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잡담

기억 하나

olddj 2005. 9. 17. 14:38
1998년 인가? 9년인가? 잘 모르겠다. 내가 다니던 회사에 인터넷이 개통되었다. 사실 1991년도인가에 286 컴터를 구입했지만 오락 '프린스'한 것과 도스 명령어 공부 쩜 했던 것이 다였다. 그 정도만 가지고도 회사에서는 '컴터박사'정도로 통했다. 90년대 중반쯤에는 정모 전산실장이 전산요원으로 강력 추천했다는 비화도 뒤에 들었다. 나를 대단히 아껴 주셨는데.

아 무튼 회사 pc로 하는 인터넷은 때로 나를 날밤 새우게도 했는데, 그럴 즈음 딴지일보를 알게 되었다. 그게 99년도 말이지 싶네. 딴지 독투-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완존히 맛이 간 게시판이었지^^-에는 1분에 10개 정도 게시물이 올라오던, 어찌보면 다덜 광적인 상태가 아니었나 싶다. 생각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인터넷 베타테스터인 듯 하기도 하고.

그때 <백수광부>라는 아디의 사람이 있었는데, 그 글에 리플 달았다가 언 넘이 "너, 백수광부 따까리냐?"식의 글을 다는 바람에 사흘간 밥맛이 없고 넘치는 화를 억누르지 못해 안절부절한 기억이 있다. (백수광부는 쩜 유명한 사람인데, 최근에 모 신문사에서 인터넷 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네.) 나는 천성이 그리 느긋하지 못하다는 걸 그때 처음 느꼈다. 오호. 인터넷 글쓰기의 처음치고는 참담했지.

이리저리 인터넷 서핑을 하는 가운데, 안티조선 우리모두의 개통을 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다. 사실 처음 몇 개월은 쟁토방이 있는지도 몰랐다. 단지 초도화면 쟁토베스트의 글만 읽었던 거다. 어쩌다가 술이 쩜 취한 중에 우연히 쟁토방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다음 번에는 또 어떻게 들어가는 지를 몰라 어벙벙했던 기억이 있다. 시대에 반 발짝 늦게 따라간 건가?

우리모두는 시대를 보는 눈을 개안시켜 주었다. 조선일보와 안티조선을 통해서 바라 보면 시대가 보이고, 내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