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잡담

김헌태를 보면

olddj 2007. 9. 15. 01:35
김헌태에 대해 내가 쓴 글이 몇 있다. 아래는 내가 2004년 11월에 <안티조선우리모두>에 쓴 글이다. 엉망이되어 있어서 단락을 고쳤지만 토씨 하나도 고치지는 않았다. 지금 내 생각과 별로 바뀐 게 없어서 고치지 않고 전재한다. 김헌태는 자기 말에 책임을 져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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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4대 개혁 법안'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고가고 있을 때(지금도 오고 가고 있지만) 인터넷에서 시사정보를 많이 접하는 나로서는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것은 이 4대 법안에 대한 여론조사에 관한 것이다.

레드컴플렉스에 억눌린 백성이고 멸공 교육의 그늘이 아직 남아 있는 터라 국가보안법 폐지 의견이 다수가 되지 않는 사실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다. 아쉽고도 원통한 사실이지만 말이다.

이상한 것은 나머지 3개 법안에 대한 것이다. 우선 사립학교법을 보자. 사립학교의 비리는 전 국민이 익히 체험하고 있다. 그것은 속일래야 속일 수 없는 것이다. 한 다리만 건너도 교사 친척이 있고 대부분 부모들이 학교(학생)에 애정이 있기에, 그 '발없는 소문'은 이미 조용기가 아무리 떠들고 조중동이 아무리 옹호한다해도 대부분의 백성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면 법안의 내용이야 어떻든 '개혁'한다는데 반대하는 사람이 과연 과반이 될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던 것이다.

과거사 진상규명법을 보자. 이미 김대중정부에서 제주 4.3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루어져 제주도민의 열띤 반응이 있었다. 그 법안을 적극 추진했던 추미애는 한 때 제주 도지사의 물망에 오르내리기도 한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우리 백성들의 속성상 '원한'이라든지 '억울한 넋'같은 것에 대단한 관심과 집착을 보인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단종을 기리는 영월 사람들을 보면 알 일이다. 자, 그럼 이것도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과반이 넘을까?

세번째로 언론관련법안이다. 이것도 반대하는 사람이 과반을 넘을까? 물론 조중동은 각종 왜곡된 정보와 편의대로 취사선택된 헌법규정을 들어 강력히 반대하며 여론 몰이(호도, 조작)를 해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백성들은 조중동 찌라시를 보면서도 광고를 더 많이 보아야하고, 아침마다 아파트 계단에 수북 쌓인 신문지며, 오고가는 상품권이며, 6개월 심지어 1년까지 무료로 준다는 신문들이 좀 짜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아직까지도 신문은 담배 끊기보다 힘든다. 그런데도 이 '개혁' 법안에 반대를 하는 사람이 많을까하는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약 3주 전 까지만 해도 이 4대 법안이 도매금으로 반대의견이 많다는 뉘앙스를 조중동이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풍긴 것으로 기억된다.

한나라당 심재철 역시 11월 3일 cbs대담에서 "예를 들어서 국가 보안법에 대해 국민의 80%가 지지하는데 이것을 개혁법이라고 얘기를 하면 폐지를 반대하는 80%의 국민들이 그럼 반개혁적이라는 얘기냐... "하면서 "결국은 여당에서 여론을 무시하고 강경으로만 치닫고 있어서 타협의 여지가 없는 상황인데 제발 이 분열과 후퇴를 가져오는 이런 4개 법안에 대해서 손을 그만두셨으면 좋겠고..."라면서 싸잡아 버린다.

근데 참으로 우스운 것이 이 80%라는 수치이다. 완전 왕구라장풍이다. 탄핵 때도 보았지만 아무리 첨예한 사안이라도 70% 언저리면 아주 높은 숫자인데 도대체 어디서 인용한 수치인 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의문을 마음에 갖고 있었는데 지지난 주에는 개인적인 일로 좀 바빠서 거의 인터넷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주에 네이버 검색으로 "여론조사&조선일보"등 몇 개의 검색어로 검색해 보았다. 거기서 걸린 것이 문화일보에서 조사하고 조선일보에서 인용 보도한 여론조사인데, "신문시장 점유율에 따라 제한을 가하는 언론관계법’ 제정에 대해서도 반대가 52.0%로 찬성 38.2%보다 우세했다"는 내용을 제목으로 뽑고 있었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언론관계법'이나 '신문시장 독과점 완화를 위한 언론관계법'이 아니고 '신문시장 점유율에 따라 제한'을 가한다? 설문을 할때도 이렇게 물었을까? 그렇다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수식어에 따라 반대 의견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인할 수는 없다. 설문지는 인터넷으로 찾을 수가 없었다. 내 검색 능력 부족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다음으로 걸린 것이 내가 앞에도 쟁토방에 썼지만 조선일보 김창균의 칼럼이었다. 거기서 김창균은 "여당이 이번 정기국회 중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는 국가보안법 폐지안, 과거사 규명법안 등 쟁점 법안들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라고 4대 법안을 다 싸잡아 버린다. 그래서 내가 위에 이야기한 문화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과거사 규명법안은 "‘광복 이후 공권력에 의한 인권 탄압을 조사하는’ 과거사규명법도 찬성(47.9%)과 반대(46.4%)가 엇비슷했다."라고 나와 있다. 그럼 김창균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의도적으로 그런 것일까?

두 가지 경우가 다 문제이기 때문에 역시 조선일보고 역시 김창균이구나하고 생각했다. 하나로 4개를 싸잡아 버리기 때문이다. 얼마나 위험한 짓거리인가? 그 중간에 쟁토방에서 강박증 환자를 한 명 만나는 바람에 많은 사실을 더 알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벽지'라는 아이디를 가진 환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KSOI라는 여론조사기관이 있다. 거기서 10월 5일 조사한 바는 여기를 클릭하시면 된다. KSOI는 두 번인가의 시시비비를 겪으면서 공신력이 더욱 확고해진 여론조사기관이다. 어쨌든 여론조사가 들쭉날쭉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는 차에 벽지가 김창균의 것은 주간조선의 여론조사 결과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김창균에게 직접 물어 보았나 보다. 다시 한 번 벽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주간조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는 여기를 클릭하시면 된다. 근데 여기도 과거사 규명법안에 대한 것은 없는데?

역시 벽지가 김창균에게 직접 물어 본 건 아닌가 보다. 글고 노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뭐 그리 궁금한 사안인지 참 꼬치꼬치도 물은 것을 보고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임기 말에 가서야 물어야 할 것들을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조사했다.

전두환 시절에 이런 것을 했으면 전두환 지지도가 80% 이상 나왔을 것이라는 진지한 가상도 해 보았다. 어떻든 이렇게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에 의한 여론 호도 내지는 조작을 알아가려 하는데 김삿갓님이 프레시안에서 동아일보 여론조사 관련 기사를 퍼 오셨다. 그 내용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시면 된다. 한마디로 황당했다. 기절할 뻔 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이것이 과연 최소한의 공정성을 가진 언론이란 말인가? 더군다나 오마이뉴스에 난 아래 기사 내용을 보라! (전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문제의 여론조사 기사를 작성한 <동아> 기자는 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4대 법안은 찬반의견이 엇비슷하게 나와서 데스크와 상의한 끝에 쓰지 않기로 했고, 정당 지지도는 최종 편집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안다"며 "조사 내용 중에 열린우리당 또는 한나라당에 유리한 내용도 있겠지만 어느 것을 넣고 빼는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못박았다.

<동아> 편집국의 한 간부는 "이번 기사도 통상적인 편집회의에서 결정됐다. 제한된 지면에 모든 내용을 담을 수는 없다"고 밝히고는 "기자들마다 어떤 내용을 쓸 것인가에 대한 판단기준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일이다!

동아일보에 관련된 기사들을 보고 몇 가지 의심을 더 품게 되었다. 주간조선은 4대법안에 대해 다 조사하지 않고 일부만 했을까? 종이로 된 원본을 보기 전에는 확인할 수 없지만 했다면 다 실었을까? 동아일보는 이번이 처음일까? 오늘 데일리안의 정당지지도는 정확하게 조사한 것일까? 다른 조사는 안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아무튼 이런 한국의 언론이 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고모 심부름으로 뒤를 조심하며 광고탄압에 대한 성금을 내던 것이 아득히 기억속이나마 남아 있는데, 동아일보가 정말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하니 서글펐다. 글이 너무 길어졌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여론의 조작에 휩쓸려서 살아 간다. 여론조사는 정말 조심해서 접근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동아일보(중앙일보는 시간이 없어서 못 봤다.)는 여론조사를 장난감인 줄 알고 가지고 놀고 있다.

백성들을 조롱하는 이런 여론 호도 내지 조작은 언젠가 뜨거운 심판을 받을 것이다. 미국의 조그비가 화려한 명성에서 순식간에 반풍수로 전락했듯이.

오늘의 결론이다. 여론조사는 그냥 스포츠 신문의 '오늘의 운세'처럼 보아 넘길 일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읊어대는 여론이라는 것은 3/10 이내로만 믿는 것이 정신건강을 위해서 좋으리라. (왜냐면 전화 여론조사의 경우 응답률이 그 정도이고 나머지 7/10은 영원한 블랙박스라고 한다.) 후기]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싶은데 독타에다가 잠도 오고 해서 그만한다.

두 가지만 더 이야기 하고.

먼저 열린우리당의 굼뜨고 어정쩡한 행동이다. 주요 개혁법안 Q&A 홍보자료집이 2004.10.30일날 12:46분에야 홈페이지에 올라 왔다. 그러니 맨날 조중동에 당하는 것이다. 당해도 싸다.

마지막으로 아까 말했던 KSOI 김헌태 소장의 말을 옮긴다. 여론조사 전문가로서 예리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국민여론을 바탕으로 어떤 방향으로 자신들의 정치를 펼칠 지는 정치권의 몫이다. 국민의 여론이 반영된 정치가 이루어진다면 정치도 올바른 길로 갈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 정치, 또는 국민에게 퍼져있는 '민심은 천심'이라는 신화이다. 다시 말해 우리 국민은 여론조사 결과가 곧 민심이고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박관념이나 오해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만일 여론이 높은 식견과 철학, 그리고 비전을 갖춘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의 생각과 다르다면 대중에게 이를 설득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여론조사는 현재 국민의 여론지형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도(地圖)의 역할을 할 뿐이고,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의 역할은 정치지도자와 언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의 위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지도가 없다면 한 나라를 이끌어나가는 지도자 역시 오류에 빠질 것이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