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허리 삐긋 - 119 구급차에 실려 가다

olddj 2007. 7. 29.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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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12일 <한겨레> (2007년 10월 31일 추가했음)


허리 비끗 - 참기힘든 통증


어제 이마트에서 너무 많이 샀다. 평소에는 10kg 정도면 많은 짐인데 집에 와서 박스를 저울에 달아보니 약 20kg에 가까왔다. 한번도 쉬지 않고 한번도 내려 놓지 않고 10분 넘어 거리를 짊어지고 왔다. 자세도 별로 바꾸지 않고 왔으니 좀 무리를 한 셈이다.

이럭저럭 저녁을 챙겨먹고는 집안 청소를 했다. 쓸고 닦고. 평소에는 그리 열심히 구석구석까지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청소가 땡겼다(???!!!). 청소를 다 할 때까지도 별 이상은 없었다.

한결이에게 물었다. "키위 하나 잘라 줄까?"
"네~" 한결이가 대답했다.
냉장고 과일칸에서 키위를 꺼내려고 수구리는 순간, 허리에 엄청난 통증이 와서 그만 고꾸라지고 말았다. 어쩔줄 몰라하는 한결이를 뒤로 하고 통증을 참으며 엉금엉금 기어서 겨우 컴퓨터 책상에 앉았다. 네이버에 물어 보려고…(--;) 검색어는 '허리&삐끗'.(--^v)

몇가지를 알 수 있었는데, ① 이런 경험이 인류역사상 내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처음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무척 많다는 것) ② 앉아서 활동하는 사람이 평소에 스트레칭 등을 통해 운동을 하지 않으면 당한다는 것 ③ 특별한 치료 방법은 없다는 것(기껏 찜질이나 손등 누르기)이다. 누워서 쉬어야 한단다.

분무식 파스를 처바르고 냉찜질을 좀 하다가(좀 전에 안 것이지만 온찜질하는 것이 맞을 듯 ㅠㅠ;) 하루 밤 참아보기로 하고 엉금엉금 잠자리에 들었다. 원래 고통에 둔감하고 엄살을 싫어하기 때문에 꾹 참고 그냥 잤다. 위를 보고 눕는 것 보다는 옆으로 돌아누워 잤는데, 중간에 통증때문에 몇 번 깨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낮 12시까지 푹 잤다.


결국 119를 부르다

문제는 깨고 난 다음부터다. 오줌이 마려 죽겠는데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는거다.(흙흙) 겨우겨우 화장실로 기어가서 어찌어찌 소변을 보는데 땀을 엄청 흘리고 옴몸의 기(氣)가 다 빠지는 느낌. 다시 기어서 자리에 누우니 조금만 꼼짝거려도 통증이 있다.

아내가 병원에 가자는데 택시를 탈 자신이 전혀 없다. 그래서 119를 부르기로 했다. 5분 정도만에 도착. 친절하고, 아픈 사람을 배려해 주는 게 참 고마왔다.

병원에 도착해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결론은 '뼈에는 이상이 없다'. 한가지 알게된 것은 나 같은 경우에는 '냉찜질'보다는 '온찜질'이 낫다는 것. 입원을 하겠느냐고 묻길래 '노'라고 답했다. 젊은 의사에게 "침을 맞는 것은 어때요?"라고 물으니 "침 맞으면 안돼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왜요?"라고 물으려다가 참았다.(^^) 응급실 간호사에게 "이런 경우로 실려오는 사람이 쩜 있나여?"라고 물으니 "참 마나여, 저도 4년 전에 허리 삐긋해서 일주일 입원했었어여. 근육 이상인데 꼭 뼈에 이상이 있는 것 같져?" 등등의 대화를 나누었다.

사람의 심리란 참 이상한 것이다. 이런저런 대화 속에 통증이 많이 가라앉는 것이다. 즉, 나말고도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이 많(이 있어왔고 또 있을 것이)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다. 푹 쉬면 된다. 뭐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통증이 좀 가라 앉는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통증을 제어할 수 있는 '힘' 또는 '희망'이 생겨난 것은 아닐까 싶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린다는 게 거짓이 아니다.

병원에 맨발로 실려 왔기에 아내가 병원 앞 노점상에서 사온 \9,900짜리 슬리퍼를 신고 집으로 돌아왔다. 10분 거리를 아내와 함께. 걸.어.서. (ㅡㅡ;v) 아직도 눕는데 1분, 화장실까지 가는데 1분 정도 걸리기는 하지만 참을만 하다. 그래서 블로그질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너무 고마운 소방공무원들

집으로 돌아와 드러누워 <한겨레>를 보았다. 이런 기사([독자기자석]‘살인적 격무’ 소방관 3교대 실시해야 / 황준영)가 눈에 들어온다. 평소에도 공감하던 내용이지만 내가 119에 실려 간 경험을 갖게 되어서인지, 100배 공감하게 되었다. 나를 실어나르던 그 분들이 1주일에 84시간 근무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참으로 참기 힘든 미안함이 밀려온다. 또한 서울시민들의 세금이 정말 적재적소에 쓰여지는지 의문이다.


이 차를 타고 간 것 같다. 싸이렌을 울리지 않고 갔다. 소방관들은 이미 경험이 많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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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와 병원 이송업무를 수행하는 앰블런스이다. 구급차에는 산소호흡기, 기타 응급약품을 준비하고 간호사나 구조사 2명이 환자이송과 응급구호를 담당한다. 구급차 마다 통신장비가 설치되어 응급치료 시설이 있는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해 준다. 119 구급차는 국가기관인 소방서에서 소방공무원인 응급구조사가 직접 활동하고 있는데 반하여 129는 보건복지부에서 응급정보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서로 다른데도 전화번호가 유사하여 시민의 혼란이 많다.
(증평소방서 홈페이지)


너무도 가벼운 지자체장들

오세훈의 공무원 퇴출, 김문수의 수도권 규제철폐 등과 관련하여 청와대와 딴나라당 출신 거물 지자체장들 간에 마찰이 많다. (기사 참조 : [프레시안] 경기도-청와대, '포퓰리즘' 공방 벌이는 까닭? 청와대와 수도권 갈등 고조…선거땐 오히려 잠잠해질 듯 2007-07-27 오후 5:19:26)

언론과 포털들은 공무원들의 잘못에 민감하여[각주:2], 감사원이나 감찰부서에서 적발한 공무원 비리 또는 자신들이 암행하여 촬영한 카메라로 한나라당의 '작은정부론'과 '감세론'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과연 옳은 정책 방향 혹은 보도 방향인지는 좀 생각해 볼 일이다. (기사 참조 : [국정브리핑] 공직에 대한 몇가지 단상들)

오세훈은 소방공무원까지도 퇴출하겠다고 하여 많은 비판을 받았고, 김문수의 게김은 수도권 이외 지자체장들에게는 거의 동조를 얻지 못하고 있다.[각주:3]


사회적 일자리

아무튼 이렇게 격무에 시달리는 소방공무원이 되려고 해도 엄청난 경쟁률과 자신과의 싸움이 요구되는 요즘이다. 소방공무원직은 어쩌면 사회적 일자리가 하는 일과 닮아있는 것은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엊그제 본 <한겨레>의 기사가 다시금 나의 마음을 쓰라리게 한다. (참고기사 : [한겨레] 사회적 일자리 ‘공중분해’ 우려) 우리 사회는 궂은 일을 하는 사람들일수록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자들이 '능력있는 사람'이 된다.[각주:4]

사정이 이러한데도 "분배보다는 성장"을 외치는 양심없는 넘들, 약자를 등쳐먹는 강자들, 법을 악용하여 멀쩡한 직원을 쫒고 용역을 쓰려는 비정한 기독교인 사장, 양도소득세 때문에 집을 못 판다는 비논리적인 부자들과 한 하늘 아래 살고 있다.

박통시절인지 전통시절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취로사업'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 시행 말년에 나도 아버지 대신 거기에 한 사흘 나간 적이 있다. 거의 연로하신 분들이나 형편이 어려운 실업자들이었다. 하는 일이라고는 도랑에서 이 돌 주워다가 저기로 나르고, 저 돌 들어다가 이리로 나르고…그러다 새참 먹고… 하는 일이었다. 일종의 사회적 일자리였던 셈이다. 요즘은 공공근로라는 것이 있다. 어제 집에서 내다보니 꽃다리의 화분에 물을 주는 사람이 세 명 보이던데, 아마 그런 부류일 것이다. 지금의 공공근로는 과거의 취로사업보다는 훨씬 나아진 제도라고 본다. 왜냐면 내 기억으로 옛날의 취로사업은 막도장이 난무했다. 하는 일도 그리 효율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하여   

괜히 '허리 삐긋'에 대해 쓰려다가 여기까지 오고야 말았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랴마는 구체적인 면에서 생각하면 사회적 일자리의 중요성은 대단히 크다고 본다. 효율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집행하는 것에는 행정부도 중요하지만 입법기관인 국회나 각 지방자치단체의 책임도 막중하다고 본다. 모쪼록  좋은 입법과 효율적인 운용이 늘기를 기대한다.

한가지 더 있다. 노벨상을 받은 유누스 박사의 '마이크로 크레딧'을 크게 사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휴면예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물론 상장을 하려는 생명보험회사의 계약자 몫도 그리로 돌렸으면 하는게 내 바람이다. (여기저기서 돌이 날아 오는군 --;)

프랑스 파리에는 개똥이 그리 많다고 하는데, 그걸 치우고 다니는 일이 '사회적 일자리'이다. 그래도 다 못치운다고 하지. 우리나라같으면 개 똥에 대해 벌금을 물리는 것이 다다. 그런 프랑스도 2003년 더위에 1만 5천 명이 사망했었다. 이후 독거노인들에 대한 대책을 국민들이 수용하여 그리 큰 사망사태는 지금은 없다고 한다. 이것도 사회적 일자리 확충과 관계가 있다고 본다. 마이클 무어(Moore) 감독이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시코(Sicko)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이 얼마나 취약한 사회인지를 극명하게 이야기하는 영화다. 쿠바의 농업 혁명, 의료보험사업의 성공은 오히려 쿠바가 선진국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 [각주:5] 이런 것들이 '공공의 이익'과 관계깊은, 언뜻 떠오르는 생각들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뉴라이트는 자꾸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김진홍 "현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사회 역행")(뉴라이트 "피랍사건, 대통령이 나서라")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조화롭게 추구되는 사회를 꿈꾸는 것은 헛된 망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노력[각주:6]은 더욱 헛된 망상일 것이다.

그리 믿고 오늘을 산다.






  1. 네이버 검색에는 걸리는데 막상 <뉴시스>홈페이지에는 기사가 없다. 부득이 네이버로 링크. [본문으로]
  2. 사실 공무원들의 잘못에 민감하지 않다면 언론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형평성의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고 본다. 조중동을 위시한 찌라시들이 보도하는 딴나라당이나 껄텅집단에 대한 기사를 보면 은폐, 축소, 왜곡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예를들어 선관위의 김헌무에 대한 보도나 지자체장들이 딴나라당 대전 집회에서의 불법여부에 대한 시시비비 등이 그렇다. 재향군인회, 새마을운동 중앙본부 등등의 문제, 사학 비리, 종교계의 추태에 대한 보도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예가 있으나 생략한다. [본문으로]
  3. 수도권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에 육박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모두 김문수의 생각에 동조하리라는 것은 심각한 오해다. [본문으로]
  4. 이명박은 6월 29일 한나라당 경제분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돈 있는 사람들이 더 좋은 곳으로 옮기거나 투기를 목표로 (집을) 옮기는 것은 정부가 그렇게 관여할 일이 아니다. 세금만 잘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본문으로]
  5. 얼마전 래리킹라이브에 마이클무어가 나왔는데, 참 재미있었다. 참으로 기발하기도 하거니와 철학적인 사람이라는 인상. 그런데 이 영화 때문에 쿠바를 방문했다고 해서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었다고…ㅠㅠ(연합뉴스 2007.7.28) [본문으로]
  6. 예를 들어 종부세 완화론, 감세론, 공구리 개발론, 뉴라이트의 반역사성(식민지근대화론, 뉴라이트 교과서 등), 선관위의 아전인수식 법적용, 자본의 땡깡, 언론의 본연을 망각한 조중동문네 등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