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노무현보다 더 노무현같은 놈”

olddj 2009. 6. 1. 16:19

“노무현보다 더 노무현같은 놈”

술이 만땅이 되어 거의 움직일 힘도 없을  때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다. 1년 반 전 어느 자리에서 후보 문국현을 논하면서 그랬다. 그런데, 그렇게 들었다는 사실 자체도 확신이 없다. 술이 많이 취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꼭 듣고 싶었던 말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아내는 나에게 “당신과 나 사이에 노무현이 없었다면 벌써 헤어졌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들었다.  난 아내를 이해한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사실이기도 하고. 노무현은 우리 부부의 금슬을 좋게 하는데도 큰 몫을 했다. 세상에 어떤 아버지 시아버지가 이런 역할을 했는가. 아내와 함께 편먹어 장인과 험악한 고성이 오가는 논쟁을 벌인 적도 있다.

당분간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으려 했지만, 그래도 쓰는 이유는 오늘 <한겨레> 2면에 쓰인 최장집의 글을 보고서다. 그는 그의 글 말미에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는 7년 전 노무현이 이룩한 일을 성취해 낼 또다른 노무현을 요청하고 있다”라고 쓴다.

최장집은 모르고 있다. 이미 우리에겐 수많은 노무현이 있음을. 오히려 그 노무현이 차고 넘쳐서 탈이다. 과거 <경향>에 최장집 글이 실렸을 때 ‘씨바’거린 적이 있다. 터무니없이 노무현을 욕하고 그럴 때였다. <경향>에서 퇴짜맞은 최장집이 <한겨레>를 기웃 거린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학자라지만 너무한 거다. 아무리 비판의 자유를 노무현이 챙겨 주었다 해도 그 자유를 이유로 방종하면 안 된다. 비난만 일삼으면 안된다. 그건 조갑제나 최장집이나 마찬가지다. 슬퍼할 때는 슬퍼할 줄 아는 것이 인간의 도리다. 노무현이 ‘슬퍼하지말라’했다고 정말 슬프지도 않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