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잡담

소심한 A형의 '100원 딜레마'

olddj 2007. 10. 12. 23:55
아까 마트에서 나와 산 것들을 카트에서 배낭으로 옮기고 있을 때다.
웬 늙수구레한 영감님이 다가오더니 "이 카트 좀 쓸까요?"한다.
"그러세요."
"네, 잔돈이 없어서..."
"......"(뭐라는 소리지???)
(눈치를 약간 보더니)"아이구, 고맙습니다."
"아니, 난 저기 딴 카트에 꽂아서 백원 받아 가야지요."(별 이상한 탱이를 다 보겠군)
(약간 처량한 눈빛으로) "...음...그럼 잔돈을 바꿔야겠네."라고 중얼거리며 뒤돌아 간다.

'영감탱이, 땅을 파 봐라 백 원짜리가 나오는가...?'라고 생각하며
배낭에 물건을 다 담고 나니 딱 짜증이 밀려왔다.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난 짜증나면 한 대 피워야 된다.)
한 두어모금 빨면서 가만 생각해 보니 담배 한 까치가 딱 백 원이라.(디스 피운다.)

그냥 기분 좋게 100원을 포기하고 카트를 주었으면 짜증도 안내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을 텐데.
그랬으면 영감님 기분 좋았을테고, 영감님 100원 아꼈을 테고.(정확히는 벌었을데고)

그러지 않는 바람에  괜히 담배 한 까치 100원 날리고, 짜증내고, 건강 해롭히고.
영감님 100원 쓰고(반납이야 받겠지만 귀찮게 잔돈 바꿔야 했겠지..), 별로 좋은 기분 아니었을테고. (자존심도 상했겠지?)

이거야 원... ㅠㅠ

그놈의 100원 때문에 이런 글을 쓰는 나는 영원히 '소심한 A형'인가 보다.
(애시당초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이런 고민도 없을텐데...)

'진정한 경제적? 총괄적? 이익이란 무엇인가'라는 진지한 생각으로 이밤을 지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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