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유감

포장지 중앙일보 이훈범의 한가한 이명박 칭찬

olddj 2008. 11. 19. 07:03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것은 국민 안목(眼目)의 총합 혹은 평균이 그 정도라서다. 이건 국민 수준을 폄하하려는 얘기가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극사실주의적 관점에서 그런 거다.

사람을 보고 평가하는데 옛부터 쓰이는 기준이 신언서판(身言書判)이다. 그 중 어느 것 하나에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인간이 대통령이 된 것은 국민의 안목이 형편없다는 이유말고 딴 것을 찾기 어렵다. 오죽하면 어느 외신에서 한나라당에서는 개가 나와도 당선될 것이라고 했을까. 한국민에 대한 대단한 모독이지만 어쩔 수 없다. 극사실이니까. 하지만 한국민이 이런 모욕을 받게 된 원인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다. 세 사람이 짜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말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거짓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거나 반복하면 진실처럼 듣게 된다는 거다. 증삼살인(曾參殺人)이라는 말도 있다.[각주:1]다수의 정보 전달자가 반복해서 왜곡되거나 편파적인 정보를 일삼으면 어지간한 신념도 흔들 수 있는 것이다.

이명박은 1989년 유인촌이 주연한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 이래 포장에 포장이 거듭되었고, 합이 육백만 부라는 찌라시들은 10년 세월을 하루같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현혹했다. 따라서 국민의 안목에 문제가 있는 것은 꾸며진 신화나 왜곡된 정보 제공자들, 즉 찌라시 언론들 때문인 것이다.  조순은  "조중동은 그나마 중학교 3학년 수준에 머물러 있던 한국 사회를 중학교 2학년 수준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조중동, 그게 어디 신문인가?"라고 했다. 노무현은 “민생은 정책에서 나오고 정책은 정치에서 나온다. 정치는 여론을 따르고 여론은 언론이 주도한다. 언론의 수준이 그 사회의 수준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언론이 먼저 선진언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명박의 포장이 너덜너덜해졌다. 쌩쌩한 경제를 망했다고 하더니 이제는 다 말아먹기 일보 직전이다. 자기 잘못의 원인도 남의 탓으로 돌린다. 잘못되면 전 정권 아니면 서브프라임모기지 탓이다. 그러니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어제 중앙일보 정치부 차장 이훈범의 칼럼 '대통령의 가방' 을보았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 지 알 수도 없다. 궁예의 관심법을 뺨치는 상상력으로 대통령의 손가방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의 생각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이러면 감동 받고, 저러면 의지 표현에 무게를 두고 싶고, 요러면 정당하다고 보며, 조러면 투지가 불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 보며,  우찌하던 의미가 바래진 않으며, 아무튼 칭찬 받아 마땅하고, 우얫던동 경축할 만한 일이다.



자신의 생각에 대해 독자 반응을 예측하면서 하는 얘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기분이 나빠지려는 독자들은 앞으로 더욱 심한 얘기가 나올 터이니 주의를 요하고, 가방 하나 든 게 뭔 대수냐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이러저러하며, 여전히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 터이지만 고건 요리요리 생각하면 되는데, 끝까지 동의하지 않는 이들을 설득할 생각은 없다.


이제 이명박은 포장이나 화장빨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사태는 엄중하다.
어제 전해진 뉴스에 의하면 이명박이 화상회의를 했다는데, 이제 그런데 감동한다거나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포장술은 한계에 다달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볼 가능성이 더 많다. 이명박의 시중금리 인하 지시 발언도 나왔다. 국내 시장에서 금리는 한때 내림세로 돌아서기도 했으나 효과가 오래가진 못했다. 무게감이라고는 없는 말을 왜 뱉는지 정말 모르겠다.


이훈범에게 바란다. 이명박이 정권을 잡는데 커다란 기여를 한 중앙일보는 이 엄중하고도 긴박한 상황에서 함께 책임을 느끼고 반성해야 하지 않겠나. 화장빨의 한계를 지적하고 경고하는 칼럼을 써도 모자랄 판에 웬 감동이며 웬 칭찬인가.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함부로 이명박이나 청와대를 칭찬하지 말라. 이명박이나 청와대가 행여 춤이라도 추면 어쩔 셈인가. 끔찍하다.

또 하나, 글 쓰는 방법론에 대한 충고로 글을 맺겠다. 이훈범 글의 큰 줄기 중에 '사실'에 해당하는 것은 지난 주말 신문 사진에 대통령 내외가 트랩 위에서 손을 흔드는데 대통령 손에 검은 서류가방이 들려 있었다는 것 밖에는 없다. 요즘 대세는 미네르바의 극사실주의다. 관심법과 상상력, 칭찬과 아부로 글을 쓰기에 중앙일보와 이명박 정권의 미래가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다.




  1. 옛날에 증자(曾子, 이름은 삼)라는 사람이 비(費)라는 곳에 살고 있었다. 그곳에 그와 동성동명인 사람이 살인을 저질렀다. 이를 오해한 사람들이 증자의 어머니에게 가서
    "증삼이가 사람을 죽였어요."
    하고 말했다. 그때 증자의 어머니는 베를 짜고 있었는데,
    "우리 집 아이는 사람을 죽일 사람이 아니오."
    하고는 여전히 베를 짜는 것이었다. 잠시 후 사람들이 또 찾아와 말했다.
    "증삼이 사람을 죽였어요."
    그래도 증자의 어머니는 귀담아 듣지 않고 여전히 베만 짜고 있었다. 잠시 후 또 한 사람이 와서 말했다.
    "증삼이 사람을 죽였어요."
    그때서야 증자의 어머니도 걱정이 되어 베 짜던 일을 멈추고 허둥지둥 현장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고교생을 위한 고사성어 이야기>1997, 윤미길 엮음, 도서출판 하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