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읽었던 <한겨레> 박경만 기자의 책 <조작의 폭력>이다. (2005년8월, 개마고원)
박경만은 선전언론의 일방적인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편집 낯설게 읽기'는 신문지면에서 네 가지 요소를 주의 깊게 살피는 일에서 시작한다고 하였다. ① 뉴스 크기 ② 제목 언어 ③ 뉴스의 틀(frame) ④ 지면의 선정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의 '객관보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미국 프리덤 포럼 회장을 지낸 찰스 오버비가 제안한 공식(A+B+C+D=F)을 소개하고 있는데 아래와 같다.
Accuracy(정확성) + Balance(균형의식) + Completeness(완전성) + Detatchment(편견배제) + Ethics(윤리의식) = Fairness(공정성)
이 책에서 말하는 '선전언론의 조작기법'을 제목만 따서 소개하기로 한다.
1. 뉴스가치 왜곡하기
- '사실'도 선택되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 침소봉대와 축소압착
- 이중잣대
- 갈등 부추기기
- 의혹 주고받기 '핑퐁게임'
- 동어반복 시리즈
2. 사실과 주장의 교묘한 찍짓기
- 기정사실화
- 무리한 추측 성급한 결론
- 해석의 '내맘대로'식 잣대
- '사실'보다 앞서는 '의견'
- 부정적 틀짓기
- 딱지 붙이기
3. '남 이름'으로 '내 주장' 밀기
- 따옴표 저널리즘
- 권위에 기대기
- 익명의 취재원 이용
- 편향된 취재원 이용
- 시민반응과 독자투고
- 외국사례 인용
- 동원되는 지식인과 전문가
- 여론조사냐 여론조작이냐
- 조사결과의 지나친 일반화
4. 본질 호도하기
- 부분으로 전체를 호도
- 기사합성 물타기
- 딸림기사 끼워 넣기
- 극단적 사례 보여주기
- 가식적·기계적 균형과 예방접종
- 문맥 벗어난 엉뚱한 화두
- 보도의 의인화
- 기만적 언어로 희화화
박경만은, 편의상 알기 쉽게 분류한 이런 선전기법들이 실제로는 '단편적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또한 세련된 신문일수록 대중조작은 독자들이 그 의도를 알아차리기 어렵도록 '교묘하고 치밀하게 진행된다'고 하였다.
이 책의 미덕은 자칫 (언론종사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신문을 보면서 놓치기 쉬운 '조작' 혹은 '선전기법'을 풍부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자신이 일하고 있는 <한겨레>에 대해서도 <조중동>과 같은 공평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물론 <조중동>과 같은 '불량신문'에 비하면 <한겨레>는 상대적으로 책잡을 것이 적을 것이나, 나름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마지막 장에서는 '자본'이나 '광고'에 대한 고민의 일단도 엿볼 수 있다.
몇 달 전에 읽은 책을 다시 들춰 본 까닭은, 연말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신문, 방송과 포털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한심하고 답답해서이다. 각자의 입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언론들의 '조작의 폭력'이 극에 달한 요즘, 언론을 바라보는 밝은 눈과 냉정한 잣대를 잃지 않기 위해서 이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요즘 불량언론들의 새로운 추세(트렌드)는 '교묘하고 치밀'하게 조작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적나라하게, 그리고 꺼리낌 없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개마고원/책소개] 조작의 폭력-불량신문은 어떻게 여론을 조작하는가?
[데일리서프라이즈/한상범] 사상은 벌할 수 없고, 학설은 재판의 대상이 아니다(2005.8.30)
[대자보/황진태] <시사저널>과 침묵의 카르텔, '선택의 왜곡'
[책동네] 한겨레 편집기자 박경만이 밝히는 <조작의 폭력>과 신문읽기(2006.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