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면이무치(免而無恥)에 대해

olddj 2008. 11. 15. 17:32
면이무치란 말이 있다. 공자가 말할 때는 원래 법치에 앞서 덕치를 행하라는 교훈에 쓰인 말이었는데, 법을 어겨도 형벌을 면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가리킨다. 즉, 법망을 피해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덕치를 무시한 법치'에 의한 것이므로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덕치를 우선하라는 공자의 말씀. 면이무치의 원인을 살펴 제거하여 법치보다는 덕치를 하라는 것이 그 본 가르침이다.

만약 그 원래의 의미를 곡해해서 '면이무치한 놈'이라고 손가락질 한다면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우선은 법이 제대로 시대의 상식을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법의 적용이 이현령비현령이 되어서는 안되고 정당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또한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 격언이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면(免)조차도 할 방도가 없게 되는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런 상황은 '법치'조차도 없는 독재상황이랄 수밖에 없다. 봉건시대의 유가(儒家)도 생각 못했던 상황이랄까.

민변은 이번 2008년 정기국회가 '악법 전시회장'이라고 했다. 나도 이번 정기국회가 독재와 반민주주의를 법치로 치장하기위한 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신문법,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사이버모욕죄 등 정부여당의 언론 및 인터넷 관련 법률이 입법된다면 민주 문명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어제 오세철 교수를 포함한 사노련 멤버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재신청되었다고 한다. 헌법에 보장된 사상의 자유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면, 덕치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법치라고도 할 수 없다.

미네르바라는 누리꾼의 개인정보를 정보당국이 파악하고 있다는 것도 그렇다. 이명박의 초본을 뗐다는 이유만으로 난리를 피웠던 그 쓰레기들이 이번에는 왜 그리 조용한 것인가. 이명박이 말하는 법치는 박정희, 전두환의 악랄한 독재와 비교할 때, 더 심했으면 심했지 결코 못하지 않다.

환경단체연합의 회계부정 수사는 그 의도야 어떻든 제대로 된 법 집행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단체연합은 사과성명을 내었다. 치(恥)를 아는 것이다. 같은 수준에서 생각할 때, 법 집행에 형평성이 유지되는 사회라면, 어느 단체의 대북한 삐라 뿌리기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삐라에 달러화까지 함께 북한으로 날려 보낸다는 그 단체에 대해서는 그냥 말로만 '만류'하고 있다고 한다. 그 막대한 경비의 입구와 출구가 투명한가 의문이 들지 않는 지 모를 일이다. 법의 형평이 지켜지지 않는 적나라한 경우가 아닐까.

참으로 면이무치한 자들은 바로 청와대와 사정기관 그리고 그 졸개들이다. 특히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서 적법을 가장한 수많은 편법이 동원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익명의 그늘에 숨는 '청와대 관계자'들을 보면, 인터넷 실명제나 모독죄라는 것도 얼마나 허울에 불과한 것이가를 알 수 있다.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미국과의 스왑거래 협정을 맺고선  잠시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였다고(免)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모르고(無恥) 자랑삼아 공치사하던 인간들도 면이무치한 것들이다. 지금 잠시 보니 NDR시장에서 대 달러 환율은 1,420.80원이다.

면이무치가 아예 없는 사회가 덕치, 면이무치가 있으되 비난 받는 게 당연한 것이 되는 사회가 제대로 된 법치라고 한다면 요즘의 우리 사회는 어떤가?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면 면(免)할 방법조차 없고, 선량하지 못한 위정자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스스로를 면(免)하고 오히려 큰 소리치는 사회. 한 마디로 개판이니 견치(犬治)라고 해야 할 것인가, 우두머리에 의한 독재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서치(鼠治)라고 해야 할 것인가.

아, 그냥 웃자고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