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유감

형용모순

olddj 2008. 9. 11. 13:29
사전에 의하면 형용모순이란 "형용하는 말이 형용을 받는 말과 모순되는 일. 가령 ‘둥근 사각형’, ‘유리제의 철기’ 따위"이다.

오늘날 이 형용모순을 즐겨쓰는 집단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류가 하는 말 중에 '개혁보수'라는 말이라던지 '진보우파'라는 말이 그렇다. 좋은 건 다 따먹으려고 하는 마음이 앞선 것인 줄은 알겠지만, 이현령비현령인 것에는 틀림 없다. 사실 시어時語로는 손색없는 말이지만.

아닌게 아니라 이념이 아닌 개념이 문제다.

'녹색 성장'을 이야기하면서 '그린벨트 해제'를 꺼리낌 없이 추진한다던지, 방송의 공정성을 반드시 지키겠다면서 낙하산 인사를 하는 것이 그 형용모순의 넓은 형태다. 참 웃기지도 않는다. 후세의 사람들이 어떻게 판단할 지 모르지만, 그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방금 <다음>에 들어 가 보니 檢 "봉하마을, 청와대 기록 사저 유출 가능성" 이란 기사가 보인다. 명백한 형용모순이다. 노무현이 만든 자료이고 노무현이 열람 권한을 가지고 있다. 물론 다른 사람(특히 검찰)에게도 그 권한이 있었다면 '형용모순'까지는 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기사 내용을 보니 청와대 기록에 봉하마을 기록이 (+)된 것으로 보이는 데 이게 죄가 되는 듯이 적어 놓았다. 도대체 이게 뭐가 문제라는 건지, 검새들의 두뇌가 의심이 갈 정도이다. '유출'이라는 말이 당연히 '형용모순'이라는 얘기다. 어느 누구도 자기가 일기장을 챙겨가고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을 '유출'이라고 하지 않는다. 공동의 작업이고 국가의 재산이라고 하여 문제가 될 것 같으면 아예 남기지 않으면 그 뿐이다. 이건 상식의 영역이다.

아무튼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검찰의 머리가 포맷(초기화)된 것 같다. 검찰 뿐이랴? 경찰, 감사원, 국세청 등이 모두 그렇다.

다시 포맷하려면 어떤 계기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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