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막걸리 보안법과 송두율

olddj 2003. 11. 2. 09:41
"김일성이 그노마 인물 하나는 잘 생겼드만"

아마 김일성의 젊은 시절 사진을 기억한다면 이런 이야기는 저절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보안법(지금의 국가보안법, 뭐 다른 법 이름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만)에 어긋나던 시대가 있었으니, 막걸리집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5호담당제'보다도 더 악랄한 '신고'에 의해서 교도소를 가곤 했다. 개 맞듯 맞고.

실제 이런 냉전시대를 이용한 사람들도 있다. 막걸리 먹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김일성 만쉐이"를 세 번만 외치면 잡아 가둔다. 즉, 교도소로 가기 때문에 적어도 삼시세때 밥 걱정은 하지 않는 것이다. 어려운 시절에는 그리 목숨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지식인의 사명이란 무엇일까? '지식인'은 무엇이고 '사명'은 무엇일까?
"나는 아직도 김일성을 존경한다."
이 말이 "김일성이 그노마 인물 하나는 잘 생겼드만"하는 말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뒤의 말은 막걸리 한 잔 먹고 하는 이야기도 아닐테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즉, <사상의 자유>를 말한다. 나는 당신을 존경한다. 나는 김일성을 존경하지 않는다. 나는 김일성을 존경하는 당신을 존경하지 않는다? 이거는 말도 안된다. 인간 생각의 다양성을 좀먹는 것이다.

지금 검찰(참으로 '공안'의 뿌리는 깊고도 깊다.)이 언론 플레이를 통해서 송두율을 '나쁜넘'으로 만들고 있다. 반성문? 송두율이 초등학교 학생인가? 반성의 기미가 없어서 구속한다? 참으로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법대로 하지 않고 감정으로 하는가? 이 나라가 그것밖에 안되는가?

참으로 미친 공안들이다. - 이들은 검찰이 아니다 공안이다.

외교적으로도 이런 망신이 없다고 본다. 송두율교수는 당장 석방되어야 한다. 나는 그의 사상을 존경하는 게 아니라 그의 그 무엇을 존경한다. 돌처럼 굳어버린 '공안'들이 이 말의 뜻을 알 지 모르겠다. 아마도 막걸리를 먹었던지 3개월 숙성?된 햇포도주를 먹었던지 취하긴 취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