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유감

<시사in> 신정아 기사에 나오는 언론과 기자 - 언론의 공상허언증

olddj 2007. 9. 17. 22:00
신정아의 몸을 '더듬는 기자들'에 대해 침묵하는 언론

신정아와 관련한 <시사in> 기사들이 거의 전재되다시피 언론에 보도되었다. 하지만  신정아와 언론·기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아래 내용에 대해서 언급된 기사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래 인용한 기사 내용이 거짓이라면 언론들은 '신정아 거짓말'의 증거로 발끈하며 들고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다. 그런데 아예 보도 자체를 찾을 수가 없다.

사실 지금의 신씨를 만든 것도 8할이 언론의 공이었다. 1997년 말 금호미술관에 영어 통역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된 스물다섯 살 신정아. 신씨는 이듬해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로 정식 채용된다. 병아리에 불과한 신씨에게 조선·중앙·동아를 비롯한 중앙 일간지들은 문화 칼럼을 내주었다. 조선일보에서 신씨는 전시를 소개하는 필진이었고, 동아일보에서는 지난 6월까지도 칼럼을 썼다.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중앙미술대전에서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국민일보와 동아일보는 신씨가 예일 대학에서 서양미술사 박사 학위를 받는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2000년 7월 언론에 얼굴을 처음 내민 신씨는 불과 2년 만에 미술계의 샛별이 되었다.

신 씨는 기자들을 관리하는 데 엄청난 공을 들였다. 현직 미술 담당기자는 물론 다른 부서 기자들에게도 신씨는 정성을 다했다. 금호미술관에 근무할 때 신씨는 지방 출신 기자들의 귀성 비행기표를 마련해주곤 했다. 이후 신씨는 명절 때마다 비행기표를 선물로 보냈다. 한 기자는 책으로 보답했다고 한다. 신씨는 “기자들에게 잘한 것은 부모님께서 베풀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셨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추석 때마다 신씨 어머니는 고향인 경북 청송에서 사과 40상자를 기자들 몫으로 올려 보냈다. 주부 기자들에게는 참기름과 고사리 등 맞춤선물을 따로 챙겼다.

하지만 10년 동안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기자들이 최근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며 신씨는 “기자들이 악마 같다”라고 말했다. 신씨는 기자들이 치근덕대는 바람에 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기자간담회가 끝나면 남자 기자들이랑 가라오케에 가는데, 블루스를 추자고 해놓고 더듬는 기자들이 굉장히 많았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워 울고불고 했다. 나중에는 대처하는 법이 생겨 ‘내가 얼마나 비싼 몸인 줄 아느냐’며 피해갔다.”

-<시사in>거리편집국 블로그 기사 중-

내가 <시사in> 기사를 볼 때 가장 주목해서 본 것이 위 내용이었는데, 언론들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마 매우 '선정적'인 내용이라 기사에 내기 부적절했던 모양이다. 물론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멀기도 하고 말이다.(--;)

위 기사가 사실이라면 신정아는 충분히 사교적이고 처세술에 능란한 사람이다. 또, 굳이 변양균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그녀가 큐레이터로 성공한 것이 전혀 의심가지 않는다. 직접적인 지식에 관계없이 사람들과 친교를 맺는 데 유능한 것은 장점이 될 지언정 허물이 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기자들이 치근덕대었다는 말에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신문사 편집국장이 성추행을 하고 그 내용이 언론사 게시판에 올라가도 보도되지 않는 것이 현실 아닌가.


의혹은 사실처럼, 사실은 모르쇠

며칠전 중앙일보는 불교계 인사들과 잘 어울린 신정아씨 주 3회 교회 나가 꼬박꼬박 헌금이라는 기사를 내었다. 조금전 블로그 검색을 해보니 사실과는 많이 동떨어진 내용 같다. ( 박은영님의 블로그 everydaythanks 신정아 기독교 허위보도 직접 인터뷰 ) 내 짐작으로는 기자의 의도된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가감하고, 데스크에서 약간 더 손질하는 과정에서 그리 된 것 같다. 또 만약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사건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엊그제 문화일보는 누드사진을 실으면서 '성로비 의혹' 운운하였고, 찌라시들은 그들의 사이트에 즉각 인용보도하였다. 말로는 '의혹'이라고 했지만 실제 그 기사를 보는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만에 하나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보도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진대, 무책임하게 보도하는 찌라시들은 정말 갈 데까지 가고 몇 걸음 더 나갔다.

신정아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받은 목걸이에 대해 "그림을 선물로 드린 적이 있다. 그림 값을 돈으로 주겠다고 해서 극구 사양했다. 그랬더니 돈 대신 목걸이를 준 것이다." 라고 밝혔다. 기자들에게 귀성 비행기 표까지 챙겼을 정도라면 이런 일도 분명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 목걸이를 러브레터와 함께 '결정적 물증' 중 하나라고 했다. 도대체 어떤 '혐의'에 대한 물증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찌라시 종업원들은 그런데에는 의문을 품지 않는다. 참 이상한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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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정아가 검찰에 출두하고 있다. 신정아는 보이지 않고 슈레기 언론 종업원들만 날뛴다. ⓒ 연합뉴스


'공상허언증'에 걸린 언론

정신과 전문의들은 "정확한 판단은 자세한 상담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아마도 자신의 거짓말을 스스로 믿어 버리는 '공상적 거짓말(pseudologia fantastica)'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진짜 거짓말쟁이는 스스로를 속이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자신의 거짓말에 스스로 도취돼 진실인 양 믿어 버리는 상태라는 것이다. 대개 일부의 사실에다 다양하고 폭넓은 극적인 공상과 거짓말을 섞어 포장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술 자국을 전쟁이나 모험 활동 중에 받은 상처로 꾸미는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한다.

<중앙일보>'신정아는 공상허언증`기사 중

신정아가 <중앙일보> 기사에 나온 공상허언증이 있는 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아직 밝혀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죄를 짓더라도 우선은 혐의를 부인하고 보는 것이  범인의 일반적인 행태이므로 꼭 그것이 정신과 의사의 진단까지 필요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언론은 사건의 틀을 자기네들 멋대로 지어 놓고 각종 의혹을 부풀려 사실인 양, 혹은 개연성을 과장하여 보도한다. 언론과 딴나라당은 결론이 자신들의 의혹과 다른 방향이면 무대뽀로 더 큰 의혹을 제기하거나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 이건 분명히 공상허언증의 일종이 아닐까? 찌라시 기자들은 정신과 진단을 꼭 받아보기 바란다.[각주:1]


관련 포스팅 : 신정아 누드 보도 행태로 알 수 있는 '찌라시'와 '신문'의 차이 9/13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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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아일보의 경우 1974년에 있었던 광고탄압 사태에 대한 저항을 꼭 자신들의 업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자랑한다. 그 일을 했던 사람들은 다 쫒아내고 체제에 순응한 사주와 종업원들만 남았는데 말이다. 조선일보 기사를 읽다보면 방응모가 일제 때 꼭 독립운동한 것 같은 뉘앙스로 이야기한다. 이런 것도 공상허언증일 것이다. 중앙일보는 허용오차를 벗어난 여론조사 결과 오보에도 자화자찬한다. 넓게보면 지금 기자나 언론들이기자실 통폐합에 대해 '언론탄압'과 같은 용어를 동원하는 것도 모두 공상허언증에 의한 인식에서 나온 말이라 생각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