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유감

조중동과 문학상

olddj 2003. 12. 29. 03:34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동인문학상은 김동인(나에게 기억나는 소설로는 감자, 배따라기, 발가락이 닮았다, 광염소나타 등이 있다)의 문학적 업적을 계승하자는 취지인 것 같다. 이 상은 우선 황석영과 공선옥이 후보작 자체를 거부하여 문제가 된 일이 있다. 거기다가 올해는 고종석까지도 한국일보 지면을 통하여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조선일보로써는 참으로 쪽팔리는 일이라 하겠다.

 중앙일보에서 작년엔가 제정한 상이 미당문학상이다. '위대한 영도자 전두환'을 찬양했던 그 미당 서정주를 기리는 상이다. 이 상이 제정되자 각계의 뜻있는 이들이 서정주의 친일과 5공 부역을 문제삼았고, 고은은 어느 지면에 에둘러 서정주의 친일을 비판하였다.

 동아일보사에는 따로 문학상이 있지는 않지만 인촌상 문학부문이 있다. 역시 김성수의 친일도 이미 알려 진 것이기에 더 부연하지는 않겠으나, 이 상도 '광장'의 작가 최인훈이 거부한 바 있다. (동아일보사가 주관하는 인촌상의 문학부문 상은 소설가 최인훈씨에게 돌아갔는데(동아일보사의 해명으로는 내정이었다지만), 최인훈씨는 5천만원 상금의 이 상을 거부함으로써 파문을 일으켰다. 최인훈씨는 자신의 수상 거부가 "공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인촌의 친일 행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 최재봉 한겨레기자 글 중에서)

 이 세 개의 문학상은 한가지 공통 부분이 있다.

  '친일'의 문제이다. 김동인-서정주-김성수는 공통적으로 '친일'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최근 미당문학상이 생긴 것을 보면 중앙일보의 파렴치함에 치가 떨리는 것이다. 1945년 8월 15일 이후로 근 60년이 흐른 지금에도 중앙일보의 사고방식은 그 때를 벗어 나지 못한다. 다른 두 찌라시야 이제 뿌리를 내렸다고 보아서라고 보면(원래 그런 넘들이려니 하면) 눈감을 수 있지만, 새로운 상을 친일문인의 이름으로 내 건다는 것은 나에게는 상식 밖이다.

 물론, 순수하게 작품으로만 보아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품을 분석할 때도 전기분석이나 작가주의 분석이 있는 것 아닌가? 특히 김동인이나 서정주는 노골적으로 '황국신민'의 자긍심을 주신 천황께 감읍하던 이들 아닌가.

 어쨌든 나도 싸잡아 비판하려 하니 좀 힘든데, 글을 하나 인용하고 내 생각을 이야기함으로 이글을 마치겠다.

 
 [<비공식적 통제>도 고려의 대상이 된다. 서평, 방송좌담회, 공개논단, 문학적 화제들이 독서경향, 따라서 작품의 성공에 영향을 끼치는 사실도 주의해 볼 만하다. 신문 문예란의 월평에 오르내리는 작가들은 대개 <행복한> 소수이고 독자의 독서 경향은 불행히도 그들에게만 쏠리기가 쉽다. 선의이던 악의이던 간에 월평, 서평 등은 독서층에 대한 통제수단인 것이다.(이상섭, 문학연구의 방법, 1986, 탐구당)]


 친일문인의 이름이 붙은 신문사 문학상을 받는 작가는 대개 <아주 행복한> 극소수일 것이고, 그 책의 독자들과 함께 그 신문의 독자들도 그 신문사의 거품같은 문학상의 권위에 통제되어 간다. 그들이 누구에게 상을 주던, 책 하나가 600만부를 매일같이 팔 수는 없을테니까 말이다. (조중동의 대략적인 하루 인쇄부수가 600만부 쯤 될 거다.)

 마라톤대회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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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내가 방장인 <안티중앙>방에 쓴 글이라서 사실 좀 애매하게 되어 버렸다. 동인 문학상에 대해서 몇 가지 더 쓰자면 이렇다.

 1. 조선일보는 고종석이 좀 만만했던 모양이다. 내 기억으로 황석영이나 공선옥이 거부했을 때는 조선일보측의 반응이 지금과 같지 않았다. 아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니 안티조선의 효과가 슬슬 나타나는 것 같다.

 2. 언뜻 읽어 보니 종신심사위원제에 대한 비판에 대한 반론을 누가 해 놓았던데, 콩쿠르상을 비교하는 것을 보고 웃기지도 않았다. 콩쿠르상이 일개 신문사가 하나? 만에 하나 그렇다고 해도 나찌에 복무한신문에서 하나?^^ 그리고 콩쿠르가 나찌에 복무한 사람인가? 비교할 걸 비교해라는 얘기다. 한참 웃다 보니 힘이 없어 그냥 자련다.

할 말은 A4용지 30장은 되련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