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자문위원 위촉을 전결 처리?

olddj 2008. 12. 11. 06:32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출범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어제 출범했다.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국가상징거리 조성사업과 국토환경디자인등 핵심 국책 사업을 추진하는 기구'라고 간단히 소개되고 있으나, 실제 이 위원회는 '국가 건축 정책을 범부처적으로 심의ㆍ조정하는 기구로 산하에 정책조정 건축문화진흥 국토환경디자인 등 3개 분과위를 두고 외부 자문단을 별도 운영하는 등 사실상 국가 건축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한국일보). 이명박 정권들어서 잘 있던 위원회도 다 통폐합되는 판에 새로 생겼다는 자체로 그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뜻한다.

사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규정된 '건축기본법'은 노무현 정부 막바지에  국회를 통과하였다. 김진애의 블로그 <사람, 공간, 그리고 정치>의 글 '건축기본법과 국가건축정책위원회'를 보면 그 내용을 잘 알 수 있다. 김진애는 그 글에서 "인수위에서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고할 때 유일하게 건축기본법과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 대해서 칭찬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당시 당선인이던 이명박이 '바라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직접 멘트도 있었다고 전하며 아래와 같이 적어 놓았다.

......다행입니다. 바라기는 건축기본법과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혹시나 개발 드라이브, 대운하 사업 등을 포장하거나 미화하거나 면죄부를 주는 데 국한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자칫 그럴 위험이 농후하니까요. 부디 국민의 편에 서서 우리의 땅, 자연, 도시의 편에 서서, 자연을 축복하는 좋은 건축, 좋은 도시를 만드는 좋은 건축, 시민을 즐겁게 해주는 좋은 건축의 역할을 제대로 세우는 법과 위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 김진애 블로그 <사람, 공간, 그리고 정치>의 글 '건축기본법과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전과자 양윤재의 등장

길을 닦아 놓았으니 잘 활용해서 취지에 맞는 역할을 바란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김진애의 우려는 100%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이 위원회의 민간위원 가운데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이 포함됐다는 것 아닌가. 양윤재는 청계전 복원 추진본부장으로 있던 2003년,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층고제한을 풀어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는 등 모두 4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2005년 구속되고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었다. 당시 이명박에게까지 수사가 진행되지 않아 많은 의혹도 남긴 사건인데다가, 양윤재가 지난 8.15특사에 사면복권될 때도 말이 많았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에 의하면 청와대 관계자가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순수한 자문기구이고, 양 전 부시장이 서울 4대문 안 도시구조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위촉된 것"이라고 설명했고, 또 "이명박 대통령은 자문위원 위촉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 했단다. 이런 말도 되지 않는 '해명'이 진짜로 '청와대 관계자'에게서 나왔다고 한다면 그 '관계자'는 완전 대가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넘이다.

양윤재 위촉

'관계자'가 결재하고 위촉했나?

위 사진에서 이명박이 양윤재에게 준 것은 위촉장일 것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이니, 위촉장에는 분명 이명박이 사인했던지 직인을 찍었던지 했을 거다. 그런데도 이명박이 몰랐다면 비서실에서 알아서 했다는 것 밖에 안되는데, 그럼 이명박은 허수아비로 청와대에 있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또 결재 과정이 아예 없었거나, 결재를 건성으로 했다는 얘기다. 대통령 직속 기관의 민간 자문위원 위촉이 그런 얼렁뚱땅스런 결재과정을 거쳤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추측컨대, 주위에서 반대하는데도 이명박이 밀어부치라고 했을 개연성이 많다. 그리고 그 '관계자'는 나름 총대를 맨답시고 그런 핑계를 대었을 가능성이 많다. 혹은 대통령 보호막을 치려고 조폭 의리만도 못한 충성심을 발휘한 것일 수도 있겠다. 어떤 경우든 양심도 없는데다가 머리도 나쁘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는 것인데 말이다. 위촉장을 준다고 덥석 받는 양윤재는 더 이상하다.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 배경은 뭘까? 대충 짐작가는 바 없지 않지만 그냥 넘어 가자.

아무튼 이 건이 보통 문제는 아니다. 이 정권의 도덕성과 국민에 대한 예의는 물론이려니와 잔머리 수준까지도 뻔하게 알 수 있는 사건이다. 더구나 이 비슷한 사건이 이 정권의 시작 전부터 지금까지 반성의 기미없이 이어오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은 더하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위기는 결코 '한시적'이 아니고,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이 유지되는 한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위기탈출은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끝과 함께 시작될 것이다.

(p.s)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서도 적으려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나중을 기약한다. 오후에 시간 나면 써질런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