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유감

찌라시들이 노는 꼬라지가 한심하고 애처롭다

olddj 2007. 5. 2. 05:12
 5월 1일 00시 50분 경 <오마이뉴스> 초기화면에서 기사를 보다가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 기사가 바로 [김 회장 곧 신병처리... 집ㆍ사무실 압수수색 영장 신청]이라는 기사이다. 2007-05-01 00:21에 올라온 기사이고 연합뉴스를 전재한 기사다. 바로 댓글을 달았다.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2007/05/01 오전 12:54:46
무샤닏데(antisleep)  

수사의지가 있다면 이런 걸 흘리냐?
언론도 마찬가지.
증거인멸하라는 말하고 뭐가 다를까...
(물론 이미 다 손 써뒀겠지만...
수사권 때문에 쑈하는 것 같아..)


댓글을 달고 나서 수 십 분 쯤 지나 초기화면에서 사라졌다. 야간 편집 근무자가 뒤늦게 이 기사의 문제점을 파악해서 초기화면에서 내렸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모든 연합 기사가 각 언론의 '전체기사'에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인위적인 편집과정이 있었음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가 각 언론사에 송고된 시간은 4월 30일 23:37이고 <오마이뉴스>와의 시간 차이는 44분이다.

몇 군데 검색해 보았다.

네이버야 기계적으로 올라오는 기사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한겨레>는 5월 1일 정오 경에야 연합 기사를 전재했다.

네이버에 올라온 시간 : 2007-04-30 23:37

조선일보 전체기사에 올라온 시간 : 2007.04.30 23:38

중앙일보 전체기사에 올라온 시간 : 2007.04.30 23:38


그럼 경향신문은?
놀랍게도 연합뉴스에 앞서서 보도했음을 알 수 있다. 연합뉴스에 무려 26분을 앞서서 보도한 것이다. (네이버에는 2007.05.01 (화) 오전 9:42에 올라왔다.) 여기에는 '거짓말 탐지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연합뉴스는 거짓말탐지기 이야기가 2007-05-01 10:46에 올랐다. 이후 경찰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조사는 결정된 바 없다."라고 말한다.(연합뉴스 2007-05-01 15:52)) 경향신문의 정보력은 정말 뛰어나다.

金회장 아들도 심야조사…1일 영장 신청
입력: 2007년 04월 30일 23:11:56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04302311561&code=940100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피해자들이 1일 경찰에 소환돼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는다. 경찰은 김회장 가회동 자택과 장교동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중국에 머물던 김회장의 차남은 30일 귀국, 경찰에 자진출석해 밤샘 조사를 받았다.

참 웃기는 일이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오늘자 조선일보는 이렇게 적고 있다.

15시간전에 다 알려진 ‘희한한 압수수색’
● 김승연 회장 집 수색 논란
한화 직원·변호사들 집앞서 경찰 마중 해프닝
휴일 이유로 ‘집무실’ 압수 늦춘것도 이해안돼
박수찬 기자
soochan@chosun.com
입력 : 2007.05.02 00:36


...그러나 압수수색 방침은 영장 신청 단계에서부터 공개됐다. 압수수색 영장이 신청된 30일 밤 11시35분쯤 연합뉴스는 남대문경찰서의 상부기관인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 “김 회장의 가회동 집과 장교동 집무실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1일 아침쯤 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발언까지 보도됐고, 실제로 1일 아침 영장이 발부됐다. 결과적으로 15시간 가량 전에 김 회장측에 압수수색 사실을 알려준 셈이 됐다....


이러한 해프닝을 보는 나는 참으로 한심하기도 하거니와 한편으로 애처롭기까지 하다. 언론사가 수 백 개면 뭐하고 기자가 수만 명이면 무얼 하나 말이다. 기본적으로 방구석에 처박혀서 한두어 시간 검색한 일개 누리꾼만 못하다는 말 아닌가.

내 감상을 적어 본다.

1. <경향신문>은 예전에 한화 소유의 신문사였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었다. 인간적인 끈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2. 취재한 기자(연합)나 앞다투어 기사를 전재한 야간 데스크(조선,중앙)나 문제의식이라고는 전혀 없다. 따진다거나 깊이 생각하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인 것이다. 이를 '주는대로 처묵고 나오는대로 씨부린다'고 한다.
3. 조선일보 박수찬 기자는 주변 이야기만 듣고 기사 쓰지 말고 '어느 언론에서 가장 먼저 보도를 했을까'라는 기본적인 의심을 가져야 했다. 의심은 기자의 기본 자질이다.

경찰은 언론을 탓하고, 언론은 경찰을 욕한다. 앞으로 경찰은 검찰을 탓하고 검찰은 경찰을 욕할 지도 모른다.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서 이번 사건을 이야기하며 정부를 탓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조선일보 어떤 칼럼은 상당히 잘 쓴 칼럼인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코드인사'라는 말을 우겨넣는 바람에 문장 구성이 엉망이 되고 만다. 그런 가운데 본질은 희석되고 엉뚱한 자기주장만 지리하게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되는 바다. 본질을 희석시키는 것이야말로 김승연과 그 변호인들의 시나리오 중 하나일 것이다. 거기에 놀아나는 언론과 경찰이 다시 한번 한심하고 애처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