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낮에는 밀주, 밤에는 양주(?)

olddj 2009. 10. 16. 10:43

첫화면 다음을 이용하다보니 조중동을 보지 않아 좋다. 하지만 옛날  엠파스에 메일 계정이 있기에 네이트를 찾게 된다. 네이트 첫화면 뉴스 기사를 보자면 어쩔 수 없이 클릭해서 조중동 기사를 보게 된다. 거기서 본 기사가 바로 <박정희 전대통령이 뒤봐준 막걸리>라는 기사다. 대통령이 소위 ‘빽’이라는 이야기…. 기사는 박정희의 미식감(美食感)을 찬양하려 한 것 같지만, 나같은 놈에게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얘기다.

사실 나도 80년대에 산성막걸리를 숱하게 먹었다. 염소고기와 함께, 도토리 묵과 함께 말이다. 당시에는 산성마을에서도 가짜 산성막걸리가 많다는 소문이 많이 돌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90년대 회사생활을 할 때도 당일치기 단합대회의 단골은 산성마을이었다.  족구장을 갖춘 집들이 많았다. 그때는 상당히 비쌌는데 지금은 어떨른지. “산성마을’이라는 이름에서 알듯이 자가용이 없으면 접근하기 힘들었다고 기억한다. 대학 다닐 때 산성마을에 가려고 버스를 오래 기다렸던 기억 때문이리라.  걸어서도 몇 번 갔다. 대학 예비군 훈련 뒷풀이 장소로도 기억한다.

요즘들어는 막걸리를 살리려고 하는 분위기다.  어떤 자리에서는 “생막걸리를 마시면 야구르트마시는 백 배의 유산균을 마신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거기에 편승하듯이 막걸리 찬양 방송도 많다. 사실 막걸리는 참 좋은 술의 일종이다. 근데 그 좋은 술이 왜 밀주여야만 했을까? 또 지금은 왜 찬양의 대상이 되어야 하나. 박정희가 밤에는 씨바스리갈을 먹었다는데, 낮술과 밤술이 달랐던 이유는? 술의 정치학을 논할만 하다.

천상병은 말년에는 맥주를 마셨다. 그건 미식과는 관계없다. 알콜이 주는 몽롱함만 남는다.

박정희가 먹지 않았고, 박정희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사라진 수많은 토종 막걸리, 이제는 살릴 수도 없는 일이다. 산성마을 사람들이야 자기네들 막걸리가 최고이겠지만, 막걸리의 다양성은 한정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박정희로 인해 사라진 그 막걸리의 종균들이 아쉽다. 불쌍하다. 내가 아쉬워하기 전에 김윤옥 여사가 더 피눈물을 흘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