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유감

선전언론의 조작기법

olddj 2007. 7. 24.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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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읽었던 <한겨레> 박경만 기자의 책 <조작의 폭력>이다. (2005년8월, 개마고원)

박경만은 선전언론의 일방적인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편집 낯설게 읽기'는 신문지면에서 네 가지 요소를 주의 깊게 살피는 일에서 시작한다고 하였다. ① 뉴스 크기 ② 제목 언어 ③ 뉴스의 틀(frame) ④ 지면의 선정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의 '객관보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미국 프리덤 포럼 회장을 지낸 찰스 오버비가 제안한 공식(A+B+C+D=F)을 소개하고 있는데 아래와 같다.
Accuracy(정확성) + Balance(균형의식) + Completeness(완전성) + Detatchment(편견배제) + Ethics(윤리의식) = Fairness(공정성)

이 책에서 말하는 '선전언론의 조작기법'을 제목만 따서 소개하기로 한다.

1. 뉴스가치 왜곡하기
   - '사실'도 선택되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 침소봉대와 축소압착
   - 이중잣대
   - 갈등 부추기기
   - 의혹 주고받기 '핑퐁게임'
   - 동어반복 시리즈

2. 사실과 주장의 교묘한 찍짓기
   - 기정사실화
   - 무리한 추측 성급한 결론
   - 해석의 '내맘대로'식 잣대
   - '사실'보다 앞서는 '의견'
   - 부정적 틀짓기
   - 딱지 붙이기

3. '남 이름'으로 '내 주장' 밀기
   - 따옴표 저널리즘
   - 권위에 기대기
   - 익명의 취재원 이용
   - 편향된 취재원 이용
   - 시민반응과 독자투고
   - 외국사례 인용
   - 동원되는 지식인과 전문가
   - 여론조사냐 여론조작이냐
   - 조사결과의 지나친 일반화

4. 본질 호도하기
   - 부분으로 전체를 호도
   - 기사합성 물타기
   - 딸림기사 끼워 넣기
   - 극단적 사례 보여주기
   - 가식적·기계적 균형과 예방접종
   - 문맥 벗어난 엉뚱한 화두
   - 보도의 의인화
   - 기만적 언어로 희화화

박경만은, 편의상 알기 쉽게 분류한 이런 선전기법들이 실제로는 '단편적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또한 세련된 신문일수록 대중조작은 독자들이 그 의도를 알아차리기 어렵도록 '교묘하고 치밀하게 진행된다'고 하였다.

이 책의 미덕은 자칫 (언론종사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신문을 보면서 놓치기 쉬운 '조작' 혹은 '선전기법'을 풍부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자신이 일하고 있는 <한겨레>에 대해서도 <조중동>과 같은 공평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물론 <조중동>과 같은 '불량신문'에 비하면 <한겨레>는 상대적으로 책잡을 것이 적을 것이나, 나름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마지막 장에서는 '자본'이나 '광고'에 대한 고민의 일단도 엿볼 수 있다.

몇 달 전에 읽은 책을 다시 들춰 본 까닭은, 연말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신문, 방송과 포털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한심하고 답답해서이다. 각자의 입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언론들의 '조작의 폭력'이 극에 달한 요즘, 언론을 바라보는 밝은 눈과 냉정한 잣대를 잃지 않기 위해서 이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요즘 불량언론들의 새로운 추세(트렌드)는 '교묘하고 치밀'하게 조작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적나라하게, 그리고 꺼리낌 없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개마고원/책소개] 조작의 폭력-불량신문은 어떻게 여론을 조작하는가?

[데일리서프라이즈/한상범] 사상은 벌할 수 없고, 학설은 재판의 대상이 아니다(2005.8.30)

[대자보/황진태] <시사저널>과 침묵의 카르텔, '선택의 왜곡'
[책동네] 한겨레 편집기자 박경만이 밝히는 <조작의 폭력>과 신문읽기
(2006.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