 느꼈던 '얍삽, 깐족거림, 장난기, 교활, 오만, 곡학아세'의 이미지는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진홍의 이미지는 사진을 통한 것 보다는 그의 글에서 더 많은 부분이 다가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혜신이 글에서  손학규 광주 발언에 느낀 바를 담담히 풀었다고 한다면, 정진홍은 '이번에는 손학규를 씹어 조지자'라는 생각부터 먼저했을 것이라는 심증이 가기도 한다.

정혜신과 정진홍의 글이 서로 대비되는 면이 많다는 생각에 쓰기 시작한 글이 꽤 길어졌다.

언론의 수준이 그 사회의 수준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는데, 삼류언론이라고 하면 도끼눈을 뜨고 달려들만한 신문사의 논설위원? 씩이나 되는 사람의 수준이 참으로 한심할 따름이다. 그 독자들이 불쌍한 거야 말할 것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