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간접목적어 없는 저주를 보내마

olddj 2008. 11. 14. 05:42



엊그제 pd수첩< 위기의 한국 경제, 부동산 거품에 빠지다?>를 보았다. 제목에 물음표를 붙인 것을 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단정적인 표현'으로 혹여 검찰에서 수사 들어올까봐 쫄았던 모양이다. 아직까지 '괴담'운운하지 않는 것을 보니, 별 꼬투리는 잡히지 않은 것 같다.



요즘들어 김광수 연구소 부소장 선대인이 뜨고 있지만, 참여정부는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2006년 5월 중순 경부터 약 2개월간 '버블세븐'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쪽박'이라는 자극적 낱말까지 사용하여 부동산 거품을 경고했다. 그때 언론의 반응은 어땠는가? '냉소'혹은 '불안 조성하지 마라'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집값 상승의 원인을 공급부족으로 돌리며 '공급확대론'을 주장하던 것이 당시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논조였다. 정신 나간 넘들.

위 링크한 [부동산, 이제 생각을 바꿉시다]시리즈를 보면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참여정부가 얼마만한 노력을 기울였는 지 알 수 있다. 나는 그때 참여정부의 그런 모습이 얼마나 답답했던지 <안티조선 우리모두>에 '차라리 경착륙을 원한다'는 글을 쓴 적도 있다.

그때 참여정부는 '불안'했던 거다. 그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미리 경고를 보낸 것이고 말이다. 정책적으로도 LTV, DTI를 도입한다거나 종부세를 도입하고 분양가 상한제도 부활시켰다.

2년 반이 지난 지금은 완전 엉망이 되어버렸다. 한마디로 개판이 되어버린 것이다. 강만수는 '이제 1회말'이라고 한다. 엊그제만 해도 '시합은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면서 한다는 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아놔 지금 장난치나?

적당한 스트레스가 삶에 활력을 주듯이, 초기 불안이나 경고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면 긍정적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극복하는데 애로는 있겠지만 치밀한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연착륙을 구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기회를 다 놓쳤다. 아예 착륙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 이건 연착륙도, 경착륙도 아닌 다만 끝없는 추락 만이 기다릴 것이다.



 책임의 반절 이상은 조중동에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찾기 위해 이명박을 위시한 그 졸개들과 한몸이 되어 사력을 다했던 그들. 부동산 거품이 완전히 붕괴되고 우리 경제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때도 아마 그들은 뻔뻔스럽게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를 욕하고 있을 것이다.

어제는 그들의 희망대로 종부세가 무력화되었다. 그러나 종부세가 무력화되었다고 해서 또다른 그들의 희망인 버블의 유지 발전은 불가능할 것이다.

김삼웅의 책 <한국곡필사>를 보니 이런 내용이 나온다.

반탁 진영은 ... 연합국에 대해 "독립을 허용치 아니하거든 우리 손으로 모다 뭇찔러서 이 땅을 황무지로 인적 하나 없는 광야로 만들고 우리도 모다 죽어버리작고나"(자살동맹, 「오냐!!!싸호자!!!」, 날짜미상, 심지연 『해방공간 논쟁사Ⅰ』재인용)라는 식으로 울분을 토로했다.

위에서 파란 색 부분을 이렇게 고치고 싶어진다.

"경제를 살리지 못하거든 우리 손으로 모다 뭇찔러서 이 땅을 황무지로 인적 하나 없는 광야로 만들고 우리도 모다 죽어버리작고나"

이리 적고 보니 다산 정약용의 <애절량>이라는 시도 생각난다. 네이버 지식in에서 펐다.

다산 7언시.애절양(哀絶陽)

蘆田少婦哭聲長[노전소부곡성장]: 노전마을 젊은 아낙 그칠 줄 모르는 통곡소리
哭向懸門呼穹蒼[곡향현문호궁창]: 현문을 향해 슬피울며 하늘에 호소하네
夫征不復尙可有[부정부복상가유]: 쌈터에 간 지아비가 못 돌아오는 수는 있어도
自古未聞男絶陽[자고미문남절양]: 남자가 그 걸 자른 건 들어본 일이 없다네
舅喪已縞兒未澡[구상기호아미조]: 시아비 상복 막 벗고, 아기는 탯물도 마르지 않았는데
三代名簽在軍保[삼대명첨재군보]: 삼대가 다 군보에 실리다니
薄言往愬虎守閽[박언왕소호수혼]: 가서 아무리 호소해도 문지기는 호랑이요
里正咆哮牛去皁[이정포효우거조]: 이정은 으르렁대며 마굿간 소 몰아가고

朝家共賀昇平樂[조가공하승평락]: 조정에선 모두 태평의 즐거움을 하례하는데
誰遣危言出布衣[수견위언출포의]: 누구를 보내 위태로운 말로 포의로 내쫓는가
磨刀入房血滿席[마도입방혈만석]: 칼을 갈아 방에 들자 자리에는 피가 가득
自恨生兒遭窘厄[자한생아조군액]: 자식 낳아 군액 당한 것 한스러워 그랬다네
蠶室淫刑豈有辜[잠실음형기유고]: 무슨 죄가 있어서 잠실음형 당했던가
閩囝去勢良亦慽[민건거세량역척]: 민땅 자식들 거세한 것 그도 역시 슬픈 일인데
生生之理天所予[생생지리천소여]: 자식낳고 사는 이치 하늘이 준 바이고
乾道成男坤道女[건도성남건도녀]: 하늘 닮아 아들 되고 땅 닮아 딸이 되지
騸馬豶豕猶云悲[선마분시유운비]: 불깐 말 불깐 돼지 그도 서럽다 할 것인데
況乃生民恩繼序[황내생민은계서]: 대 이어갈 생민들이야 말을 더해 뭣하리요
豪家終歲奏管弦[호가종세진관현]: 부호들은 일년내내 풍류나 즐기면서
粒米寸帛無所捐[입미정백무소연]: 낟알 한 톨 비단 한 치 바치는 일 없는데
均吾赤子何厚薄[균오적자하후박]:
똑같은 백성 두고 왜 그리도 차별일까
客窓重誦鳲鳩篇[객창중송시구편] :
객창에서 거듭거듭 시구편을 외워보네 

쓸 말이 많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경고? 저주?를 보낸다. BBK는 주어가 없지만 난 간접목적어가 없다.

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조때리라. ㅅㅂㄹㅁ [욕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