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여론조작과 음모론의 희생양

olddj 2006. 2. 4. 11:47



아까 누가 황구라 연구 재개 의견이 80%라고 한다. 그 근거를 찾아보니 위 내용이다. (80%는 12월 22일, 70%는 1월 12일)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다.

간단히 그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았다.

1. 문항이 단순하여 다양한 의견을 전혀 알 수 없다.
2. 문항수가 하나뿐이다.
3. 표준대상이 너무 작다. (551명)

내용으로 보건대 문항은 이랬을 것이다.

※ 황우석 박사는 6개월이면 기술재현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황박사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배반포 확립 기술만으로도 세계 최고이므로 줄기세포를 다시 만들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2) 과학자로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으므로 더 이상 기회를 줄 필요가 없다
3) 잘 모르겠다

이 질문을 이렇게 바꾸면 어떻게 될까?

※ 서울대 조사위는 배반포기술만으로는 원천기술이라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황박사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애초에 원천기술이 없었으므로 더 이상 기회를 줄 필요가 없다
2) 과학자로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지만 줄기세포를 만들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3) 잘 모르겠다

여론조사란 이런 것이다. 문항과 보기의 배치나 문구에 따라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더구나 황우석 사태에 대해 여론을 파악하려면 이런 단순한 방식으로 하는 것은 아예 미친 짓이다. 또, 정확히 하려면 문항이 적어도 3~4개는 되어야 하는 것이다. (문항을 만들어 예시하려니, 시간관계상..)

12월 22일 80.1%가 나왔다는 조사도 마찬가지다. "원천기술이 있다면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라는 보기 대신 " 논문이 모두 허위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는 문항으로 바꾸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전국 남녀 551명에서 얼마나 정확한 조사가 나올 수 있을 것인가. 표본오차가 ±4.18%? 이쯤되면 여론조사의 효용이 얼마나 있을 지는 뻔한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대책없이 인용된다는 것이다. 각 언론은 물론이고 심지어 황우석 비판자들도 아무 생각없이 이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다. 지금도 각종 게시판을 보면 황우석 지지자들은 '황우석 지지도' 혹은 '황우석 기회 부여'의 여론이 80%라고 우기는 사람들을 많다. 여론조사가아니라 여론조작이 된 꼴이 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이나 언론, 포털들이 이런 위험성을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작태가 지속되는 것은 속보경쟁, 선정성, 여론 선도의 책무 망각 등의 이유일 것이다.

오늘 한 사람이 아까운 목숨이 스스로 끊었다. 비통한 일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는 여론조사 결과를 믿었을 것이다. 그는 음모론을 믿었을 것이다. 그는 그 수많은 음모론의 희생자에 불과하다. 그 음모론에는 이런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작이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 자의던 타의던 이 어리석은 여론조작 놀이에 끼어든 사람은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는 결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부디 조작없는 편안한 곳으로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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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 그리고 검찰의 압수수색이 전격 이루어진 가운데,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realmeter.net)에 의뢰해 여론조사한 결과, 조사응답자의 70.6%가 “배반포 확립 기술만으로도 세계 최고이므로 줄기세포를 다시 만들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응답했고, 24.5%는 “과학자로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으므로 더 이상 기회를 줄 필요가 없다”고 응답했다.

다른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결과에서도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보다 황교수의 주장을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국민들의 여론은 논문조작에 있어서는 실망스럽지만,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황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지난해 12월 22일 여론조사에서 “원천기술이 있다면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80.1%로 나타났던 때에 비하면 기대수준이 약간 줄어든 것도 사실이지만 국민들의 상당수라고 할 수 있는 70.6%가 재연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여론은 검찰의 수사에도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수치다.

재연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은 30대에서 가장 높았고, 반대로 기회를 줘서는 안된다는 의견은 4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기회를 다시 줘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고, 반대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편 청와대와 정부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하는지 조사한 결과, 조사응답자의 41.7%가 “박기영 보좌관의 사퇴로 충분하다”고 응답했고, 39.3%가 “황교수와 박 보좌관 외에 김병준 실장과, 진대제 장관도 물러나야 한다”고 응답해서, 오차범위내에서 거의 비슷한 수치로 나타났다. 이번조사는 1월 12일, 전국 성인남녀 551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로 이루어졌으며,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4.18%이다.

 http://realmeter.net/Issue/view.asp?Table_Name=S_NEWS2&N_Num=20&file_name=issue_20060113_01.htm&C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