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범' 안티조선

olddj 2007. 5. 8. 04:40
지난 3월에 <조선일보> 종로지국장 조의식이 조선일보 앞에서 일인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물론 그가 조선일보의 논조나 정치적인 행태를 두고 시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격세지감을 느낄만한 사건이었다. 조의식은 몇 년 전 한때 안티조선 우리모두 사이트에서도 <조선일보>를 맹렬히 옹호하던 사람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조의식을 '범'안티조선으로 불러도 좋을까?

얼마전 <한겨레21>에 재미난 기사가 났다. 길지만 인용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이젠 정말이지, 노무현의 마음을 알겠더라.”
한나라당의, 그것도 박근혜 전 대표의 대통령 선거(대선) 캠프에 있는 유승민 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지난 1월23일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만난 유 의원은 지난 몇 년 동안 ‘우군’으로서 잘 지내온 언론들에 대한 불만을 토해냈다.
“봐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이젠 이명박을 편들고 있다. 이거 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 당시는 한창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을 하네 마네’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이 격하게 대립하고 있을 때였다.
박 캠프의 또 다른 의원은 “‘안티 <조선일보>’운동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박 캠프의 인사들은 이런 얘기를 입에 달고 다녔다. 얼핏 보기에 보수 언론과 보수 정당의 대선 예비후보들이 두루 ‘행복한 동거’를 할 거 같으나, 2등으로 달리는 주자(박근혜)는 언론이 1등으로 달리는 주자에 견줘 소홀히, 더 나아가 불리하게 취급당하고 있다면서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한겨레21 2007년 4월26일 제657호 "밀어주고 끌어주는 대한민국 '중립언론'
">
 
유승민은 강동순, 윤명식 등과 회동하면서 방송을 선거에 이용하고자 입질한 부도덕한 인간임에도 <조선일보>에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조선일보>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안티조선운동을 이해'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범'안티조선으로 불러도 좋을 것인가?
 
변희재의 경우는 어떠한가? 예전에 안티조선이라고 생각되던 이 자는 <조선일보>에 칼럼을 싣기도 할 뿐더러, <조선일보>로부터는 '보수논객'이라는 호칭을 받고 있다. 변희재를 '범'안티조선으로 넣어도 좋을 것인가? 시공(時空) 또는 개성에 따라서 안티조선의 의미는 다를 수 있지만, 그를 현재 시점에서 '범'안티조선이라 부르기에는 좀 거시기한 것이 사실이다.
조의식이나 박근혜 캠프는 그 기회주의적인 속성이 <조선일보>와 붕어빵이라는 측면에서 '범'안티조선으로 불러서는 안 될 것이다. 아니, 사실은 그들이 먼저 펄쩍 뛰지나 않을까.

더 나아가 <안티조선>임을 공공연히 말하거나 암암리에 비추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동아일보>나 <중앙일보>에 기고나 인터뷰를 하는 인간들을 안티조선(범 안티조선이 아닌)의 부류에 넣을 수 있겠는가하는 의문을 나는 가지고 있다. 안티조선은 물론 어떤 '수단'의 의미를 가지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포털 사이트의 댓글에서도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조중동의 기사들이 요즘들어 아주 슈레기 취급을 받고 있다. 댓글을 보다보면 가끔 매우 예리한 분석도 보이고,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양심적인 시각이 눈에 띄기도 한다. 나는 이들의 글을 보며 추천 한 방 날리면서, 이들의 존재야 말로 안티조선운동의 역사적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진정한 '범'안티조선은 상식적이면서도 예리하고 양심적인 평범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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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가 어떻게 범여권이냐? 민주당이 왜 범여권이냐?"라는 청와대의 상식적인 물음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렇게 엉뚱한 글을 적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